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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확 당겼습니다.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니.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사실 보편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삶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이러한 결단력을 내린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져 책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책소개

이 책을 쓴 오하라 헨리는 일본의 아이치 현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에서 칩거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면서도 홀로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틈틈히 저축도 하면서 즐겁게 도쿄라이프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과 칩거라는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의 팁을 모아 이렇게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죠.

 

나는-일주일에-이틀만-일하기로-했다

출판년도 : 2017
출판사 : 원더박스
저자 : 오하라 헨리

 

여기서 '프리터족'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요. 프리터족은 Free(자유) + Arbeit(아르바이트)를 줄인 말로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경제불황으로 인해 특정한 직업없이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층에게 붙여진 신조어라고 합니다.

 

현재는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파트타임 등 일반적인 직장의 개념을 벗어나 다양하게 돈벌이를 하는 이들에게 사용되는 용어로 넓혀지게 되었죠. 이 책의 저자 오하라 헨리 또한 프리터족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비교적 가까운 집 근처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 일을 하고 넉넉하진 않은 생활비지만 충분히 여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보너스 알바를 할 때 생긴 수입으로는 조금이나마 저축을 해 놓으며 가끔 온천여행이라든가 하는 자신만의 이벤트날을 만들기도 하죠.

 

 

 

칩거를 하게 된 이유

보통 집에 틀어박혀 밖에도 안 가는 것을 '은둔'이라고 하는데, 책에서는 우리에겐 사뭇 낯선 용어인 '칩거'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사실상 같은 용어인데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은둔은 뭔가 타인이 낙인찍듯 붙인 것 같고, 칩거는 자발적으로 홀로 가는 삶을 선택한 느낌이 들어서 새롭더라구요.

 

 

어감의 차이인지 아니면 저자가 사용된 문장때문인지는 몰라도 말이죠. 책의 제목만 들면 혹시 금수저, 아님 제테크로 성공해서 돈 두둑히 번 조기은퇴자인가 싶지만 그 무엇도 전혀 아니였습니다. 사실 저자의 삶은 평범하다 못해 학창시절 이야기는 요새 한창 화제의 드라마인 '더 글로리'가 생각나게끔 만들정도로 안타깝더라구요.

 

가난한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나쁜 건 아니지만 어딘가 자녀를 충분히 케어해주기 힘들어보이는 부모, 그리고 사회성 부족에 내성적이고 개인주의적 성격으로 집단적인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당했던 학폭. 더불어 성수자의 성향까지.

 

이러한 일들로 인해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모든 인간관계를 완전히 끊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는 알바를 제외하고는 집안에 은둔하며 오롯이 취미 생활에만 몰두합니다. 그 시간 동안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른 채 한없이 즐겁게 신명나게 보내게 되는데요.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바깥 생활과 은둔의 균형점

3년의 은둔 생활은 무척 즐거웠지만, 사람과의 교류가 없었던 탓에 어느 순간 일상적인 대화조차 불가능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게 되고 이제 슬슬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조바심이 들게 되었습니다. 숨어 사는 생활을 포기하긴 싫었지만, 말도 못하는 상태 또한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리고 모처럼 나가는 세계를 실컷 보고 오자는 생각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털어 세계 일주를 감행합니다. 타고난 은둔자 기질을 가진 저자는 유명한 관광 따위는 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책을 읽고 현지인처럼 생활하면서, 돈이 모자랄 때는 불법이지만 약간의 일을 하면서 다시 여행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뉴욕, 런던 등에서 즐겁게 해외 은둔 생활을 보내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되죠. 물론 그러한 여행을 통해서 크게 바뀐 건 전혀 없었지만, 덕분에 독립해서 홀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유쾌한지를 깨달은 저자는 고향을 떠나 도쿄로 독립을 해버립니다.

 

처음 가본 도쿄의 물가에 눈이 빙글빙글 돌 초기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비싼 월세를 내며 주 5일 바쁘게 일을 하며 생활하는데요. 그런데 왜 이렇게 하루종일 일해도 돈이 전혀 남지 않는건지 의아했던 그는 어느 순간 쓸데없이 도쿄 중심부의 비싼 월세에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굳이 여기서 살 필요가 있나 하고 말이죠.

 

비싼 집에 머물기 위해 오래 일한다라는 것을 뒤집어 오히려 적은 월세에 생활비를 극단으로 아낄 수 있다면 일을 조금만 해도 되고 내가 원하는 시간을 칩거를 하면서 행복을 위해 쓸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저자는 도쿄 외곽의 저렴한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그리고 일단 초반에는 일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본 뒤, 천천히 최소한의 생계비를 측정한 뒤에는 주 2일만 근무할 수 있는 일로 바꾸고 드디어 해피한 칩거라이프에 들어가게 되죠.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

불행했던 과거의 일들로 시작된 은둔 생활이지만, 저자는 그로 인해 자신의 성향을 알게 되었고, 해외에 도쿄생활을 하면서 점차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를 찾아가게 되었는데요. 그 결과 선택한 것이 바로 주 2일이였던 것이죠. 저렴한 곳으로 이사하면서 주거비가 확 줄었고, 음식을 직접 해 먹고, 최대한 필요한 소비만 하고, 중고를 이용하거나 도서관같은 공공시설을 사용하면서 적은 돈으로도 안정적으로 생활해나가는 법을 차차 알아나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은둔이라고 하면 굉장히 부정적이고 우울한 느낌이 강한데, 저자의 칩거 라이프는 생각보다 극단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오히려 더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는 거듭 강조합니다. 주 5일의 삶이나 다른 여타 다양한 삶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이죠. 그저 그에게 맞지 않는 삶이였을 뿐입니다.

 

일이 너무 좋거나 아니면 충분히 그 정도 시간을 들여 일해도 본인의 삶의 가치에 맞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삶의 라이프인 것이죠. 하지만 은둔형 기질에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저자에게는 그런 삶이 꽤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었던 듯 합니다.

 

수험 공부나 구직 활동을 하면서 괴로운 이유는 자신이 틀려서가 아니라 세상이 정하는 목표가 옳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저렇게, 나는 사원 딱지를 달지 않고도 10년이나 버티었다. 만약에 하고 싶은 일만 계속 찾아다녔다면 아직도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것이다. 감당하기 어렵거나 싫은 일은 하지 않는선에서 스스로 합격점을 준 후 나는 아주 편해졌다.

좋아하는 일이 없거나 지금 당장 찾지 못해도, 최악의 경우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한다 해도 그게 큰 문제일까? 더욱 중요한 것은 하기 싫은 일만 하다가 저세상을 가지 않는 것. 이 정도로 목표를 하향 조정하면 절망에서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만 하다 죽지 않는 것'이다. 이상을 높게 잡지 않으면 나중에 절망할 필요도 없다. 30년 넘게 살아온 나도 여전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다. 내 인생은 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인간의 감정이나 환경은 늘 변하는데 5년 전에 정해놓은 목표에 얽매여서 어떻게든 끼워 맞추려고 바둥거리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특히 의욕 있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우울증에 걸리고 나서야 일을 그만두고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었건만, 직장에 나갈 일이 없으니 "석 달 동안 책을 백 권 읽겠다!"고 정해놓고서 기한이 가까울수록 "아직 27권이나 남았어."하고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도 보았다(ㅋㅋ). 아니, 얼마나 더 성실해야 해? 73권이나 읽었으면 굉장한 거 아니야? 먼저 자신을 칭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좋잖아.

 

물론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만큼 원하는 것을 살 수 없고, 비싼 여행이나 외식 등도 못 한다는 점 등의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만 자신의 선택의 대가니까 말이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로망이 없고, 집에서 소소하게 삶을 꾸리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저자같은 삶의 패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무조건 집에 틀혀박혀 세상과 단절한 것도 아니고, 가끔씩 바깥을 나가 일도 하고 산책을 즐기기도 하고, 건강한 재료와 음식을 해먹으며 몸을 관리하고 더불어 소소한 취미생활들을 쌓아나가며 이렇게 책까지 내는 것을 보면서 꽤 건강하게 자신만의 철학을 탄탄히 다져온 것 같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음을 아는 것의 중요성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이였지만, 생각보다 느끼는 바가 많았던 책이였습니다. 무엇보다 3년의 은둔 생활, 갑자기 떠난 세계여행, 도쿄로 독립, 그리고 외곽의 저렴한 집으로 이사 등 저자의 결단력이 돋보이는 선택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사실 다소 우울한 사건이나 불행을 마딱뜨리면 그냥 주저않기가 쉬운데, 저자의 스프링같은 회복력과 실행력이 유쾌한 문장속에서 빛을 발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모든 내용이 굉장히 유쾌하고 가볍게 쓰여져있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것 처럼 말이죠.

 

돈을 모을 때는 미래를 너무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몇십 년 후에 살아 있을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노후까지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아깝지 않도록 좋아하는 일 위주로 살면서 내일 세상이 멸망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조금 비축해 두는 거지. 그러면 내가 안고 있는 것 중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도, 지금까지 좋아하는 일을 해왔으니까, 하고 내려놓기도 쉽지 않을까. 최악의 경우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한으로 남지는 않을 듯 하다. 살아 있다면 러키~지만. 이 정도의 균형 감각이면 날마다 아주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을 텐데.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그렇지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것에 포커싱된 내용은 아니였던 듯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무생각없이 사회의 정석이다 생각하고 따라갔던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등 외에 여러 다른 삶이 있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 했어요.

 

그리고 직접 자신의 삶을 이것저것 선택하고 실험해보면서 탄탄하게 삶의 토대를 쌓아간 저자만의 철학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성공하고 부유한 삶도 좋겠지만,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경험해본 삶이야 말로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문화를 보면서 서로간의 비교가 어찌보면 더욱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삶에는 정답이 없고, 어떤 방식이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도 괜찮은 삶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새롭게 자신만의 삶을 꾸려간 일본의 한 프리터족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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