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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얼마 전 리뷰한 <제인에어> 작가 샬롯 브론테의 동생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입니다. 두 자매가 나란히 이런 명작을 만들어내다니 참 놀랍네요.
폭풍의 언덕 영화 소개
영화 <폭풍의 언덕>은 영국 출신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1847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한국과 일본에서는 <폭풍의 언덕>이라 제목이 번역되었지만, 실제 원서 제목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언덕'이라는 뜻의 워더링 하이츠입니다. 워더링 하이츠는 소설에 등장하는 언쇼 가 저택의 이름으로 등장하죠.
폭풍의 언덕
2011 | 영국 | 129분
장르 : 멜로, 드라마
감독 : 안드레아 아놀드
출연 : 카야 스코델라리오, 제임스 호손
작중 배경은 요크셔 주로 영국 특유의 우중충하고 거친 바람 부는 날씨와 극 중의 변덕스러운 인물과 스토리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놀랍게도 이 소설은 브론테 가문의 오래 전 조상 대에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양자로 들어왔던 아이가 양아버지가 죽자마자 집안에 쫓겨났다가, 히스크릴프처럼 부자가 되어 집안의 재산을 차지하고 막내딸과 결혼해 집안의 가계를 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더욱 영화 속 인물들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일까요.
영화 <폭풍의 언덕>은 워낙 원작이 유명한 덕분에 꾸준히 리메이크되어 왔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을 바로 2011년 버전입니다. 영드 <스킨스>에서 퇴폐미를 선보였던 카야 스코델라이오와 제임스 호손이 주연을 맡았는데요. 흑인 히스클리프라는 파격적인 설정 덕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평을 얻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황량한 들판의 외딴 저택에 아빠 언쇼는 갑자기 히스클리프라는 고아 소년을 데려오는데요. 친아들 힌들리는 아빠가 데려온 히스클리프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래서 그는 본인보다 더 아빠의 사랑을 받는 히스클리프가 꼴보기 싫어 수시로 괴롭힙니다.
반면 딸 캐시는 처음에는 낯설어 했지만 점차 둘은 친구가 되면서 절친처럼 함께 들판을 실컷 돌아다니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언쇼가 죽자, 힌들리는 이때다 싶어 히스클리프를 더욱 학대하며 괴롭히죠.
괴로운 시간 속에서도 히스클리프는 캐시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꿋꿋이 버텨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대저택 귀족의 아들 에드가와의 약속이 생겨버린 캐시는 히스클리프를 점차 소홀히 대하고, 둘 사이는 점점 더 어색해지기 시작하죠.
그러다 결국 캐시와 에드가의 결혼이 기정사실화 되고, 어느 날 밤 캐시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잘못 오해한 그는 분노에 사로잡혀 집을 나가게 됩니다. 사실 캐시는 히스클리프가 떠나고 나서야 그가 자신의 전부라고 말했던 것이었는데, 정작 중요한 말을 히스클리프가 듣지 못한 것이었죠.
괴로움을 안고 떠난 히스클리프는 보수심 하나로 힘겹게 부자가 되어 캐시의 가족에게로 돌아옵니다. 돌아오자마자 그는 힌들리의 재산을 모조리 빼앗고 굴복시키는데 성공하죠. 이어 캐시의 마음을 되돌리려 하는데요.
여전히 아름다운 캐시의 모습에 히스클리프는 넋이 나가버립니다. 하지만 이니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그녀는 현재 인심중이였고, 행복한 가정의 앞날을 꿈꾸고 있었죠. 히스클리프는 그녀에게 간절히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현실적으로 떠날 수 없었던 그녀는 이를 거절하고, 이에 히스클리프는 또 한 번 분노하며 그녀를 떠납니다.
결국 복수에 눈이 완전히 멀어버린 히스클리프는 에드가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해버립니다. 그리고 이내 에드가 집안의 재산을 모두 빼앗으려 하죠. 이 사실을 알게 된 캐시는 결국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딸 캐서린만 낳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녀의 죽음에도 불구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아들과 캐시의 딸 캐서린을 강제로 결혼을 시키고, 에드가의 재산을 모두 빼앗는데 성공해버립니다. 결국 원하던 복수에는 성공했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이는 이미 떠난 뒤였죠.
이내 삶의 모든 의미를 잃어버린 히스클리프는 허무함을 느끼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참회하다 쓸쓸하게 홀로 눈을 감습니다.
요크셔의 황량한 바람을 가득 느낄 수 있었던 연출
파격 캐스팅과 각색으로 인해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2011년 버전과 달리 원작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는 버전은 바로 1992년에 방영된 줄리엣 비노쉬와 랄프 파인즈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폭풍의 언덕>인데요. 1992년 버전의 경우 초반부터 스릴러같은 연출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문학적인 작품의 색깔을 굉장히 충실히 따랐더라구요.
더불어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의 내면 속 실미의 변화와 어떻게 악인이 되어가고 참회의 과정에 빠지는지에 집중점으로 초점을 맞추어 굉장히 몰입감이 좋았습니다. 좀 더 주인공 히스클리프에 맞춰진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인물 서사에도 더욱 깊이가 느껴지는 버전이였어요.
물론 그에 비하면 2011년 버전은 조금 강렬한 이미지가 마구 쪼개져 있는 느낌이였어요. 기존 원작 소설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드러내기 보다는 은연중에 감춰있다가 싹 드러나는 느낌이랄까요.
1992년도작은 원작 그대로 복수의 서사가 아주 장황하게 묘사가 되었다면, 2011년작은 메인 서사보다도 히스클리프와 캐시라는 인물의 관계와 감정에 굉장히 집중하도록 만든 연출을 선보였는데요. 사람에 따라 이 부분은 무척 호불호가 클 것으로 느껴지지만 개인적으로는 황량하고 안개싸인 요크셔의 배경의 맞물려 굉장히 인상적이여서 저는 좋더라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 특유의 음울한 날씨 톤과 강렬한 바람이 주되게 등장하면서 더욱 안타까운 두 연인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는데요.
영화관같이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영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구 휘몰아치는 바람과 희끗한 안개 속에서 오롯이 두 사람의 모습과 감정에만 집중하게 되는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는 작품이였어요.
솔직하지 못했던 연인의 끔찍한 비극 결말
애당초 낮은 자존감때문에 멋대로 떠나버리고 복수를 하려는 히스클리프도 잘못이지만, 진작 히스클리프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지 못한 캐시도 참 안타깝더라구요. 그렇다고 이미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 불쑥 나타난 히스클리프를 원망하지도 그렇다고 내치지도 못하는 가엽은 캐시.
결국 서로가 조금 더 믿음을 갖고 용기를 내어 마음을 표현했으면 이러한 비극이 이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영화가 끝나고 환청처럼 강한 바람 소리가 잠시동안 귓가에 멤돌았는데요. 개인적의 영국의 날씨와 자연을 무척 좋아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꼭 한 번 영화 촬영지였던 요크셔 들판을 주인공들처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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