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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이틀 일하기로 책까지 써낸 일본 작가 '오하라 헨리'에 연장선으로 우연히 알게된 파(pha) 작가. 독특한 이름의 저자는 일보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높은 니트족 철학가라고 하는데요. 오하라 작가의 책과 내용이 왠지 연장선에 있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급 그의 삶이 궁금해져서 관련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책 <하지 않을 일 리스트>를 완독하게 되었네요. 

 

 

 

하지 않을 일 리스트 책소개

일본에서 한때 유행했던 니트족이라는 어원의 뜻은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청년층을 사회가 규정한 말인데요. 이들은 머나먼 미래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에 충실하며, 사회적 기준이 아닌 자신이 만족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들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파(pha)도 니트족인 것이죠.

하지-않을-일-리스트-책표지

이 책을 쓴 저자 파(pha)는 1978년 출생으로 명문대를 졸업 후 안정적으로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에 아무런 꿈도 열정도 느끼지 못했던 저자는 3년간 겨우 버티다가 너무 일하기 싫은 마음을 안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현실이 너무 끔찍함을 느끼고 바로 회사를 관두게 되죠.

 

그 후로 한 번도 퇴사를 후회한 적 없이 현재까지 매일 빈둥거리며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슬렁슬렁 살아갈 수 있는 생활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게으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인 '긱하우스'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여러 책들을 내며 굉장히 소박하게 다양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왜 하고 있을까

현대사회는 무척 편리해졌지만, 어느 순간 정보가 과잉을 넘어서 포화 상태에 들어선 듯 합니다. 사실상 사람은 현 상황에 만족하면 오히려 돈을 안 쓰다곤 하는데, 우리는 이미 남들과의 비교가 쉬워진 세상에서 끊임없이 비교와 의무에 시달리며 불안감에 마구 돈을 쓰게 되죠.

 

좋은 대학, 취업,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다이어트, 영어 공부 등 저자 또한 과거에는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쫓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성격적으로 학교 생활이 맞지 않아 괴로웠는데, 학교는 꼭 가야한다는 주변에 말 때문에 꾸 참으며 다녔고, 그러는 과정에서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자기 혐오에 빠지기도 했다죠. 

 

그렇게 의무적으로 학교를 다니면서도 뭘 하고 싶은지도 어떻게 해야될지도 모른 채 남들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하고, 의외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한 뒤, 나름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까지 하며 무난하고 순탄한 삶을 이어나갑니다. 사실 그의 이러한 초반의 삶은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처럼 보일 수 있었죠. 그러나 도무지 다녀도 정이 붙지 않는 회사에서 3년간 꾹 참고 다니던 어느 날, 더 이상 이런 삶을 수십 년간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퇴사를 하게 됩니다.

 

회사를 관두기로 한 것도 '어차피 관둘 거면 빠를수록 좋다. 내가 아픙로 몇십 년이나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하고, 또 그런 먼 미래까지 살아 있을지도 미지수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죽기 직전까지도 회사를 관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죽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계기였다.

 

그 때부터 반드시 해야 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죠. 아무리 주변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뭐라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앞으로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합니다. 사실 막상 그렇게 살아보고 나니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의 대부분이 딱히 하지 않아도 상관없음을 느끼게 된 것이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법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책의 제목 그대로 하지 않을 일 리스트를 4가지로 분류해 놓은 것이죠. 먼저 소유하지 않을 것 리스트, 노력하지 않을 것 리스트, 내 탓으로 하지 않을 것 리스트, 기대하지 않을 것 리스트로 구성되어 있고, 딱히 순서대로는 볼 필요는 없어서 자유롭게 원하는 파트를 우선적으로 가볍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 않을 일 리스트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고, 내 집 마련도 해야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해야 하고, 트렌드도 쫓아야 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초조해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걸까? 일본 최고의 ‘니트족 철학자’이자 니트족 청년들의 정신적 멘토인 저자 파(pha)는 매일 뭔가에 쫓기는 듯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마음속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자고 제안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36가지 ‘하지 않을 일 리스트’는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세상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들이다. 저자는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 필요 이상 노력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파(pha)
출판
박하
출판일
2017.01.20

 

사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곧 경제력과 직결되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저자처럼 여유로운 삶을 사려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특히 소유 부분에 있어서 미니멀리즘한 생활을 자연스럽게 할 수 밖에 없는데요. 더불어 마인드적으로도 우리가 흔히 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행동들에 반기를 두며 마음껏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너무 열심히 안 해도 게으르게 살아도 되고, 잠도 충분히 자며 하기 싫은 일 하지 않는 등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조금 불편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넘어가는 것에서 너무 인생을 관조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 대부분은 호기심에 읽었던 터라 모든 내용이 다 공감이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인드 면에서는 매사 너무 열심히 해야한다는 압박감과 집착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절로 끄덕이게 되더라구요. 생각보다 우리가 편하게 산다고 해서 삶이 크게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한다고 꼭 보상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균형의 마음은 삶의 태도적인 측면에서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나만의 속도와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

책의 모든 내용을 모두 공감하며 읽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책의 마지막 즈음에 한 저자의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상 결국 많은 리스트를 제시하긴 했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였을까 싶을 만큼 확 와 닿는 구절이였죠. 

 

나 역시 생활이 불안정하고 앞날이 밝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난 언제 죽을지 몰라'라는 생각을 떠올리면 몸에 살짝 긴장감이 돌고 의식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다. '다음 달에 죽어도 후회하지 않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라며 평소 없던 의욕마저도 조금 생기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은 이들의 수기를 읽다 보면 '내가 이제 곧 죽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세상 모든 것이 찬란하게 보였다'라는 문구를 종종 보곤 한다. 그 아름다움은 갓난아기가 처음 세상과 접하며 느기는 신선함과 감동에 필적하는 것이리라. 죽음을 의식하면 삶의 소중함을 체감할 수 있다. 

'난 좀 더 일찍 죽었어도 이상할 게 없어. 지금 내가 사는 삶은 여생, 부록 같은 거야'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인생에는 원래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야'라며 즐길 여유가 생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인간은 어차피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오래 살든 일찍 죽든 고작 십 년, 길어봐야 몇 십 년 차이에 불과하다. 우주나 지구의 수십억 년 역사에 비하면 먼지 같은 차이다. 어차피 먼지 같은 삶이라면 후회하지 않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자.

 

최종적으로 맺음말에서 저자는 수많은 하지 않을 리스트에 대해 적었지만, 이를 다 따라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책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적지 않은 것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하지 않을 리스트도 그냥 대충 가볍게 읽고 도움이 될 법만 취하고, 앞으로 인생의 하고 싶은 일 리스트는 스스로 만들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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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반드시 해야할 것에 압박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잠시 <하지 않을 일 리스트>라는 책을 가볍게 읽으시면서 리프레쉬하게 생각을 전환해보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