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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관련 여행이나 시사예능을 많이 보다 보니까 어느 정도 몇 명의 외국인 방송인들이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이번에 읽은 책을 쓴 저자 또한 자주는 아니지만 비교적 낯익은 얼굴의 외국인이였어요. 바로 20년 넘게 한국에서 교수, 다큐멘터리 제작자, 기자 등으로 살아온 독일인 안톤 숄츠입니다.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책소개

우연히 한국인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호기심에 집어든 책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은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한국사회를 깊이 경험하고 살아왔던 저자의 날카롭지만 진솔한 시선을 담은 인문학 장르의 서적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요. 인문학과 에세이에 경계에 있는 듯한 가볍운 문체에 술술 아주 잘 읽혀서 매우 좋았습니다.

 

한국인들의-이상한-행복-책표지

출판년도 : 2022
출판사 : 문학수첩
저자 : 안톤 숄츠

 

독일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 태어난 안톤 숄츠는 어릴 때부터 동양의 철학과 종교,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태권도를 배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방문하게 되죠.

 

더불어 불교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한국과 일본 사찰에서 수행을 쌓은 뒤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뒤로 20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국인 부인과 결혼하여 아이와 함께 전라남도 광주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실랄하고 솔직하게 그린 한국의 모습

사실 외국 국적의 사회학자 혹은 저널리스트들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담은 책이나 기사들은 많지만, 약간은 이방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어요. 하지만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은 오랫동안 한국에 거주했던 저자가 바라본 시선이기 때문에 더욱 잘 읽히고 와 닿았던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방송의 경우 많은 외국인 방송인들은 한국에 대한 여러 이면들을 자주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크게 비판할 수 없기도 하고, 가끔 너무 과하게 친창을 하는 다소 씁쓸한 장면을 마주하곤 하거든요.

 

이미 한국 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많아졌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줄어들었다. 무슨 수를 쓰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잘 살고 있고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들에게 다가간다면 우리를 기다려 온 소중한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다. 돌아보면 길 위에서 행복을 가르쳐 준 사람은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었다. 그들은 나에게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나눌 줄 알고 자신과 주변 세상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을 소개할 때 사계절을 갖춘 자연 환경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계절을 누리는 일에는 인색한 것 같다. 과장을 덧붙이자면 한국의 가정에는 여름과 겨울이 늘 공존한다. 여름에는 집 안이 겨울처럼 춥고, 겨울에는 여름처럼 덥다. 인간을 제외하면 자연의 모든 구성원들은 여름의 강렬한 햇빛과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다. 계절을 느낀다는 건 그 시기의 온도와 습도, 비와 눈 모두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톤 숄츠는 아주 실랄하게 한국 사회의 이면을 비판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물론 미리 경고합니다. 읽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방송에서 봤던 저자의 모습도 책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분명 어느 나라든 좋은 점과 더불어 나쁜 점은 당연히 있을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는 것처럼 때론 뼈아프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를 들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객관성과 더불어 경험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말이죠.

 

 

 

유럽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워라벨, 금수저, 교육

초반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워라벨, 금수저, 집, 교육 등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서 아주 흥미롭게 읽혔어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서 새로웠습니다.

 

 

물론 저자가 펼치는 모든 이야기들에 모두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니였어요. 일정 부분은 동의할 수 없거나 다소 극단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자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왁벽한 객관성을 100%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참 유익하다고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워라밸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열심히 일하는 순간도, 삶을 만끽하는 순간도 모두 내 인생이다. 영어의 'home'과 'house'는 한국어로 '집'으로 번역되지만 실제 그 의미는 확연하게 갈린다. home은 정서적 의미의 공간, 포근하고 아늑한 보금자리의 개념인 반면 house는 건물 자체,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은 존재인데 그 기회를 차단당한 채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나는 자연과의 유대를 가진한 한국 사람의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안다. 너무 급하게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회복력이 언젠가 발휘될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집과 교육이였어요. 특히 아이들에게 강요되는 성공과 교육의 압박에 대한 심각함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면에서 이러한 저자의 생각처럼 하루빨리 좋은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도 덩달아 생기더라구요.

 

 

 

한국을 오랫동안 경험한 애정의 조언

저자 또한 과거 심각한 우울증과 공항을 겪으면서 공포 속에 살아오다가 선불교 가르침과 명상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씩 또 공포가 다가올까봐 은연중 불안을 느낀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안정적인 직업과 익숙한 고향을 떠나 관심과 꿈을 쫓아 먼 아시아 한국을 오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약점을 알게 되고, 인생을 보는 관점도 완전 달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뉴스나 유튜브에서 나온 이야기,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주장이 아니다. 그저 남의 말을 옮기는 것이다. 스스로 깊이깊이 들여아보고 몰두해서 얻은 해답에는 언제나 나름의 근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복사해서 붙이기'식의 말에는 자신만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포퓰리즘의 표적이 되기 쉽다. 결국 말로써 대중을 조종하고 선동하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의 자리를 내줘버리고 만다.

내가 미처 만나지 못한 행복이 도처에 있다. 타인과 사회적 기준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이 나에게 들어맞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만 좇다 보면 내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행복은 스스로가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삶을 규정하고 판단하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왜 이토록 그의 잘못에 화가 나는지, 왜 그가 처벌받기를 바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어쩌면 내 내면 속에서 나의 불안이, 나의 질투가 손을 들고 나올지 모르다.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그가 고통 받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그의 불행으로 나의 불안 해소되길 바라는 것은 아닌지 솔직한 감정과 생각의 원인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의 색다른 시선

단순히 유럽인,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이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사랑하고 머물고 있는 한국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담은 이 책 속의 마무리는 진정한 행복을 찾길 바라는 응원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지막까지 묵직하게 와 닿았습니다.

 

 

한국의 현주소 문제들을 이방인의 색다른 시선으로 찬찬히 뜯어보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도 다시 보게 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익숙하게 알고 있던 문제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어쩔 수 없다 라는 포기상태로 생각했던 일들이 있었는데요.

 

간절히 바란다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담배를 끊을 수도 있고,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자원봉사를 시작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선택에 따른 변화에 자신이 없고 불편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는 것도, 행동으로 옮기는 주체는 나 자신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무력한 존재로 한정하고 주변 여견 때문에 삶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 어떻게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수동적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인생의 주체가 자신이며, 선택과 결정은 자신이 하며,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자신의 몫이라는 걸 인식하는 일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저자의 말을 빌려 다시 바라보니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변화를 위해서라면 무언가라도 작은 행동을 해나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반성과 동기부여가 되는 책이였습니다. 한국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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