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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국 역사나 전통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쓰는 한국계 미국인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꽤 많은 작품을 봤지만 신선한 부분도 분명 있고 반면 조금 아쉬움도 남는 작품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연히 고절 소설 <심청전>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바로 <바다에 빠진 소녀>라는 소설입니다.
바다에 빠진 소녀 책소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로 큰 인기를 끈 이 소설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악시 오의 장편소설인데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다소 낯설 고전 소설인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창조한 로맨스 판타지 장르입니다.
출판년도 : 2023
출판사 : 이봄
저자 : 악시 오
기존 소설에서도 바닷속 세계나 용왕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하지만, <바다에 빠진 소녀>는 이를 더 구체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탈바꿈시켰죠. 작가가 한국계였기 때문에 이러한 소재를 충분히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런데 오히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가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통해 경험했던 아시아계 주인공들의 부족함이 계기였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동양인 주인공이 많이 만들어져야 그만큼 자신같은 미국의 소수 인종인 동양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고 꿈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1. 작가 소개
소설 <바다에 빠진 소녀>를 쓴 작가 악시 오는 뉴욕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 2세인데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교에서 한국사와 문예창작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꾸준히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케이팝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죠.
소설을 읽기 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굉장히 아름다운 표지였는데요. 한국판의 경우 황규리 작가가 그렸더라구요. 너무 그림이 멋있어서 작가의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딱히 찾을 길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미국판의 경우에도 한국판과는 전혀 다른 비비드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굉장히 멋스러웠습니다.
이 소설 외에도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었던 <엑스오, 키티>의 원작 소설인 <XOXO>도 집필했는데요. <엑스오, 키티>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의 주인공의 동생인 키티를 주연으로 하는 스핀오프 드라마로, 한국을 배경으로 하이틴 로맨스를 펼치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원작도 또 다른 한국계 작가의 작품이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만큼, <엑스오 키티>도 공개 전 국내에 많이 소개되며 기대감을 높여주었는데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한참 옛날에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 플롯이라는 진부함때문에 큰 인기를 끌진 못한 것 같습니다.
2. 익숙한 고전의 색다른 해석
한국인이라면 어릴 적 한 번쯤 <심청전>을 읽어보거나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정말 유명한 고전인데요. 홀아버지와 함께 사는 효녀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제물이 되어 바다에 뛰어들고 용왕을 만나 착한 마음씨를 인정받아 다시 연꽃으로 떠올라 황제와 만나 결혼해 결국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심청을 제 3자로 두고 또 다른 주인공인 미나가 심청이 되어 가족과 마을을 위해 뛰어드는 이야기로 변주됩니다. 그렇게 용왕의 신부로 바닷 속으로 들어간 심청은 생각보다 미숙하고 연약한 용왕을 마주하게 되죠.
그녀는 마을을 폭풍에 휩싸이게 만든 용왕을 원망하며 분노를 토로하지만, 용왕은 그저 악몽속에 빠져있었고 그를 지키는 신과 기린, 남기로 인해 자신의 까치 모양의 혼을 빼앗깁니다.
모든 것이 운명이고 어쩔 수 없다는 이들의 말에 미나는 납득할 수 없었고, 자신의 혼을 되찾아 마을의 폭풍을 몰아낼 것을 또 다시 요청하기 위해 용왕을 끊임없이 찾아다니죠. 그런 과정에서 그녀의 혼은 또 다른 적들의 세력에 빼앗길 뻔한 위기에 처하고 다행히 신의 의해 도움을 얻게 되지만, 그만 그와 운명의 붉은 끈으로 엮이고 맙니다.
한쪽이 위험에 처하면 똑같이 위험해지는 운명의 붉은 끈을 달게 된 그들은 함께 다니며 이 것을 어떻게 안전히 끊어낼지 고심하며 여러 방법들을 찾아봅니다. 그 과정에서 미나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 둘 깨닫게 되고, 점차 신과 미나는 서로에게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3. 몰입감을 주는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미국 추천글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케한다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문구를 보고 읽기 시작해서 그런가 초반에는 미나와 신의 만남이 묘하게 센과 치히로의 극적인 만남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용이 등장하는 내용 또한 동양권에 익숙치 않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지브리 작품을 떠올리게 만들었겠죠.
하지만 오히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전혀 비슷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심지어 우리에게 익숙했던 심청전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색다른 이야기라고 느껴졌거든요. 물론 주인공이 바뀌었기 때문인지만, 스포라 말 못하는 기가막힌 반전 요소도 참 매력적이였습니다. 작가의 기막힌 각색의 역량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사실 너무 유명한 고전이나 스토리는 오히려 너무 각색을 하거나 바꿔버리면 어색한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심청전을 정말 200% 멋지게 탈바꿈시켜버린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오히려 고전같지 않고 오히려 현대 시대에 맞는 주제성도 담고 있딸까요.
무엇보다 과거 심청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는 부분은 동일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운명을 직접 개선하고 타파하려는 주인공 미나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분명 원서와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번역된 필력이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각 장마다 기대감을 주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굉장히 몰입감을 주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저에게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잘 읽힐 정도로 읽는 맛이 있는 문체였습니다. 다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분명 과거 시대의 이야기인데, 심청을 제외하고 너무 이름이 현대적이라는 점이 조금 깼달까요. 물론 미국인의 입장에서 선택되어진 이름이였을테고, 뭔가 현대적인 각색에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래도 살짝 아쉬웠습니다.
4. 간절히 바래보는 영상화
소설을 아주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던터라 이 작품의 향후 소식이 무척 기다려졌는데요. 너무 한국적인 소재라 소수 문화에 속하는 미국에서 과연 작품화가 진행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직접 영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한 편의 영화같은 흡입력 높은 전개가 충분히 영상화해도 멋질 것 같았거든요.
다만 아쉽게도 영상화에 대한 소식이 딱히 없는데요. 이왕 만들어진다면 <파친코>처럼 퀄리티 높게 제작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미나와 시니컬한 신 역을 누가 할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부디 만들어지기를.
소설 <바다에 빠진 소녀>는 탄탄한 원작의 스토리에 환상적인 판타지 요소를 아주 적절히 버무려놓은 매력저인 작품인데요. 단순히 설레이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이와의 로맨스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가족간의 정과 사랑 또한 아주 감동적으로 담아놓아서 굉장히 뭉클해지는데요. <심청전>을 어떻게 바꿨을지 궁금한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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