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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발견한 만화책이 있는데요. 독서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공감력을 불러일으키며 웃음을 빵빵 안겨준다고 해서 호기심에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입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책소개
제목처럼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두 인물만 덩그러니 심플하게 그려놓은 표지가 참 인상적이였는데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라니. 독특한 제목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무척 궁금하더라구요.
왠지 완결인 것 같긴 한데, 현재는 총 2권 분량으로 발간이 되었더라구요. 부담없이 충분히 가볍게 읽기 좋은 분량이라 날 잡아서 정주행해버렸습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다음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만들어 발간한 것인데요.
보통 웹툰의 경우 스크롤을 내리는 형식에 맞춰 연출이 되다 보니, 단행본으로 했을 때 어색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애당초 단행본을 염두해 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형식을 의도한 건지 알 순 없지만 단행본으로 읽기 참 좋은 형태였습니다.
줄거리
딱 보기에는 왠지 사회 부적응의 아우라가 가득 느껴지는 독서 클럽 멤버들은 서로 사자, 슌 등의 애칭으로 서로를 부르며 모임을 가지는데요. 서로의 정보 따위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롯이 책에 관한 이야기만 가득한 시간. 독서 클럽 멤버들은 각자 좋아하는 책과 자신의 책에 대한 신념과 취향을 마음껏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건지 못한 척하는 건지 모르는 사이에 독서 회원들조차 모르는 예티같은 미확인 중년 동물도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신입 회원으로 경찰과 노마드가 들어오게 됩니다. 간단하게 별명을 말하고 서로 이야기하던 중 자기계발서만 읽었다는 노마드는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그리고 조직에 스파이로 오랫동안 잠입했던 있던 경찰은 확고한 자신만의 독서 취향 덕분에 자연스럽게 무리에 섞여들게 되죠. 이후 계속 진행되는 모임에 노마드는 여러 차례 들어가려고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모임 속 회원들의 숨겨진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B급 병맛 개그 만화
독서 모임에 예티라니. 이미 시작부터 명확히 이 만화는 전통적인 개그 장르를 지향하고 있음을 자신있게 밝힙니다. 때문에 혹여 나의 독서력이 딸려서 이 만화의 개그를 못 이해하면 어쩌지라는 걱정 따윈 가볍게 날려버리고 안심할 수 있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나는 독서 중독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름 책을 꽤 읽었고 책이라는 물성 자체를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예시 속 책들은 읽어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르는 책 천지였거든요.
알고 보니 저 또한 자기계발서만 읽던 편식 독서가 노마드와 똑같은 신세였던 셈입니다. 아마도 이런 독서 모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저도 바로 까일 것 같네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개그 만화라고 해도 완전 빵빵 터지는 류는 아니였습니다. 뭔가 고차원적인 말 개그같달까요. 거기에 의문스러운 존재들의 등장과 그들의 갑작스러운 이상 행동 등이 펼쳐지는데 그것이 퍽 당황스럽지만, 의레 등장인물처럼 점차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 기묘한 느낌을 얻게 됩니다.
독서 중독자였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말그대로 독서 중독자여서 취하는 행동들에 많은 공감력을 주는 책이라는 것은 읽으면서 충분히 알겠지만, 생각외로 완전히 공감이 되진 않아서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어요. 확실히 책을 엄청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완전 취저이실 듯 한데, 저는 거기까지는 아니였네요.
그래서 일부 이해가 완벽히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나름 독서가로 자부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식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려운 인문이나 전기, 역사서같은 것은 거의 손도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좋은 책을 다양하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은 독서 장려책도, 더불어 독서가들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비독서인들도 나름 말도 안되는 개그 포인트에서 충분히 웃기고 즐길 수 있거든요. 오리혀 이런 사적인 취향의 세계가 있구나 하는 재미로 보는 매력도 있을 듯 합니다.
들어가보고 싶은 독서 모임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빅웃음을 주진 않아도 아주 소소하게 미소짓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인데요. 책 속처럼 저런 독서 모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구요. 정말 하나같이 사회부적응자같은데 착실하게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신원따윈 잊은 채 마음껏 취향을 공유하는 자리라니.
요즘같인 개인주의다 1인가구에 외롭고 쓸쓸한 세상일수록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공통된 취향을 서로 나누고 향유할 수 있는 모임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면에서 하나같이 이상한 인간들 투성임에도 서로 비난하면서도 존중하는 이들의 묘한 세계가 참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들처럼 독서 중독자까진 아니지만 은근 책을 고를때 까다롭게 고르는 나만의 취향과 방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요. 철저히 재미와 흥미 위주로 비실용적으로 독서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고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일부분은 공감도 되고 말이죠.
웹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시작부터 병맛 코드를 제대로 장착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충분히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문턱을 넘고 나면 아주 독특한 세계를 접하는 흥미로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2권 분량으로 적당히 유머러스해서 가볍게 읽기 좋으니 한 번 도전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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