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올 봄에 유튜브에서 무료로 1화를 공개한 이유 화제성을 얻은 드라마가 있는데요. 바로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입니다.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이유는 흡입력있는 연출과 스토리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과 관련된 역사 드라마라는 점 때문이었죠.
파친코 드라마 소개
사실 <파친코>는 제작 단계부터 여러 OTT에서 노렸는데, 애플TV+가 선택되었다고 합니다. 막상 보니 진짜 놀라운 퀄리티로 만들어진 것 같아 감탄이 절로 나네요. 아무래도 앞으로도 계속 이 작품이 애플TV+ 대표작품 중 하나로 꽤 오랫동안 거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친코
애플TV+ | 2022 | 1시즌(진행중)
감독 : 코고나다, 저스틴 전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하, 정은채, 노상현, 정웅인
시즌1 (8부작)
드라마<파친코>는 1910년 일제강점기 시대 고국을 떠나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한국인의 신분으로 억척스럽게 적응하며 살아온 4대의 걸친 재일교포 이민가족의 대서사시를 담고 있는데요. 한국인 이민가족의 이야기라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미국 베스트셀러 원작이고, 제작도 미국에서 한 미국 드라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도 영국 BBC 시대극의 경우 유명한 러시아 작품 <전쟁과 평화>를 만들기도 하고, 또 영국의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미국이 만드는 사례는 아주 많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닌데요. 하지만 주로 한국에서만 소비되고 만들어져왔던 우리들의 역사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다른 관점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은 참 흥미로운 것 같아요. 물론 한국계 제작진들이 많지만 말이죠.
미국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원작 소설은 드라마 방영 전에 국내에 먼저 출간이 되었는데요. 워낙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흥행을 얻은 작품이라 유명했지만, 드라마 제작 소식까지 들리면서 더욱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저도 드라마 정주행하자마자 소설 읽었버렸네요.
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우연히 남편으로 인해 일본에 살게 되면서 알게 된 재일교포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고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내용에는 드라마 관련 스포가 담겨 있으니 이점 참고부탁드립니다.
1막. 가난 속에서 사랑으로 무럭무럭 성장한 여주인공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부산의 작은 섬에서 시작됩니다. 언청이에 절름발이로 혼기가 꽉찬 훈이(이대호)는 가난한 집 딸 양진(정인지)을 소개받아 결혼하게 됩니다. 양진은 임신을 하지만 계속되는 유산으로 무당에게까지 찾아가 자식의 간절함을 빌고, 다행히 딸 선자(아역 전유나)가 무사히 태어나게 되죠.
장애가 있지만, 착하고 딸에게 한없이 끔찍한 사랑을 주었던 아버지 훈이. 그리고 성실하고 강직하게 하숙집과 집안살림을 도맡아했던 어머니 양진 덕분에 선자는 무럭무럭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은 더욱 심해지고, 그 상황에서 아버지 훈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양진이 거둬드린 고아 자매 복희, 동희와 함께 하숙집을 열심히 도우며 살아가는 선자(김민하)는 어느새 십대 소녀로 성장하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늘상 장을 봐오던 선자는 시장에서 새로온 생선중개상 한수(이민호)를 우연히 보게 되고, 둘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서로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제주 출신으로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명석한 두뇌과 뛰어난 사업 수완을 가진 한수. 그는 자신이 겪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선자에게 들려주며 은밀한 사랑을 나눕니다. 그리고 선자는 임신을 하게 되죠.
선자는 당연히 그와 결혼하기 위해 이 사실을 고백하지만, 한수는 냉정하게 자신은 유부남으로 일본에 부인과 세 명의 딸이 있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기는 부족함없이 키울테니 자신의 첩으로 한국에서 자신을 위해 살아가 달라는 이기적인 말을 내뱉어 버리죠. 그의 충격적인 고백에 좌절한 선자는 홀로 고민을 하다 결국 어머니 양진에게 들키고 맙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숙집에 이삭(노상현)이라는 인물이 찾아와 쓰러집니다. 평양 출신의 독실한 목사인 이삭은 타고난 허약함으로 평생 잔병치레를 달고 살았는데요. 작은 형 요셉의 요청으로 일본으로 가는 여정 도중 탈이 난 것이죠. 간신히 양지와 선자의 간호로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됩니다.
건강을 되찾은 이삭은 우연히 선자의 사연을 듣게 되고, 사려 깊고 친절한 그는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며 자신과 결혼할 것을 제안합니다. 당연히 아이는 자신의 친자식처럼 키우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렇게 둘은 교회에서 조용히 결혼식을 올리고 일본으로 향하게 됩니다.
2막. 일본으로 넘어가 새로운 삶을 꾸린 선자
선자는 다시 볼 수 없는 양진과 힘겨운 이별을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끔찍한 배에서 견디고 간신히 일본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이삭과 선자는 그곳에서 그들을 마중하러 나온 형 요셉(한준우)을 만나게 됩니다.
몰락한 양반가 출신이였던 요셉은 낮은 신분의 선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타국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던 경희(정은채)는 동서지간이 된 선자를 굉장히 반갑고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생각보다 좁고 누추했던 그러나 동네에서 그나마 살기 좋은 집이였던 요셉과 경희의 집에 머물며 선자는 아들 노아를 낳게 됩니다. 그리고 점차 이삭과 정을 붙이며 열심히 일본에서의 삶을 꾸려나갑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며 간신히 생활비를 조금씩 벌어다 주던 요셉은 선자와 이삭의 배값으로 큰 빚을 지게 되고, 요셉이 없는 사이 집에 빚쟁이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합니다.
부잣집 딸이였던 경희는 자존심 센 요셉의 말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저 집안일에만 몰두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그냥 두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선 선자는 이전에 한수에게 받은 시계를 팔아 빚을 해결해 버립니다. 이후 힘든 고비를 억척스러움과 가족의 힘으로 견뎌내며 선자는 이삭과의 사이에서 둘째 아들 모자수를 낳게 되죠.
그러나 자신과 성향과 행동이 닮은 첫째 노아를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한 이삭은 목사생활을 하면서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가 잡혀서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형 요셉과 선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끝내 감옥에서 나오지 못합니다. 한편 선자보다 먼저 일본으로 돌아갔던 한수는 계속 선자와 아들 노아의 주변을 멤돌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과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수는 과거 일본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요. 아버지가 기생에 의해 야쿠자에게 큰 빚을 지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수는 계획했던 미국행을 주저하게 되고, 그때 관동대지진이 나면서 아버지는 죽습니다. 끔찍한 대지진 잔해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한수는 이후 빚을 졌던 야쿠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그와 함께 가게 된 것이었죠.
3막. 고향으로 향하는 선자와 미국에서 돌아온 손자 솔로몬
시간은 한참 흘러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회사에서 큰 사업을 맡게되면서 미국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합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평생 차별속에서 살아왔었는데요. 이후 미국으로 도피하듯 떠난 이래 다시금 마주하는 고향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끼게 되죠.
솔로몬은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회사의 큰 관심이 쏠린 이 사업을 성공해내리라 각오를 하는데요. 상황은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그 와중에 오래 전 첫사랑의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하고 혼란에 휩싸입니다.
한편 1989년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선자(윤여정)은 삶의 고난과 힘겨움을 이겨내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다가 문득 솔로몬에 의해 알게된 같은 처지의 재일교포 노인을 만나게 되고, 고향에 다녀오기로 결심합니다. 파친코 사장이 된 아들 모자수의 도움으로 고향 부산으로 향한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찾아나서게 되면서 여러 일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요?
뛰어난 영상미 & 흡입력 높은 연출
순차적인 이야기 구성이 아니라 옴니버스처럼 선자, 모자수, 솔로몬, 한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요. 제작진은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영화<대부>를 참고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연출뿐만 아니라 뛰어난 영상미와 빠르고 드라마틱한 전개가 지루할 틈없이 술술 흘러가서 마지막회까지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봤어요. 매회차 얼른 공개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죠. 최근 들어 이렇게 재밌게 몰입하면서 본 드라마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순삭하며 봤는데요.
그냥 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끝이 나고 다음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흡입력이 아주 상당합니다. 특히 오프닝 너무 좋아서 완전 취향저격 당했네요. 사실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역사 대서사시라 다소 이야기가 장황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1화를 보는 순간 그러한 우려는 저 멀리 날라가버렸습니다.
한국 콘텐츠로 만든 미국 제작 드라마
<파친코>는 아무래도 국내 인지도 높은 한국 배우 이민호, 윤여정 등의 배우가 출연해서 더욱 한국 드라마로 간혹 인식되곤 하는데요. 그러나 알고보면 재일교포, 한국계 또는 일본계 출신의 미국인 배우들이 다수 참여한 미국 제작 드라마입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매체에서 이름만 간단하게 들어봤던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제대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사실 이들은 국적은 한국 또는 북한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의 차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조차 외면을 당해온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적 콘텐츠라 부르기 보다는 우리의 역사적 일부가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와 인기를 모은 이유는 아무래도 역사적 비극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고국을 떠나 살아야했던 이들의 애처로운 이민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많은 나라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이민자들에게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한국 이민자의 삶을 다룬 미국 영화 <미나리>처럼 말이죠.
시즌2 이미 확정
현재 파친코는 시즌2가 확정된 상태이고, 앞으로 시즌4까지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시즌1의 분량이 소설 1권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어서, 과연 시즌4까지 진행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요.
한수의 과거이야기처럼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부수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보아 좀 더 소설과 또 다른 풍성한 곁가지 이야기들이 채워진다면 시즌4까지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시즌2가 확정이 되었을 뿐 여타 다른 정보들을 크게 알기 어려운데요. 과연 노아나 모자수의 다른 연령대나 다른 역할의 배우들이 누구로 캐스팅이 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이번 작품에서 유명한 배우 외에도 이 작품을 통해 떠오른 신예 스타들도 많다보니 캐스팅이 더욱 궁금해져요. 부디 얼른 시즌2가 나오길 바래봅니다.
▼ 관련 포스팅
소설 <파친코> 화제의 드라마 원작 소설 드디어 읽어봄
세브란스 단절(Severance) 신선한 컨셉과 세련된 반전이 돋보인 미드 추천
작은 땅의 야수들 -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가장 한국적인 역사 소설
BBC 전쟁과 평화 - 톨스토이 원작 완성도 높은 영드 시대극
'티비와 영화 > 해외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루클린 나인나인 시즌8 끝으로 종영 - 전 시즌 후기 결말 비하인드 (2) | 2022.09.05 |
---|---|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새로운 캐릭터 등장과 아쉬운 결말 (2) | 2022.07.21 |
별나도 괜찮아 시즌4 마무리까지 감동적이였던 넷플릭스 힐링 드라마 추천 (0) | 2022.07.07 |
BBC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탄생 200주년 특집 웨이브 영드 추천 (0) | 2022.06.25 |
HBO드라마 <젠틀맨 잭>시즌1 레즈비언 실존인물 다룬 영국시대극 추천 (0) | 2022.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