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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국민 화가 이중섭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중섭 미술관이 있는데요. 이전 제주 여행에서 못 갔던터라 매우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요. 이번에 서귀포를 숙소로 정하게 되면서 꼭 방문하기로 미리 계획했습니다. 다행히 미술관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이중섭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었네요.
제주 이중섭 거리와 미술관 소개
바쁘게 제주 일정을 소화하다가 이중섭 미술관을 가기로 마음 먹은 날은 바로 비 오는 날이였는데요. 궂은 날씨라 어디 멀리가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숙소에만 있기에는 아쉬운 이런 날씨에는 실내 관광이 최고인 듯 합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급흐리기 시작하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는데요. 걷지 못할 정도로 많이 오는 게 아니라 사부작 사부작 시원하게 니려서, 우산을 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중섭거리로 향했네요.
비 오는 날에 이중섭 거리에서의 아쉬움이란 거리 플리마켓을 보기 어렵다는 점인데요. 이중섭 거리 초입에는 서귀포 예술시장이라고 미니 플리마켓이 보통 열려 있는데, 이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인지 많은 상인분들이 나오진 않으셨더라구요.
이중섭 거리로 오게 되면 정말 곳곳에서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땅바닥에 있는 돌에도 새겨져 있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뭔가 더 아기자기하고 곳곳에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가다가 우연히 작은 돌하르방을 발견했는데요. 누가 이렇게 귀여운 모자를 씌워났더라구요.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는 완전 힙한 돌하르방. 이중섭 거리는 굉장한 경사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데요. 저는 매일올레시장에서 내려가는 방향으로 걸어가서 한결 수월하긴 했지만, 보고나면 반대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이중섭 미술관 가까이 갈수록 이렇게 벽화들도 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도로명이 이중섭로네요. 맞은 편에 있던 벽화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그림이였는데요. 골목 안쪽이라 공간은 다소 좁긴 했지만, 인증샷 남기기 참 좋더라구요.
이중섭 미술관 가는 길
이중섭 거리를 구경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이중섭 미술관 입구가 보입니다.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야 미술관을 만날 수 있는데요. 걷는 길 곳곳에 풀들이 우거져서 굉장히 길이 이쁘더라구요.
사실 크게 걸을 것도 없이 금세 미술관 모습이 보입니다. 원형의 대략 2~3층 되는 그리 높지 않은 독특한 외관이였는데요. 까만 돌담 벽과 흰색의 정갈한 조화가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심플한 것이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술관 옆에는 넓진 않지만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워낙 공간이 협소한 편입니다. 그 외에 이중섭 거리를 중심으로 3곳의 무료 주차장이 있다고 하는데요. 모두 공간이 많지 않아서 항상 만차에 가까운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주말의 경우에는 거리가 차량통제가 된다고 하니 혹시 자차로 오실 예정이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중섭 미술관 입장시간 및 입장료
이중섭 미술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는데요.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과 휴무일은 변동될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가시기 전에 미리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간 날에는 2가지 전시를 진행주이였는데요. 안타깝게도 2층 전시의 경우 아직 오픈 준비중이였고 다음날부터 시작된다고 하더라구요. 1층은 이중섭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였고, 2층의 경우에는 제주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같았어요. 아쉽지만 1층 전시만 가능한 이 날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해서 조금 위안이 되었습니다.
무료로 보긴 했지만 사실 입장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였어요. 그래서 아쉬운 2층 전시를 보러 다음 번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청소년, 군인 800원, 어린이 400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였습니다.
복도에 떡 하니 있었던 너무 유명한 이중섭 화백의 대표 그림 황소를 뒤로 하고 무료로 진행된 1층 특별전으로 들어갑니다. 방금 전 소개한 그림은 아쉽게도 진품은 아니고 프린팅 작품인 듯 했어요.
막상 기대를 안고 들어간 전시관은 생각보다 공간이 아담했고,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금방 봐 버렸네요. 하지만 최대한 비 오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천천히 보면서 아주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화가 이중섭 소개
전시장에는 이중섭 화백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남긴 편지와 그림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는데요. 그는 일본 유학 시절, 문화학원 미술과 후배인 야마모토 마사코(현재는 이남덕 여사)와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첫째아들 야스카타(태현)과 둘째아들 야스나리(태성)를 낳게 됩니다. 이중섭 가족은 한국전쟁을 피해 원산에서 부산을 거쳐 1951년 1월 중순 서귀포에 도착해서 1년을 머물렀다고 하는데요.
머문 기간은 불과 1년이지만 서귀포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던 시간은 피난온 이후로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합니다. 게, 가족, 물고기 등의 서귀포 관련 소재들은 이중섭 그림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그곳을 떠난 뒤에도 꾸준히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952년 6월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 이중섭은 평생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림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중섭이 보낸 편지들과 더불어 옜날에 유학시절 아내 마사코에게 보낸 연서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에 향한 그림움과 사랑을 담은 무수한 편지들
사진이나 그림 외에도 정말 많은 편지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모든 편지들이 번역이 되어 있진 않았지만 압도적인 수량에서는 얼마나 가족들을 그리워했고 다정한 아빠이고 남편이였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편지 사이사이나 뒷장에 그려진 그림들은 자못 감동적인 사랑이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구요.
일부는 번역본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중섭 화백은 정말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였더라구요. 가족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외로움과 가난에 허덕이며 고단한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들은 대조적으로 활기넘치고 인물들이 무척 행복해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왠지 사연을 알고 봐서 그런지 더 애잔하더라구요.
편지는 1955녀 12월 중순에 마지막으로 쓰이는데요. 그렇게 가족과의 재회를 간절히 바랬지만,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만나지 못하고 그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많은 절절한 편지들을 읽어보면서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이중섭 화백의 성격과 삶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감명이 깊더라구요. 아내와 아들을 편지로나마 살뜰하게 챙기고 마음을 전했던 그이기에 가족과 다시 재회하지 못한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은지화 그 외 작품들
사실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답뱃갑 은박지인데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히 어디서든 그림을 그렸던 그는 가난과 전쟁에 맞물려 그림의 재료를 구하지 못하던 시절 담뱃갑 속의 은지를 펴서 송곳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흠이 생기도록 선을 그어 여러 그림들을 그렸다고 합니다.
시대적인 아픔이 담겨있지만 그의 자유로운 생각과 예술적 투쟁이 담겨 더욱 감동적인 이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유명해지게 됩니다.
이중섭의 그림에서 게 그림이 꽤 많이 보이는데요. 서귀포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구리 해안에서 게를 잡아서 놀다가 집으로 가져와 반찬으로 해먹었다고 합니다. 당시 먹을 것이 없어 게를 반찬으로 삼아야 했던 미안함 때문에 그때부터 게를 그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중섭은 친숙한 벗들 외에는 동정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스로 해나가려는 자존심이 높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도 친구들의 도움을 거부하고, 스스로 벌이를 해서 이겨내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었죠. 하지만 가족과 이웃, 친구들에게는 정직하고 다정한 인물이였던 것 같아요.
그의 그림들은 자유분방한 소재를 넘나들며 특유의 개성과 독자적인 색채가 쓰여서 천재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데요. 무엇보다도 극한의 전쟁상황과 가난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꿋꿋히 많은 그림들을 그려나갔던 점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전시는 편지화, 엽서, 그리고 은지화가 전부여서, 유명한 유화작품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하지만 그에 가족 대한 사랑을 통해 좀 더 이중섭 화백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진 기분이 듭니다.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이후 서울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에서 또 한 번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트숍
전시를 보고 나오면, 아까 매표소가 있던 바로 앞 공간에 이렇게 아담하게 아트숍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다양한 엽서와 굿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중섭 도록도 판매되고 있었는데요. 약간 모양은 책에 가까웠고, 만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요새 일반 책도 거의 2만원인데 참 저렴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못 봐서 아쉬웠던 분들이라면 저렴한 도록으로 대리 소장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전시장에서 실물을 보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대형 인쇄물 그림들이 많았는데요. 그 외에도 엽서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파란색 배경의 해맑게 부둥켜 안고 있는 아이들과 해님같은 그림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인쇄 퀄리티도 나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서 살짝 고민이 되었는데, 밖에 비가 오고 있고, 엽서가 꽤 커서 가방에 안 들어가서 패스했네요. 하지만 숙소에 가니 자꾸 아른거려서 결국 모래 방문 때 구매해버렸습니다. 지금 제 방 벽에 아주 이쁘게 붙여져 있는데 다시 봐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은지화 체험
최대한 꼼꼼히 천천히 전시를 둘러봤지만, 아담했던 관계로 금방 끝나버린 관람. 비도 아직 오고 있어서 뭐할까 하다가 그 옆을 둘러보니 체험공간이 있더라구요. 기간 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주 토,일 오전 10시-오후5시까지 은지화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산책길 운영 활성화를 위해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이더라구요. 마침 오늘은 가능했던 날이라 조심스레 들어가봅니다. 들어가보니 직원 한 분 빼고는 아무도 없어서 살짝 머쓱했지만 덕분에 아주 공간을 독점 이용했네요.
진짜 답뱃갑 은지화 체험을 해보나 기대와 달리 아쉽게도 은박지 종이에 그리는 체험이였습니다. 그래도 무료로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그림들을 보며 골라봅니다. 결국 픽한 그림은 아까 마음에 들었던 그림을 골랐습니다.
열심히 선따라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리면 이렇게 뒷장 은박지 종이에 새겨지는데요. 체험존에 있는 사인펜들로 이렇게 선들을 따라 그려주면 완성입니다. 참 쉽죠. 보통은 가득가득 채색을 해야 이쁘다고 하는데요. 은근 따라 그리는 게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 정도로 만족하고 완성을 끝냈습니다.
그저 심심해서 해본 건데 생각보다 뿌듯한 결과물에 만족스럽더라구요. 아직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주말에는 다른 체험이라도 열릴 수 있으니 꼭 이중섭 미술관 옆 예술극장 안내판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비주기적으로 공연도 한다고 해서 다음 번에는 꼭 미리 알아와서 공연을 봐 보고 싶네요.
미술관을 보고 나와서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살짜 그쳐서 이중섭거리 아래쪽으로 걸어내려갔는데요. 곳곳에 굿즈상점들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아기자기한 골목이라 여기저기 가볍게 둘러보기 정말 좋습니다.
원래는 시내 중심이라 정말 사람들이 많았던 곳인데, 날이 안 좋아서 그런지 정말 한가로운 거리 모습이였어요. 거리 입구까지 쭉 내려오니 이중섭의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습니다.
이중섭 거리 입구 옆에는 굉장히 귀엽고 이쁜 카페도 있어서 눈길이 가더라구요. 맛있어 보이는 수제 케이크를 팔고 있어서 꼭 한 번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마지막날까지 가보지 못했네요. 다시 숙소로 돌아가던 중 비가 쏟아져서 헐레벌떡 근처 스타벅스로 대피했네요.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지만, 그래도 덕분에 이중섭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부디 서귀포에 오게 된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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