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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버킷리스트를 하면서 우연히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라는 일본 소설을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후로 연달아 일본 서점대상의 책들을 읽다보니 생각보다 모두 마음에 들어서 또 다른 수상작을 찾던 중 왠지 취향저격이 될 듯한 제목과 표지의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거울 속 외딴 성>이라는 소설이였어요.

 

 

 

거울 속 외딴 성 소설 소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본 서점 대상은 일본에서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판매하는 서점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지는 시상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매일 많은 신간을 접하는 서점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신뢰감도 높을 뿐더러 왠만한 문학상만큼이나 큰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작품성 보증수표같은 표시인 셈이죠.

 

거울-속-외딴-성-소설-표지

 

 

사실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거라 국내에는 인지도가 그렇게 높은 상은 아닌데요. 하지만 간혹 일본 소설에 '일본 소설 대상'이라는 분구가 쓰여있다면 바로 이 상을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외에는 사실상 정보가 많지 않아서 힘겹게 매해 수상작들 중 혹시나 재밌는 또 다른 작품이 있을까 찾아봤는데요.

 

1위 작품이라고 해도 생각보다 독자 평이 좋지 않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장르도 있어서 볼만한건 생각보다 많진 않더라구요. 그렇게 정보를 뒤져보던 중 우연히 2018년도 서점 대상 1위를 한 <거울 속 외딴 성>이라는 소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두꺼운 소설이라 처음에는 살짝 망설여졌는데요. 워낙 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편이라 조금 두렵긴 했지만, 의외로 읽다보니 초반부터 빠르게 이야기에 빠져들만큼 흡입력이 높은 작품이였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힘겹기보다는 오히려 세계관에 푹 빠져서 읽었고 마지막에는 여운까지 감동적으로 맴돌더라구요.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이 책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인데요. 역대 서점 대상 점수 중 가장 최고점을 갱신하며 압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력을 입증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독특한 설정에 탄탄한 전개와 반전 요소가 특이나 매력적이여서 일본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거울-속-외딴-성-만화책-애니메이션

 

 

그 인기에 힘입어 2019년에는 만화책 버전으로 총 5권의 책으로 재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2022년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공개되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고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은 작품입니다.

 

 

줄거리

중학교 1학년이 된지 얼마 안된 소녀 코코로는 같은 반 동급생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트라우마로 등교거부를 하게 됩니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외로웠던 그녀는 주로 방 안에 갇힌듯 홀로 지내게 되는데요. 어느 날 방안에 있던 거울이 빛나게 되고 홀린 듯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은 바로 이국적인 외딴 성이 있는 기묘한 장소였는데, 그곳에서 늑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어린 소녀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6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코코로와 똑같이 1학년이 우레시노와 리온, 2학년 마사무네와 후카, 그리고 3학년인 스바루와 아키. 이렇게 모인 친구들 앞에 늑대소녀는 1년간 성 안에 숨겨진 열쇠와 소원의 방을 발견한 한 명에게만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수수께끼같은 제안을 합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머뭇거리던 친구들은 점차 자유롭게 성 안을 드나들며 열쇠를 찾아보기도 하고 서로 게임도 하면서 친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평화롭게 성 안을 드나들던 어느 날 그들은 점차 성의 수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되고, 왜 자신들이 소원자로 선택이 되었는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놀라운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섬세한 심리묘사와 안타까운 학폭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데요. 그래서 초반에 코코로가 거울 속 외딴 성을 발견하고 적응하기 전까지 굉장히 트라우마로 힘겨워하는 과정이 굉장히 자세히 담겨있습니다. 

 

 

선생님도 초반의 부모님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홀로 견디고 이겨내려고 애쓰는 코코로의 마음들이 여실히 느껴지는 듯 해서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아주 섬세한 심리 묘사가 작품 전반에 잘 드러나는데요.

 

특히 실제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에서 어린 아이인 코코로가 겪는 상황과 심리가 너무 잘 드러나서 그 무서움이 책을 넘어 강하게 전달되는 듯해서 무섭더라구요. 책 속에 내내 말하는 코코로처럼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겁잡을 수 없이 심해지고 암묵적으로 화해를 강요하는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모 다음으로 보호자가 되어야 할 선생님의 행동과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내 화가 나더군요. 물론 기타지마 선생님이라는 좋은 분도 계셨지만, 주변에 이런 어른이 한 명이라도 없을 경우에는 얼마나 끔찍한 상황으로 내몰릴까 안타까운 마음만 더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어준 성이라는 존재

코코로가 주인공이고 화자이다 보니 주로 코코로의 사연이 전반적으로 나오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간접적으로나 아주 짤막하게 나마 다른 친구들의 사연들도 참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아이로써 충분히 받아야할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한 친구들은 그나마 성이라는 존재 덕분에 삶의 짧은 위안을 얻은 것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1년이라는 한시적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질만큼 7명의 친구들은 점차 최대한 성에 오려고 노력하며 우정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괜시리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처음에는 어색함에 거리를 두던 이들이 점차 자신의 사연과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지워내고 한층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사실상 성이라는 존재는 소원이라는 미션을 걸긴 했지만 실상 이들에게 이러한 소중한 것들을 가르쳐주기 위해 애당초 존재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면서 소설 속 친구들처럼 현재 힘겨워하고 있을 많은 아이들에게 이런 거울 속 자유롭게 드나들며 안전하게 소통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흥미진진했던 떡밥과 연이은 반전

소설 <거울 속 외딴 성>은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수수께끼같은 상황들로 인해 굉장히 다양한 떡밥들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평소 추리물을 좋아해서 많이 본 탓인지 아주 핵심적인 반전 요소는 소설 초반에 이미 예상이 되어지더라구요. 설마했는데 진짜 맞아가지고 반전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해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세세한 설정까지는 모두 예상한 건 아니라서 그것들이 하나 둘 풀리면서 완전한 결말을 향해갈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더라구요. 아예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반전을 연달아 맞이하면 훨씬 충격적으로 와 닿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가볍게 추리하지 말고 보시는 것을 강추드립니다.

 

 

국내에선 어려운 일본적인 설정과 떡밥

처음 책을 읽기 전부터도 왠지 딱 일본에서 나올만한 판타지 소재의 스토리라고 느껴졌는데요. 왠지 기묘하면서도 감성적인 것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영상으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마침 애니로도 나왔더라구요.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지만 애니 또한 아쉬운 점은 있지만 충분히 재밌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 설정 중에 국내에서는 적용하기 힘들다고 느껴진 부분이 바로 이름이였는데요. 우리와 달리 긴 성과 이름을 가진 일본 특성상 성과 이름만으로도 이렇게 설정이 가능하구나 싶더라구요. 우리는 보통 성만으로는 잘 부르지 않거나 성만으로 누군가를 구별하기 어려운 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느껴져서 아주 색다르더라구요. 

 

이미 애니화로 나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관거인 작품이라 장편의 고퀄리티 드라마 버전으로도 나오면 좋겠다는 바램이 드네요.

 

비록 학폭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그것을 굉장히 신비로운 사건으로 감동적이고 섬세하게 잘 풀어내고 멋지게 마무리한 소설 <거울 속 외딴 성>.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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