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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명화를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비하인드가 담긴 영상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우연히 티빙에서 명화와 관련된 신개념 예능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그림도둑들>이라는 예능인데요. 예능 형식에 가벼움과 더불어 미술적 지식을 유쾌하게 풀어낸 방식이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였습니다. 

 

 

JTBC 그림도둑들 소개

<그림도둑들>은 JTBC에서 작년 2021년 5월부터 6월까지 방영되었는데요. 세계 유명한 작품을 훔쳐와 판매한다는 도둑이라는 컨셉으로 2조로 나뉜 패널들이 각 선택한 그림들을 구매할 의뢰인에게 작품의 비하인드를 소개하는 형식이에요. 

 

그림도둑들-포스터

그림도둑들

방영 : 2021
채널 : JTBC
회차 : 6부작
출연 : 윤종신, 이혜영, 노홀철, 장기하, 조세호, 이이경

 

 

패널 집단은 연예인 3명과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라 사실 예술의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 주되긴 했지만, 그래도 다가가기 어려운 명화를 예능적으로 굉장히 유쾌하게 풀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였습니다.

 

그림도둑들-스틸컷1

 

평소 명화를 좋아해서 내용들이 너무 익숙해 혹여나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막상 보고 나니 단순히 작가에 대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선택한 그림 자체에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어서 덕분에 굉장히 유익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어요.

 

 

첫 시작은 고흐

순서에 상관없이 가장 먼저 본 편은 당연히 고흐였습니다. 제가 고흐빠거든요. 워낙 좋아해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아는 편이였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알고 봐도 고흐의 바하인드는 늘상 흥미롭네요.

 

그림도둑들-스틸컷2

 

 

고흐의 전반적인 생애와 비하인드 스토리뿐만 아니라 고흐의 수많은 작품들 중 선정한 두 작품에 대한 내용도 더욱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은근 흥미진진하더라구요.

 

화가들 중 비극적 생애를 겪은 사람들이 많지만, 유독 고흐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매번 안타깝고 슬프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그림도둑들-스틸컷3
그림도둑들-스틸컷4

 

엄청난 고통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나가며 화가로서 발전시키려 했었던 점과 더불어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찾으려 했던 마음씨가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런 고흐의 고뇌와 희망이 모두 작품속에 오롯이 담겼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도둑들-스틸컷5

 

 

마지막에 의뢰인이 두 작품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그림샤워라는 것을 진행하는데요. 작은 방같이 사방이 벽으로 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면 모든 벽에 고흐와 관련된 영상이 비춰집니다.

 

의뢰인만이 혼자 그곳에서 고흐와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인데요. 보통 전시회같은데 갈 때 일부 영상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남의 시선없이 혼자 푹 빠져 볼 수 있을 수 있다니 너무 부럽더라구요.

 

그림도둑들-스틸컷6

 

 

가장 기억에 남았던 김환기 편

고흐 다음으로 기억에 남았던 편은 바로 김환기 화백이였어요. 프로그램 중 유일한 한국 작가이기도 했고, 최근 이건희 컬렉션 덕분에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작가였거든요.

 

국내 화가가 해외에서 일찍이 유명세를 모은 부분은 굉장히 자랑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 추상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작품을 보면서도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전문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작품이 확실히 달라보이고 심지어 감동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작품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그림도둑들-스틸컷7

 

 

특히 오랜 친구인 시인 김광섭의 죽음을 듣고 그림을 점으로 찍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마음을 울렸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작품의 전환기를 맞게 되는데요.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따서 만든 작품은 보는데 왠지 너무 슬프더라구요. 친구를 기리며 하나씩 마음을 찍은 느낌이랄까요.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을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동안 미국에 화가로 도전하면서 한국과의 연락을 모두 끊었다는 김환기 화백은 이 작품으로 단절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모르고 본다면 무수한 많은 점을 찍어내는 것이 무엇이 어려울까 싶은데, 막상 들여다보면 서예를 전통으로 해오던 시대를 살아온 자만이 할 수 있는 내공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김환기 화백은 서예로 글을 쓰던 시대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림도둑들-스틸컷8

 

 

거기다 서양의 기법을 토대로 동양의 정서로 풀어낸 작품들은 정말 세계 어느 유명한 작가들과도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하니, 아마 후에는 더욱 유명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왜 김환기 화백이 그렇게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서 너무 유익하고 좋았습니다.

 

 

어려운 미술세계를 쉽게 풀어 쓴 예능

그 외 다 담지 못했지만 너무 유명한 피카소와 클림트의 작품을 비교하는 편도 있었구요. 그 후에는 당시 최고의 힙스터였던 바스키아와 에곤 실레의 그림들을 비교하는 편도 있었습니다.

 

그림도둑들-스틸컷9

 

 

사실 두 작가 모두 너무 유명한데 생각보다 생애가 비슷한 지점이 많아서 놀랍더라구요.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던 앤드 워홀의 지지를 받았던 바스키아, 그리고 클림트에게 후원을 받았던 에곤 실레. 이들의 마지막을 정말 너무 안타까웠는데요. 특히 에곤 실레의 아내와 아기의 비극적인 스토리를 너무 슬펐습니다.

 

그림도둑들-스틸컷10

 

그리고 또 한 명의 비극적인 삶을 힘겹게 예술로 승화시켰던 멕시코 화가 프라다인데요. 남편 또한 너무 유명한 멕시코 국민 화가인 디에고이지만, 그가 프라다에게 행한 행보를 생각하면 실로 놀라울 정도로 분노가 치밉니다. 

 

그림도둑들-스틸컷11

 

 

프리다의 그림들은 자신의 고통을 숨김없이 그림으로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꽤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하지만 그녀의 스토리를 듣고 보게 되면 더욱 그 아픔이 잘 전달되면서 깊은 울림을 줍니다.

 

마지막편에서는 마치 특집처럼 현대 미술로 유명한 세 나라의 작품을 비교했는데요. 매번 충격과 논란으로 화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던 현대미술 작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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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비정상회담으로 익숙한 외국인 패널들이 출연해 각 나라의 대표작품들을 설명해주니 더욱 귀에 쏙쏙 들어와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쉽게 다가간 대중적 미술예능

명화 소개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그림도둑들>이 좋았던 점은 다소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굉장히 예능적으로 유쾌하게 풀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다른 예능처럼 가볍게 즐기기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흔히 알려지거나 익히 명화에 관심많은 분들에게는 다소 뻔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그림을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유명한 화가들이 많아서 더 에피소드를 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6화를 마지막으로 끝나버린 것은 살짝 아쉬워요. 예능과 교양이 적절히 잘 섞여 있는 프로그램이 은근 드물거든요. 

 

현재 다시보기 같은 경우는 그림의 저작권 때문인지 일부 회차는 못 보게 점차 막아지더라구요. 현재는 JTBC 자체 다시보기로만 전편이 가능한 것 같은데 그것도 확실하진 않네요. 좀 더 진행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부디 시즌2로 한번 더 돌아와주길 바래봅니다. 혹시 미술작품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가볍게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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