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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 세 사람의 관점에서 드러난 숨겨진 진실
역사극 마니아지만 중세물은 그닥 선호하진 않아서 개봉 당시에는 당연스레 제꼈던 영화인데요. 개봉 이후에 연출력과 영상미가 대단하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급 보게 되었어요.
마지막쯤에 반전이 나온다고 해서 도대체 무얼까 싶어 장장 152분짜리 영화를 살짝 버거움을 이겨내고 겨우 봤네요.(휴~😅)
아무래도 러닝타임이 길다보니 중반에 살짝 지치긴 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분위기의 느낌인데 불구하고 흡입력이 높아서 끝까지 볼 수 있었어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2021 | 미국, 영국 | 152분
장르 : 액션, 스릴러
감독 : 리들리 스콧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인 14세기 프랑스. 집안 대대로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장(맷 데이먼)과 자크(아담 드라이버)는 함께 여러 전투를 치른 친구 사이입니다.
오래 전 아내와 자식을 잃은 장은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마르그리트(조디 코머)와 결혼을 하고 행복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투에 참여하던 장은 불같은 성미와 우둔함으로 인해 윗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집도 빼앗기고 여러 모로 수모를 겪습니다.
그에 반해 지능적인 플레이로 장의 지위와 권력을 얻어가던 자크는 점점 장을 무시하고 서로 적대시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크는 잔치에서 본 마르그리트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되고, 카루주 가 사람들이 모두 집을 비운 사이 그녀를 찾아가 겁탈을 시도합니다.
이후 전투에서 돌아온 장에게 마르그리트는 자크에게 겁탈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침묵을 강요하던 시대에 마르그리트는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합니다. 그리고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이 열리게 됩니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장은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결투 재판을 요청합니다. 승리할 경우 정의로 인정되지만 질 경우 장뿐만 아니라 아내인 마르그리트도 함께 처형되는데...
과연 세 사람의 운명이 걸린 최후의 결투는 어떻게 끝이 날까요.
하나의 사건 세 가지의 시선
<블레이드 러너>, <마션>, <에어리언: 커버넌트>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21년 신작인데요.
이전에 <글래디에이터>로 엄청나게 스펙터클한 중세물을 선보여 큰 사랑을 보였던 감독이라 역시 비주얼적인 영상미는 정말 실감날 정도로 생생했어요. 역시 중세물 장인👍
정말 익숙하게 유명한 쟁쟁한 배우들이 주조연급으로 출연했음에도 불구 엄청난 세트장이 순식간으로 그 시대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듯 합니다.
초반부터 이 영화의 제목을 강조하듯 최후의 결투장면이 짧게 보여지고, 이야기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데요. 특이하게도 3명의 주요인물인 장과 자크 그리고 마르그리트가 같은 시기의 이야기를 각각의 관점에서 서사를 끌고 나갑니다.
동일한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여러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가 떠오르더군요.
사실 이런 형식의 작품은 아무래도 똑같은 일들을 반복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분량도 엄청나고 자칫 루즈해질 수가 있어서 보는 데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봤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감동이나 반전의 요소가 크기 때문에 매력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 이후 내용부터 스포가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장의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장의 시선에만 따르면 그는 가문의 명예와 국가를 위해 엄청나게 헌신했고, 비록 조건부 결혼이긴 했지만 아내 마르그리트를 엄청 다정하게 대한 애처가로 나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시작되는 자크의 이야기에서 장은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다혈질에 무식한 친구로 그려집니다.
그와 달리 높은신분의 비위를 잘 맞추면 똑똑하게 승승장구하던 그는 마르그리트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잊으려다가 결국 욕망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범합니다. 그리고 오로지 불륜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자아도취 되어버리죠.
이렇게 진실이 의문으로 빠질 때 마지막으로 마르그리트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완전히 반전됩니다.
반역자의 딸로 결혼이 어려웠던 그는 땅을 예물로 장과 정략결혼을 하게 되지만, 무뚝뚝하다 못해 거친 남편은 집안에 속박시켜놓고 얼른 아이를 가질 것을 강요합니다.
갑갑한 생활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집안을 이끌었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작스런 자크의 방문으로 무너지고 맙니다.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레 자아도취에 빠진 자크에게 당해버린 것이죠.
모욕을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고백하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치욕을 견디고 참을 것을 종용합니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던 마르그리트 임신 중임에도 재판을 끝까지 진행하려 하지만, 어째서인지 피해자인 자신을 위한 재판이 아니라 두 남자의 명예를 위한 결투로 변질되고 말죠.
거기다 마음대로 자신의 목숨이 두 사람의 결투가 판결이 나는 어이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진실과 피해자가 빠진 그들만의 전투
같은 사건의 3개의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것 같았지만, 세 사람의 시선은 정말이지 생각보다 너무 분위기가 달랐어요. 특히 마지막 마르그리트의 이야기는 완전 딴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상반된 분위기가 진행되는데요.
장과 자크 둘 다 모두 웃긴 것이 자기들 관점에서는 무조건 본인이 서로를 도와주었고, 스스로 로맨티스트에 다정한 남자라고 착각을 한다는 점이였어요.
마르그리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는 냉정하고 차가운 남편이였고, 한 명은 성폭행범이였던 것이죠. 중세 시대 여성이 재산으로 취급되던 끔찍하던 시대의 비극을 아주 세련되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여주어 더욱 그녀의 삶의 고난이 느껴졌는데요.
놀랍게도 이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어난 범죄와 스캔들과 결투 재판의 기록>이라는 원작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책으로 쓰일 정도에 역사적 자료가 남은 것을 보면 유명한 재판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그녀의 이야기 관점에서는 내내 그녀의 분노와 허탈감이 느껴져서 매우 안타까웠어요. 정작 피해자인 그녀는 배제되고 오롯이 명예만을 위해 싸우는 두 남자.
심지어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녀에게 잘못을 묻고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라니...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안타깝게도 현재에도 비슷한 경우들이 많아서 더욱 씁쓸했는데요.
전투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어느새 진실따윈 중요치 않고 오롯이 오락으로서의 재미로 그들을 지켜봅니다. 그저 마르그리트만이 죽음의 공포속에서 부들부들 떨어야했죠. 결국 다행스럽게도 장은 이겼고, 어느새 영웅처럼 떠받들어집니다.
정의가 이겼다고 말이죠.(진실은 신이 이기게 해줄꺼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중세법) 하지만 목숨을 건진 마르그리트는 피해자와 진실에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엔딩 후 그녀의 삶
이후 장도 전투에서 일찍이 목숨을 잃고 마르그리트는 혼자 30년 동안 영지의 안주인으로 살았다고 나오는데요.
마지막에 재혼하지 않았다고 강조되어 나오는 것으로 당시 중세 여인들의 삶이 얼마나 속박에 무게 속에 갇혀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였어요.
다행스럽게 자신을 닮은 아들을 보며 굉장히 평화롭게 미소 짓던 그녀.
여성으로 인해 많은 것에 제약이 있었지만, 이야기 속에서 살짝 드러난 점으로 미뤄볼때 그녀는 현숙하고 경제적인 운영 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보여 충분히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산 세월이 평화롭고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긴 런닝타임에 보기 전에 미리 확 지치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작품은 영상미와 더불어 배우들의 쟁쟁한 연기력이 돋보여서 몰입이 상당해서 생각보다 술술 보게 되었는데요.
보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인 여주인공을 맡은 조디 코머의 연기가 참 인상깊더라구요.
영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에서는 그렇게 존재감이 강렬하진 않았는데, 이후 <킬링이브>나 여러 영화에서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엄청난 필모를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 엄청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또 어떤 역할로 나올지 기대가 궁금해지네요.
길긴했지만 차근차근 보는 서사적 재미와 더불어 생각보다 엄청난 반전은 아니지만 묵직한 관점을 선사했던 <라스트 듀얼: 최후의 전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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