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본소설이라하면 추리물로 유명한 다작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말고는 잘 모르고, 많이 읽어보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미권 소설보다는 왜인지 가벼운 분량이 많고 쉽게 읽혔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올해는 다양한 소설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던지라 어떤 책들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 주변분의 추천으로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공중그네>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공중그네 소개
내용은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그들의 환자 이야기 5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식 소설입니다. 5편 중에 한 편이 바로 소설 제목인 공중그네인데요. 바로 서커스 단원의 사연이 담긴 단편입니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히 임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증으로 갑자기 고민에 빠지게 되고, 그들은 그렇게 우연히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찾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의사라기엔 전혀 진지함없고, 제멋대로에 철없는 아이같은 그의 모습에 찾아간 이들은 모두 실망과 분노를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죠.
하지만 왜인지 이라부의 괴상한 행동에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고 자꾸만 그에게 진찰을 받으러 가게되고 점차 휩말려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되는데요. 재밌는 것은 이라부는 특별히 어떠한 치료도 명약도 주지 않고 그저 강제로 간호사 마유미를 시켜 매번 비타민 주사를 맞게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점차 이 의심스러운 의사에게 속마음과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어느 순간 환자들은 자신의 병의 원인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하면서 유쾌한 마무리를 짓게 됩니다.
독특한 캐릭터와 유머
이 단편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중요인물은 바로 이라부 정신병원의 의사 이라부인데요. 그는 의사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라보이고, 치료에 관심을 두기보단 환자의 직업을 탐색하고 실천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는 아주 독특하고 괴짜같은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 정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나 스토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처음에는 왜인지 주인공으로서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사실 치료다운 치료는 제대로 해주지 않고 가끔씩 아무말이나 하는듯한 조언을 던져주죠.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점차 이 캐릭터가 왜 중심인물이 되었는지 느껴지더라구요.
하지만 아무래도 일본 특유의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다소 적응이 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이들이 각자 알게모르게 마음의 병들을 하나씩 지니고 사는 힘겨운 일상과 비교해보면, 소설의 이야기는 다소 극단적이긴 해도 그렇게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라부가 몸소 시범을 통해 유쾌한 모습을 보일 때, 환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면의 깊이에 도달해 이러한 병이 생긴 진짜 원인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이러한 구성은 굉장히 극적인 감동은 없지만, 오히려 현실적이여서 더 와닿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심각한 일들에 비하면 작가의 고민 따위는 모래알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사라진대도 상관없다. 바람에 날려가도 괜찮다. 그때그때 한순간만이라도 반짝일 수만 있다면.
5편 중 가장 마지막편인 '여류작가'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는데요. 특히 주인공이 깨달으면서 떠올리는 대사들은 굉장히 와닿았어요.
작가 소개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1959년에 태어난 중견작가로 과거 기획자, 잡지 편집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치고 40살의 나이에 소설가로 첫 데뷔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폭넓은 이력 덕분에 다양하고 개성적인 인물의 내면과 행동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일본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꼬집는데요.
그 실상을 굉장히 리얼하게 드러내 잔혹성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특한 인물들을 내세워 유쾌하고 매력적인 형태로 새롭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워낙 작가만의 독특하고 독보적인 스타일 지녀서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많습니다.
작가는 평소 플롯을 미리 자기보다는 주인공들을 먼저 결정해놓고, 그들이 자유롭게 나아가는 방향으로 따라 쓴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어떠한 주제를 선정할 때에는 그에 대한 사전조사만큼은 철저할 정도로 굉장히 치밀하고 꼼꼼함과 자유분방함을 동시에 지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독특하고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탄생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일본에서 만들어진 드라마 버전
이같이 매력적이고 독특한 소재의 작품을 과연 가만히 두었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일본에서 2005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된 적이 있었더라구요. 책이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드라마화가 진행되어 있어서 놀랐는데, 워낙 오래된 작품이다보니, 국내에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된 드라마라 찾기도 어렵고 해서 보진 않아 따로 소설과의 비교는 어렵지만, 두드러진 차이점이라면 이라부역이랄까요. 기존 소설에서는 하마같다는 비유가 나오면서 다소 뚱뚱한 체격의 아이같은 모습으로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배우가 되었더라구요.
국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나왔던 '아베 히로시'가 이라부역을 맡았는데요. 큰 키에 이국적인 외모와는 달리 기존에도 어벙하고 다소 모자란듯한 코믹한 설정으로 많이 연기했던 배우라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너무 무겁지 않고 유쾌한 소설을 찾으신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추천드립니다.
▼ 관련 포스팅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 위로의 힘을 보여준 따뜻한 일본 소설 추천
수상한 목욕탕 - 미스터리한 일상이 펼쳐지는 일본 판타지 소설 추천
거울 속 외딴 성 - 뭉클한 반전의 미스터리 판타지 일본 소설 추천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결이 보고 싶은 한국 만화책 4편 (0) | 2021.04.17 |
---|---|
달러구트 꿈백화점 - 흥미롭고 신선한 꿈의 세계로 (0) | 2021.03.31 |
창가의 토토 동심을 느낄 수 있는 성장소설 (0) | 2021.03.24 |
영원의 사자들 전통설화와 사후세계를 재조명한 소설 (0) | 2021.03.14 |
보건교사 안은영 원작소설 드라마와 무엇이 다를까 (0) | 2021.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