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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반고흐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인상파 화가를 꼽으라면 바로 모네라고 바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요. 반고흐의 생애는 여러 권에 걸쳐 읽었을 만큼 뚜렷히 알면서도 생각보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화가 모네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그의 삶과 더불어 작품을 전반적으로 알아보고자 모네 관련 책을 한 권 집어들게 되었죠.

 

 

 

모네 책소개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전시도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미술사와 관련된 책들은 늘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유명한 화가들의 생애를 다룬 영화들도 가끔씩 찾아보곤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재밌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런데 우연히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한 권 읽어보고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혀서 이 시리즈의 모네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모네-책표지

클래식 클라우드는 아르떼 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시리즈 컬렉션인데요. 기획에서 개발까지 5년이 걸렸을 정도로 굉장한 정성을 드린 시리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세계적인 거장을 찾아 12개국 154개의 도시로 떠났다고 하는데요.

클래식-클라우드-시리즈
출처: 아르떼 출판사

여행을 통해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고 깊게 느낄 수 있도록 이러한 인문기행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사실 보통 이런 대형 시리즈의 경우에는 문학작품이 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세계적인 화가, 음악가, 철학가 등의 다양한 예술 인문학자들의 삶을 시리즈로 엮는 경우는 처음 봐서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딱히 홍보를 위한 글은 아닌데, 워낙에 출판사 자체가 예술서적을 많이 내서 그런가 표지나 구성이 깔끔하면서도 이뻐서 완전 취향 저격 당해버렸습니다. 표지가 하나같이 너무 이뻐서 정말 전 시리즈 모두 모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후기들을 보니 책을 꼭 읽지 않아도 이쁜 표지 때문에 구매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 벽 한 쪽에 표지를 나란히 쫙 걸어놓으면 너무 이쁠 듯 하네요.

 

 

 

조롱에서 시작된 이름, 인상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상파 화가의 이름은 사실 조롱에서 먼저 시작된 용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작품을 본 한 평론가가 작품에 인상밖에 없다는 조롱의 뜻으로 한 말이 후에 이들을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잡게 된 것이죠. 모네나 마네, 드가 등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세계적인 화가들의 초기 삶은 사회적인 인정은 커녕 살롱전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비판을 받은 시기가 꽤 길었다고 합니다.

 

당시 많은 화가들이 이용하던 보수적인 소재를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일상의 풍경과 현재의 빛과 색에 집중한 이들의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 단합하여 단체전을 열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들은 믿고 신뢰한 든든한 후원자 덕분에 단체전은 꽤 여러 회 진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리의 사람들에게는 차가운 시선이 가득했는데요. 

 

그러나 이들의 진가는 미국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됩니다. 당시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인 풍요를 맞이하고 있던 미국에서는 보수적인 유럽 사회와 달리 굉장히 개방적이고 새로운 문화에 심취되어있던터라 이들에게 인상파의 작품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됩니다. 

 

 

 

모던보이 모네 파리로 가다

책을 통해 읽은 모네의 삶은 생각보다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이 많았는데요. 아름다운 정원에서 풍요롭게 생활했던 그의 말년이 굉장히 인상깊게 남아서 그런지 한 평생 여유롭고 순탄하게 풀렸을 것 같지만 그도 긴 무명 시기의 아픔과 더불어 꽤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점에 조금 놀랐습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노르망디 해안의 르아브르라는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요. 선박관련 사업을 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굉장히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모네에게 힘든 시간이 시작되죠.

 

어릴 적부터 규칙이 만연한 학교에 가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모네는 항상 수업을 빠지고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를 보며 그림 그리기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이런 그의 행동을 탐탁지 않아했는데, 다행히도 그의 재능을 인정한 고모의 든든한 지지 덕분에 파리에 유학도 가게 되고 성인이 되어도 화가로서 자리잡는데 큰 도움을 얻게 되죠.

 

하지만 모네는 파리에서의 딱딱하고 보수적인 화실 수업이 맞지 않아 자주 땡땡이를 치고 밖으로 그림을 나가러 가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파리에 온 덕분에 기존 미술계의 관습을 읽히고 당시 현대화된 파리의 감성을 가득 느끼고, 더불어 평생 함께 할 동료들을 얻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죠.

 

 

 

모네의 러브스토리와 지베르니

그리고 25살에 그림의 모델을 서기 위해 온 카미유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돈이 없을 때에도 후원자의 이름으로 비싼 양복을 입으며 폼새를 내보일 정도로 모던보이 끝판왕이였던 모네는 종종 귀부인과 결혼할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아이러니하게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온 카미유를 사랑하게 되죠. 

 

하지만 가난한 카미유의 결혼은 아버지와 고모의 반대로 난관에 부닥칩니다. 결국 카미유는 임신을 하지만, 경제적인 지원이 모조리 끊긴 모네는 굉장히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죠. 그나마 그림이 조금 팔리게 되긴 하지만 생활을 유지하기엔 어려웠던 시절 하필이면 전쟁까지 발발하게 되면서 그는 런던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런던에서도 수많은 그림들을 그렸던 모네는 다시 파리로 돌아와서 자신만의 빛의 색을 끊임없이 탐구해나갑니다. 그리고 화실에서 만난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인상주의 전시를 여러 차례 개최하게 되죠. 여러 곳을 거쳐가며 그림을 그려나가던 모네에게 큰 비극이 닥치게 됩니다. 바로 사랑하던 아내 카미유의 죽음이죠.

 

그녀의 마지막 순간조차 그림으로 남기며 슬퍼하던 모네는 큰 시련에 빠질 뻔하지만, 다행히 당시 후원자의 아내 알리스가 아이들과 함께 그의 집으로 왔던터라 서서히 안정을 찾게 되고 둘은 세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인사이가 됩니다. 그리고 추후 미국에서 그의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그는 지베르니로 이동해서 아예 정착을 하고, 뒤늦게 알리스와 결혼하여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기를 보냅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지베르니에서 정원을 가꾸며 수련 연작을 그려나가던 어느 날 시력에 이상이 오게 되고, 그는 대장식화 수련 연작을 힘겹게 완성하지만 전시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인복이 많았던 모네

세간에 인정도 못받고 길었던 무명 시절에 생활고를 오래 겪었지만 모네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면 그래도 반고흐나 다른 비극적인 화가들의 생애에 비해 확실히 풍요로운 삶이였음이 가득 느껴졌어요. 성공적인 사업으로 넉넉했던 집안 환경과 더불어 고모에 여러 후원자들이 돌아가면서 그를 든든히 지탱해주었기 때문에 모네가 끝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다소 독자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던 일부 화가들과 달리 그는 모던보이답게 파리의 도시생활에 진심으로 빠르게 적응했고, 많은 동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지내던 것으로 보아 굉장히 사교적인 성격임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가 이런 빛과 색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기꺼이 가르치고 독려했던 풍경화가 스승 부댕의 만남 덕분이였지요.

 

비록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가난한 카미유의 만남이 있었지만 덕분에 사랑하는 두 아들을 얻게 되었고, 지독한 생활고 끝에 카미유가 떠났을 때 조차 그의 옆에는 많은 자녀들을 함께 이끌고 온 알리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두 가족은 이후 함께 좁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굉장히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게 되고 비로소 진짜 가족으로 거듭나게 되죠. 놀라운 것은 모네의 아들 중 한 명과 알리스의 딸이 실제 결혼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알리스의 자녀들은 일부 모네와의 결혼을 말리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모네파파라고 부르면서 굉장히 따르며 잘 지냈다고 하네요.

 

자꾸 좋아하는 화가인 반고흐의 삶과 완전 반대되는 분위기의 모네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면 그의 삶 또한 언제나 햇살이 비추는 순탄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늘 그를 지지하고 독려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나름 평화로운 일생을 보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심지어 따지고 보면 알리스와 불륜인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마지막까지 굉장히 잘 지낸 것을 보면 그것 또한 인연이였던건가 싶기도 하네요.

 

 

 

가볍게 술술 읽혔던 책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현재 31번 말러까지 나왔는데 기획이 100권까지이니 아직 모든 시리즈가 나올려면 한참 걸릴 듯 합니다. 매번 어떤 표지에 누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네요. 사실 표지만 이뻤다면 그저 장식 용도로만 쓰였겠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술술 잘 읽히고 알차서 좋았습니다.

 

일부 모네 관련 책들을 몇 권 찾아봤지만,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들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 책은 조금씩 가볍게 틈날때마다 일기 좋아서 좋더라구요. 아무래도 모네의 생애를 쫙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실제 배경이 되었던 장소들을 작가가 직접 가보면서 느낀 생생한 후기가 마치 곁들이는 반찬마냥 적절히 조화롭게 담겨서 더욱 그런듯 합니다. 덕분에 어렵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모네
아카데미와 살롱으로 대표되는 기존 주류 미술에 대항해 시대를 앞선 새로운 미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상주의는 혁명이고 아방가르드다. 이 혁명을 모네는 ‘빛’과 ‘색’으로 이루어냈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의 눈에 실제로 보이는 자연의 빛을 그린다는 신념을 고수했다. 그가 말년에 시력을 잃어가면서 그린 작품들에 나타난 왜곡된 형상과 색채조차 그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니라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과 같았다고 한다. 모네는 천재라기보다는 예민한 시각과 감수성의 소유자였으며, 빛과 색에 관한 그의 집요한 탐구는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를 조각하는 장인과 같았다. 모네의 발자취를 쫓는 이 책은 불가해하리만치 집요한 그 열정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가까이에서 이해해보려는 시도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르아브르에서부터 본격적인 화가 생활을 시작한 파리를 거쳐 아르장퇴유, 베퇴유, 루앙, 지베르니 등으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저자 허나영은 종종 멈춰 서서 화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모네의 삶과 예술을 추동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헤아린다. 르아브르 바닷가에서는 화가의 길을 반대했던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한창 인상주의 전시 준비로 바쁜 와중에 이곳을 찾은 그의 심경을 상상해보고, 파리 생라자르역의 철골 지붕을 바라보며 삶의 무게와 이루고 싶은 꿈 사이에서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분주하고 고단했던 그의 30대를 돌아본다. 첫사랑이었던 아내 카미유를 떠나보낸 뒤 새로운 사랑 앞에서 주저하던 마음과 그럼에도 끝내 그 사랑을 지켜낸 용기까지, 이 책에는 모네의 그림만큼이나 다채로운 빛깔을 띤 그의 인생이 담겨 있다.
저자
허나영
출판
아르테(arte)
출판일
2019.12.04

 

이건희 전을 통해 국내에서 딱 1점 모네의 수련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단 한 점이지만 그 감동이 남달랐던 만큼 책 속에 나온 프랑스의 미술관에서 보는 모네의 다른 작품들은 또 어떤 감동을 줄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특히 오랑주리 미술관의 거대한 스케일의 수련 연작이 가장 보고 싶어지네요. 사방에 둘러싸인 정원 속 수련의 모습이 가득하면 어떤 느낌일지 말이에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프랑스에 가게 된다면 꼭 모네의 작품을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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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모네가 궁금해서 이 책 시리즈를 일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책이 가볍게 읽기 좋고 알차서, 그리고 무엇보다 표지가 완전 취향저격이여서 앞으로 천천히 이 시리즈를 한 권씩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00권에 가까운 책을 언제 다 읽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죠.

 

일단 출간된 31권이라도 천천히 읽어나가야 할 듯 합니다. 혹시 거장들의 삶이 궁금하셨지만 전기는 너무 어렵게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이 시리즈 책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혹여 안 읽더라도 장식용으로도 그 값어치는 충분한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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