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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은 책에 관련해서 연달아 동일한 작가의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오하라 헨리의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를 읽고 그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 신간이 있을까 찾던 중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하고 이어 읽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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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책소개

에세이 형식이 다분했던 전작과는 달리 좀 더 자기계발서 느낌이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사실 이전 책과 엄청나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의 경우 저자가 이러한 삶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과정들이 가볍게 실려있었다면,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좀 더 그러한 내용들이 정제되고 다듬어졌다고 할까요. 그래도 잘 다듬어진 문장 속에서도 저자 특유의 유쾌하고 쿨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서 그런지 술술 내용을 잘 읽혔습니다.

 

 

 

저자 소개와 그동안의 이력

짤막하게 저자의 소개를 하자면, 오하라 헨리는 일본 아이치현이라는 지역에서 태어나 가난과 학폭이라는 불행한 학창시절을 보낸 뒤 은둔 생활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3년간의 은둔기를 끝내고 세상에 나가야겠다 결심을 품은 그는 갑자기 남은 돈을 들고 불현듯 세계여행을 떠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온 뒤 도쿄로 홀로 독립하게 되죠.

 

도쿄에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월세에, 생활비에 월급이 순삭당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느낀 그는 돈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자신에게 맞는 생활을 찾아 도쿄 근교 저렴한 월세집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은둔형인 자신에 체질에 맞는 일주일에 이틀 근무를 하며 적은 돈으로 소박하게 행복한 라이프를 즐기고 있죠.

 

여기까지가 바로 이전 책에서도 나왔던 내용의 일부인데,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에서는 시작부터 대만으로 이주했다는 새로운 정보가 나옵니다. 은둔형 기질과는 다르게 실행력과 결단력이 상당히 높아보이는 저자가 어떻게 대만으로 이주할 생각을 했는데, 또 대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일었지만, 이번 책의 주제는 아니였는지 아주 짤막하게 언급되는 정도여서 무척 호기심을 일으키며 읽게 되었네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삶과 기준의 필요성

사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 관심사 중에 돈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많고 적고 떠나서 사람이 살아가려면 돈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빼놓을 수 없긴 하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현재는 조금 달라졌지만, 비교적 최근만 해도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약간 금기시처럼 쉬쉬거리던 시기도 있었던 것을 보면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미국처럼 훨씬 어린 나이에 경제관념을 제대로 배우도록 가르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비슷한 문화권인 일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남들과 비슷한 삶에 대한 열망과 비교가 가득한 것 같습니다. 남들과 조금만 다르고 튀게 되면 괜히 눈치가 보이고 어딘지 스스로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가 쉽죠.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돈이 부족하고 힘든 상태일 때, 저는 일단 그곳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돈의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지 따위는 일단 제쳐둡니다. 왜 이렇게 힘든지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힘들 때는 사고방식이 편협해지기 마련이고 무슨 생각을 한들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쉬우니까요. 어려운 부분은 미뤄두고 일단 그곳에서 한 발짝 떨어지기. 인생이나 돈은 안정을 되찾을 후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비슷한 환경에 놓였던 저자 또한 처음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이 그리고 추후 많은 판단을 통해 내린 일주일에 이틀 일하기 또한 주변의 우려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뚝심있게 밀고 나간 덕에 이렇게 유지하고 있고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심지어 벌써 여러 권의 책을 써서 말이에요.

 

하지만 저자가 이런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도 그렇다고 모두가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남들과 가지 않은 새로운 선택을 직접 오랫동안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엿봤다는 점인 것 같아요.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에세이 형태로 가볍게 읽기 좋았지만 다소 산만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책은 아예 돈에 집중한 시각으로 내용이 진행되어 좀 더 명확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일주일에 이틀만 생활하기로 마음 먹게 되면서 어떻게 이러한 생활을 실현가능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돈을 아끼고 돈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행동과 정신적인 부분에서 다양하게 기술해 놓았는데요. 

 

저는 적게 일하는 삶을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많이 일해서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각자의 선택입니다. 그저 모처럼 기여할 거라면, 불안감이나 초조함에 흔들려서 번 돈이 아니라 되도록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번 돈으로 하는 것이 문제없이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편한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안 할지에 주목해서 만족의 최저 지점을 파악해두면 나중에 망설임이 사라집니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집니다.

 

다소 돈에 대한 의인화적인 생각은 투머치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점차 돈을 단순히 물질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돈의 쓰임새와 더불어 가치로 넓혀가는 저자의 가치관의 변화가 인상깊었습니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무조건 싸고 저렴한 것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되는 돈이 잘 흘러갈 수 있는 물건에 정당한 가격을 내고, 좀 더 남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을 염두해 두고 구매를 합니다.

 

조금은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최근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부쩍 생겼던터라 이런 부분에서는 동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칩거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던 생활에서 더 한발짝 나아가 사회에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일조하려는 저자의 행동과 마인드를 보면서 굉장히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돈이 없다는 불안감과 공포심이 한층 완화됩니다. 내가 움직인 만큼 돈이 남는 것이 눈에 보이죠. 그러면 반대로 무조건 내가 안 해도 된다는 심적 여유가 생기면서 돈을 쓰느냐 마느냐 역시 내 자유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걱정과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오롯히 현재를 바라보고 사는 저자의 삶이 좋아보이다가도 한편으로는 살짝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젊으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몸과 일도 전과는 다를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저자는 돈적으로는 엄청난 노후를 준비하지 않았지만, 매일 이른 시간에 일어나 삼시 세끼 직접 차린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통해 몸을 건강히 하는 것으로 미래를 준비합니다. 더불어 가급적 물건을 적게 소유하고 많은 책과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더 견고히 하며 탄탄한 정신 근육을 단련하고 있죠.

 

 

 

내 삶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나

미래는 원래 불확실하고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고 그저 돈을 많이 모은다고, 좋은 집에 좋은 차가 있다고 행복한 노후가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먼 미래의 노후를 위해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돈에 저당잡혀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꽤나 우울한 것 같습니다. 

 

나의 삶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 것. 그러한 판단에서 해방되면 사회나 유행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잘못되었다고 탓할 필요도 사라집니다. 매일매일 행복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을 해야겠죠. 시간을 많이 써서 돈을 많이 벌 것인가. 아니면 적게 벌더라도 많은 시간을 나만의 것을 만들고 대신 적게 소비하고 아껴서 생활한 것인가. 사실 돈이라는 물건에 몰입하면 할 수록 더욱 불행해지기 쉽다는 생각이 요새 더 드는 것 같습니다. 돈의 양과 용도를 따지기 이전에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지, 내 삶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좀 더 깊게 고민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넉넉하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는 ‘돈’에 불안을 느낀다. 돈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도쿄 교외에 있는 작은 연립주택에서 사회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며, 연 수입은 백만 엔 이하로 살아가는 작가 오하라 헨리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게 돈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라는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돈의 불안이 사라졌을 때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그는 소박한 은거 생활을 실천하며 증명해낸다. 만족이란 무언가를 해서 얻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 얻을 수도 있다. 오하라 헨리에게 만족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이다. 그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상태. 그 결과 자신만을 위해 벌고 모으고 쓰며 살아가던 때는 깨닫지 못했던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다. ‘먹고 살려면 의문 따위 품지 말고 계속 일해야 해’라는 생각에 저당 잡힌 삶, ‘실패해도 사는 데 지장 없어’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안 할지에 주목하고, 사회나 타인의 ‘좋아요’를 바라지 않는 작가의 삶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덕목을 깨우쳐준다. 우리는 세상이 아닌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
오하라 헨리
출판
북노마드
출판일
2021.11.30

 

사실 요새 뉴스만 보면 물가다 금리다 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우울한 현실에 관한 뉴스가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돈을 아껴야겠다는 마음이 들고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쳐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세상도 나의 주변 상황도 계속 끊임없이 변할 것이고, 그런 것에 일일이 휘둘리기 보다는 남들이 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져 나만의 판단과 확고한 생각으로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불어 현재를 매일 충실하고 꾸준하게 살아내면서 별일 없는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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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으로 아예 이주인지 잠시인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삶의 변화를 또 한 번 맞이한 오하라 헨리의 다음 행보도 사뭇 궁금해지네요. 과연 대만 여행기 책도 나올런지. 도쿄에서처럼 비슷한 은둔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가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삶과 선택을 이어나갔던 그의 훗날의 이야기도 얼른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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