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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에서 책 소개 영상을 보다가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시선에서 담은 방대한 한국적인 세계관을 담은 역사 소설이라는 말에 급 관심이 갔습니다. 이전에 비슷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파친코>른 너무 인상적으로 봤던 터라 이번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하더라구요.

 

 

 

작은 땅의 야수들 책소개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무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꺼운 분량의 책인데요. 엄청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세계관이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져 맞물리면서 흘러가는 전개가 굉장히 흥미롭고 몰입감이 상당해서 소설을 잘 못 읽는 저 또한 아주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였습니다.

 

작은-땅의-야수들-표지

 

 

읽고 나서야 왜 이 작품이 영미권 여러 매체에서 극찬을 받고, 13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더라구요. 국내에서는 추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요. 최근 1주년을 맞아 새로운 표지의 양장본으로 다시 출간되었더라구요.

 

기백이 넘치는 험준한 산맥같은 호랑이의 몸이 그려진 개정판 표지는 작품의 분위기와 서사에 참 잘 어울리는 분위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초판본의 표지를 보는 순간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전 표지가 더 좋더라구요.

 

 

김주혜 작가 소개

<작은 땅의 야수들>을 쓴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 오리건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데요. 그녀는 프린스턴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단편소설을 하나 써서 내게 되는데요. 하지만 단편소설은 돈이 되지 않으니 장편소설을 쓰라는 에이전트의 담당자의 조언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낙심한 마음을 안고 공원에서 마음을 달래던 중 문득 호랑이와 사냥꾼의 이야기가 떠오르게 되고 그 즉시 집에 가서 이 책의 프롤로그 장면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실제 책에 담긴 프롤로그 부분은 당시 떠올려 쓴 내용 거의 그대로라고 하더라구요.

 

작은-땅의-야수들-작가-미국판

 

 

하지만 소설을 써나가는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무려 6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소설이 나왔지만, 너무 한국적인 이야기라 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죠.

 

미국 출판사에서는 다소 잔인한 장면과 너무 긴 독립선언문 장면은 다소 줄이길 권장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저자는 이 장면이야말로 정말 중요하고, 실제로는 더 잔인했던 역사라 그대로 싣을 것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사실 일찍이 미국으로 이민 가 그 문화에서 성장해온 저자가 한국적인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어릴 때부터 계속 들어온 외할아버지의 독립운동 이야기 덕분인데요. 오랫동안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온 그녀는 자신의 한국인의 정체성을 오래도록 간직해 왔으며, 자신의 외조부님처럼 이름없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헌정의 마음으로 짓고 싶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그녀는 이 책을 재미교포분이나 한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굉장히 의식하면서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걱정과 달리 책은 출간 즉시 한국 독자들에게 굉장히 호평을 받으면서 당당히 역사 소설로 인정받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소식은 작가에게 매우 감동스러웠다고 합니다. 

 

 

줄거리

1917년 일제강점기로 한창 민중들이 일제에 핍박을 받던 시절, 평안도 깊은 산속에 겨울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 짐승을 쫓던 사냥꾼은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로부터 일본인 장교들을 구하게 됩니다. 이 같은 만남은 먼 훗날 뜻밖의 만남에 운명처럼 연결되죠.

 

 

한편 평양에서 가난한 집안을 돕기 위해 '옥희'는 기생 '은실'의 밑에 들어가 그녀들의 딸과 함께 기생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곧 일제로부터 비극적인 사건을 당하게 되고, 옥희와 은실의 두 딸 '월향'과 '연화'는 경성에 살고 있는 은실의 사촌누이인 '단이'와 함께 살게 되죠.

 

경성에서 옥희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무리를 이끌며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 '정호'를 만나게 되는데요. 거지꼴을 하고 있는 그를 무시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옥희는 편견없이 정호를 대하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곧 정호는 옥희는 짝사랑하게 되지만, 옥희는 잘나가는 기생과 배우도 활약하며 인력거꾼이였던 '한철'과 사랑에 빠지게 되죠.

 

하지만 파란만장한 일들이 벌어지는 과정에 옥희는 '한철'과 '정호'와 만나고 헤어지는 동시에 '야마다'라는 일본군 소령과 뜻하지 않은 재회를 거듭하면서 질긴 운명이라는 관계 속에 뜨겁지만 아픈 한반도의 비극적인 역사에 맨몸으로 맞닥뜨리게 됩니다.

 

 

비극적인 한반도 역사를 탄탄하고 리얼하게 담은 수작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8년 일제강점기부터 1964년 광복 이후의 기간 동안 4부와 짤막한 에필로그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무려 반세기 동안의 방대한 한반도의 격동적인 역사를 굉장히 흡입력있는 탄탄한 서사와 마치 실존 인물같은 입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사냥꾼을 시작으로, 기생, 군인, 고아출신의 깡패, 학생, 사업가, 독립운동가 등 다양한 목적과 삶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이 행동하는 것에는 각자의 사연과 이유가 담겨 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정말 맞물리듯이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그 덕분에 600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아주 꽉 차 있고 몰입감이 상당해서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죠. 실제로도 작가는 6년간 집필하면서 정말 많은 자료들을 찾고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벌어지는 특정 사건들도 바로 눈앞에 벌어지는 생생함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인물들의 경우에는 진짜 있을법한 실존 인물의 리얼함이 담겨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분명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매우 잔인한 장면이 펼쳐지는데요.

 

실제로 비극적이고 우울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전반적으로는 아주 무겁게 느껴지기 보다는 생각보다 다양한 희노애락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때문에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술술 읽혔죠. 

 

 

한국판 전쟁과 평화

이런 방대하고 역사적인 사건들의 맛물림과 다양한 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운명 스토리 덕분에 이 책은 간혹 한국판 <전쟁과 평화>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김주혜 작가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좋아해서 그에 영향 받아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을 <사랑과 시작>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 호랑이만큼은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아. 일본에는 그처럼 사나운 맹수가 없거든. 영토로 따지면 우리가 훨씬 더 큰 나라인데도 말이야.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하지만 에이전트 담당자 '조디 칸'은 그 제목 말고 좀 더 구체적인 것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게 되죠. 그리고 이내 소설 속 인물인 잔인한 일본 장교 '이토'가 한국인에 대해 표현한 대사에서 따 와서 <작은 땅의 야수들>로 변경하게 됩니다. 

 

작가는 작고 척박한 땅에서 기개있고 용감하게 꿋꿋히 살아온 선조들의 모습이 야수들같다는 생각에서 제목을 붙이게 되었는데, 한국 독자들에게도 비슷한 감성으로 읽혀서 새삼 문학적 시각에 놀라웠다고 합니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한국어 번역

<작은 땅의 야수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역사 소설이긴 하지만 영어로 먼저 쓰인 영문소설인데요. 하지만 한국적인 서사를 잘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을 하고 영어로 쓰는 식으로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주인공들의 인물은 한국식 이름은 없었고 굉장히 단순한 영어식 단어였는데요. 그러나 이후 한국에 번역되면서 번역가를 통해 옥희(jade), 연화(lotus), 월향(luna), 은실(silver)로 재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름이 하도 그 시대 이름같고 자연스러워서 원래 그런가 했는데 비하인드를 접하고 나니 번역가님의 네이밍 센스가 참 기가막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불어 보통 영문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할 경우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책의 번역은 원래부터 한국어로 쓰인 걱처럼 굉장히 어색함없이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읽히는 아름다운 문체가 매우 돋보여서 참 번역이 잘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인을 상징하는 동물 호랑이

보통 '야수들'이라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폭력적이거나 무서운 느낌으로 표현되곤 하지만, 소설 속에서의 야수들은 같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상황속에 나라를 지키고자 한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굉장히 긍정적이고 힘차게 느껴지는데요.

 

 

한편으로는 소설 속에 주되게 등장하는 한반도 상징의 동물인 호랑이를 떠올리게도 만드는 듯 합니다. 한 마디로 호랑이같은 한반도 사람들의 모습을 굉장히 함축적으로 잘 담아낸 제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옛부터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무서운 존재인 동시에 신성스러운 한편 친근한 동물로 항상 여러 설화나 문학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다만 일제강점기에 많은 일본인들이 호랑이를 잡고 죽이는 바람에 사실상 멸종 동물이 되어버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다는, 한편으로는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동물입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가 미국에서 연달아 출간

미국에서 이런 한국 대하역사소설이 나오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은 참 고무적인 소식인데요. 뿐만 아니라 <파친코>, <바다에 빠진 소녀> 등 굉장히 한국적인 소재를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작품들이 요새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오히려 이같은 한국적 색채가 진한 소재일수록 한국 뿌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미국 문화에서 자란 이들이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색다른 매력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앞으로도 좀 더 많은 한국적 소재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각색되어 많이 2차 창작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 책이 흡사 한국판 <전쟁과 평화>라고 불릴 정도로 굉장히 격동적인 전쟁사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성장과 만남 헤어짐 그리고 뜻밖의 만남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펼쳐지는데요.

 

물론 <전쟁과 평화>는 세계 명작임이 틀림이 없지만, 4권의 방대한 분량을 지치도록 읽어본 1인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작은 땅의 야수들>이 재미나 흡입력면에서는 독자의 입장에서 더욱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읽혔던 듯 합니다. 심지어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를 쓴 <파친코>보다도 더 재밌다고 느껴졌는데요.

 

아무래도 한 가족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간 <파친코>와 달리 <작은 땅의 야수들>은 물론 옥희와 정호 중심으로 많이 흘러가긴 했지만, 정말 많은 다양한 위치의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극적인 서사적 측면에서 더 지루할 틈이 안 느껴졌던 듯 합니다.

 

 

드라마화 확정, 얼른 나와주길...

책을 읽고 관련 소식을 찾아보던 중 기쁘게 이 작품이 드라마화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굉장히 유명한 OTT 여러곳에서 눈독을 들인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넷플릭스로 결정된 듯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넷플릭스는 이전 <파친코>도 제작하려고 시도했었는데요. 당시 아시아계 배우가 아니라 백인계 배우들로 완전히 각색해서 하려고 해서 애플 TV로 넘어갔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애플TV에서 만들어진 <파친코>는 그야말로 고퀄리티에 아주 멋지게 완성되어 방영되면서 그야말로 호평일색으로 시즌1을 끝냈습니다.

 

아마도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더욱 <작은 땅의 야수들>을 가져가도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애당초 한국적인 작품을 다른 나라의 것으로 변형하려던 시도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은데. 이번 작품은 각색은 불가할 정도로 지극히 한국적이라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지 우려와 동시에 기대가 무척 됩니다.

 

물론 탄탄한 자본력과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넷플릭스라 퀄리티만큼은 믿을만할 것 같은데 과연 캐스팅이 어떻게 죌지 궁금하네요. 적어도 <파친코>만큼의 퀄리티만 나와준다면 흥행은 무리없이 이끌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어쨌든 빨리 나와주었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을 실사로 얼른 보고싶은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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