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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티빙에서 파라마운트+ 종료 소식을 알렸는데요. 정식 종료는 6월 18일이지만 그 전에 종료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어서 요새 서둘러 보는 중입니다. 5월 31일에 종료되는 작품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뭔가 괜시리 조급해지더라구요. 그 중에 <잉글리쉬 페이션트>라는 영화도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고전 명작 느낌이 가득해서 얼른 시청했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 영화 소개
영화를 많이 보는 국내에서 평점이 높기란 쉽지가 않은데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네이버 기준 무려 9점대가 훌쩍 넘더라구요. 더불어 캐스팅은 영국 배우 랄프 파인즈, 크리스틴 스콘 토마스, 콜린 퍼스 그리고 프랑스 대표 배우 줄리엣 비노쉬, 미국 배우 월렘 대포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더욱 기대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
1997 | 영국, 미국 | 162분
장르 : 전쟁, 드라마
감독 : 안소니 밍겔라
출연 : 랄프 파인즈, 줄리엣 비노쉬, 월렘 대포,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콜린 퍼스
랄프 파인즈는 해리포터 덕후들에게는 볼드모트 역할로 더 유명한데요. 알고 보니 그의 데뷔작은 <폭풍의 언덕>으로 이번 영화에 출연했던 줄리엣 비노쉬와 비극적인 연인 사이로 나왔었는데, 뭔가 두 영화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보니 참 신기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영화는 제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될 무렵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비극적인 전쟁 로맨스 영화인데요. 황량하고 거친 사막을 배경으로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는 두 남녀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로맨스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비극과 현실을 안타깝게 담아내고 있기도 하죠.
기억을 잃은 영국인 환자의 이야기
제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될 무렵 야전병원에 전신 화상으로 기억을 잃은 환자가 들어옵니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폭격에 맞아 추락하여 죽어가던 상황에서 현지인들의 보살핌 덕분에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죠. 하지만 사고의 후유증으로 그는 국적과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영국인 환자'로 불리고 있었죠.
그곳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한나는 전쟁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동료를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중 회복이 불가능해보이는 영국인 환자를 정성껏 간호해 살리기 위해 이탈리아 북부의 수도원에 단 둘이 남게 됩니다. 그 후 캐나다 정보부대 요원이자 전쟁 속 가혹한 학대로 엄지손가락을 잃은 데이비드 카라바지오라는 남자가 찾아와 머물게 해달라 부탁합니다.
이후 수도원에 여러 개의 폭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제거하기 위해 영국군 하사와 폭탄 제거 전문가 킵이 찾아와 5명은 함께 살게 됩니다. 정성껏 자신을 치료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군인들에게 영국인 환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주기 시작하죠.
그의 정체는 헝가리 출신의 백작 알마시. 국제 지리학회 팀의 일원으로 절친 매독스와 함께 아프리카의 북부 사막의 지형을 조사해 지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영국 정부의 후원을 받은 귀족 부부 제프리와 캐서린이 합류하게 됩니다. 이들은 곧 일어날 전쟁을 위해 북아프리카를 차지하기 위한 지도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죠.
알마시는 캐서린을 처음 보는 순간 반해버리고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섭니다. 그리고 제프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금지된 사랑에 빠져버리죠. 하지만 이내 곧 캐서린은 남편을 배신한 것에 괴로하며 그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하지만 알마시는 이를 인정할 수 없었죠.
비극적인 사랑의 안타까운 결말(스포O)
하지만 결국 이들의 사이를 미리 알고 분노했던 제프리의 위험한 비행으로 인해 제프리는 죽고 캐서린은 큰 부상을 당하고 맙니다. 이 때 캐서린은 이별 후에도 그를 계속 사랑했다고 말하죠. 알마시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동굴에 비상식량과 함께 두고 서둘러 도움을 요청하러 사막을 걸어갑니다.
몇날 몇일을 쉬지 않고 걸어 도착하지만 영국군에게 독일인 취급을 당해 포로로 잡히고, 간신히 도망친 그는 독일군에 지도를 넘기고 연료를 얻어 비행기를 타고 그녀에게 도착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어둠 속에서 홀로 죽은 뒤였죠. 슬픔과 절망에 휩싸인 그는 캐서린을 비행기에 태우고 하늘을 날던 중 폭격에 의해 추락하고 맙니다.
비록 그녀를 살리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지도가 독일군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그는 졸지에 스파이 취급을 당하게 되었고, 이에 죄책감을 느낀 친구 매독스는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카라바지오 또한 이로 인해 모진 고민으로 손가락을 잃게 되었던 것이죠. 이에 복수를 하려고 찾아왔었던 그는 알마시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리게 됩니다.
자신이 저주받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한나는 알마시의 이야기를 듣고 큰 연민을 느끼게 되는데요. 결국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알마시는 한나에게 캐서린의 마지막 글을 들으면서 잠들듯 죽고 싶다고 도와달라 말합니다. 한나는 눈물을 쏟으며 그를 도와주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도 새로운 곳으로 떠납니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영화 제목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영국인 환자'라는 뜻으로 주인공 알마시를 의미하는데요. 그러고 보면 영어라 멋스럽게 느껴져서 그렇지 알고보면 되게 단조롭고 평범한 제목이 아닐 수 없는데요.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지칭되는 인물이 기억을 잃고 영국인 환자로 불렸다는 점에서 제목이 딱 맞게 잘 지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주인공 알마시는 실존 인물인 헝가리 귀족 라즐로 알마시 백작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는 실제로 사하라 사막을 비행기로 여러 번 탐험한 탐허가였다고 합니다. 원작과는 달리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고용되어 스파이들을 이집트에 몰래 침투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그걸로 공로상을 받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주인공 이름과 귀족, 탐험가라는 설정 외에는 모두 허구적인 내용이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불륜은 불륜. 딱히 불륜을 미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고전 소설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는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주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이국적인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와 비극
어떤 상황에서든 참 사랑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른 불륜 로맨스와는 다르게 고전스러운 고급진 매력이 있더라구요. 두 사람이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라던가 열렬히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너무 선정적이지 않고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져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 미중년이 되신 콜린 퍼스가 남편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비중도 너무 작고 딱히 멋지다고 느껴지진 않더라구요. 오히려 마지막에 같이 죽자 하며 아내도 타고 있는데 무작정 알마시에게 돌진하는 모습은 너무 무모하다고 느껴지더라구요. 배신감은 십분 이해하지만 굳이 죽음으로서 복수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너무 유명한 배우들의 리즈 시절이라 반갑긴 했지만 솔직히 162분 분량의 영화가 요새는 참 버겁다 느껴졌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살짝 지루해서 영 몰입이 안 되더라구요. 하지만 처음과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 울림이 느껴져서 사실상 이 영화는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버틴거구나 싶었습니다.
굉장히 슬픈 엔딩인데도 불구 사막이라는 이국적이고 황량한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행 장면이 너무 아름답더라구요. 심지어 캐서린은 죽은 상태인데도 말에요. 거기다 극적인 분위기에 흐르는 음악까지. 왜 이 작품이 명작으로 지금까지 손꼽히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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