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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시상식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과연 어떤 작품이 수상할지 초미의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상에 연연해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끌리는 대로 취향껏 보는 편이라 이런 시상식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요. 생각보다 쟁쟁한 후보군에 관심이 생겨서 올해는 특별히 챙겨보았네요.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 소개

오스카

 

미국에서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년 세계적인 영화 작품들을 후보로 두고 다양한 종류의 상을 수상하고 있는데요. 두 시상식의 색깔과 결은 다르지만 아카데미의 경우 좀 더 대중적이거나 미국스러운 상을 주기로 꽤 유명했습니다. 때문에 여러 논란들도 생기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한쪽에 쏠린 경향성을 바꾸려는 노력이 엿보이는데요. 특히나 올해에 후보로 올라온 작품들을 보니 확실히 나아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미 시상식이 끝나 결과가 나온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상 후보작들이 10편 모두 너무 괜찮아서 기록겸 간단하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한 편씩 보려고 말이죠.

 

 

 


1. 아메리칸 픽션

아메리칸-픽션

아메리칸 픽션

2023 | 미국 | 117분
장르 : 블랙 코미디, 드라마
감독 : 코드 제퍼슨
출연 : 제프리 라이트,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 에리카 알렉산더

 

영화 <아메리칸 픽션>은 코드 제퍼슨의 첫 장편작인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대학 교수이자 흑인 작가인 몽크의 소설이 학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데 반해 판매량은 저조하고, 그의 최신작 원고는 흑인스럽지 못하다며 거절당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후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과 인종 문제로 다투다가 근신 처분으로 보스턴에 열리는 세미나에 가게 되죠.

 

그곳에서 전형적인 흑인들의 모습을 담아 베스트셀러의 작가의 반열에 오른 신타라 골덴을 만나게 됩니다. 퍼시벌 에버렛의 소설 <지우개>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미국 출판업계에서 소위 잘 팔린다는 흑인 소재가 자극적으로 상품화되면서 오히려 다양한 흑인 문화를 축소시키는 문제를 꼬집고 있죠.

 

 

이전의 영화들에서 흑인과 관련된 인종문제를 다룰 때 보통 노예나 갱스터 등 굉장히 극적이고 암울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토로했던 것과 달리 <아메리칸 픽션>은 굉장히 일상적이면서 유쾌하게 한편으로는 지니어스하게 시대 풍토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으로는 출중한 연기력으로 다양한 필모를 쌓은 제프리 라이트가 맡았네요.

 

 

 

2. 바비

바비

바비

2023 | 미국 | 114분
장르 : 블랙 코미디, 판타지, 어드밴처
감독 : 그레타 거윅
출연 :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 케이트 맥키넌, 잇사 레이, 두아 리파

 

영화 <바비>는 유일하게 본 작품인데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오펜하이머>와 맞물려서 엄청난 홍보 시너지를 보여주었죠. 영화는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바비 인형을 주인공으로 남성 우월주의가 만연한 현실을 유쾌하게 꼬집는 이야기인데요. 살짝 스토리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예고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덕분에 관심도 없었는 데 볼 마음이 생겨버렸죠. 연출은 <작은 아씨들>, <레이디 버드>로 호평받아온 그레타 거윅이 맡았는데요. 특유의 여성 서사 중심을 굉장히 따뜻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더불어 진짜 바비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은 마고 로비와 킹받는 연기를 보여준 라이언 고슬링도 인상적이었죠.

 

 

 

3. 추락의 해부

추락의-해부

추락의 해부

2023 | 프랑스 | 152분
장르 : 드라마, 범죄, 법정물, 스릴러
감독 : 쥐스틴 트리에
출연 :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를로드, 앙투안 라이나르츠

 

내용적으로는 가장 궁금한 작품입니다. 미국스러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처럼 후보작에 오른 유럽 영화거든요. 프랑스 영화인 <추락과 해부>는 쥐스틴 트리에가 각본과 감독을 맡고, 독일 3대 배우로 유명한 잔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가 유일한 목격자이자 시각 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만 있는 상황에서 법정에 서게 되고,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법정 심리물인데요. 뛰어난 각본과 연기력으로 제 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4. 바튼 아카데미

바튼-아카데미

바튼 아카데미

2023 | 미국 | 133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감독 : 알렉산더 페인
출연 : 폴 지아마티, 도미닉 세사,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 캐리 프레스턴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가상의 학교를 배경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야기인데요. 1970년대 코미디 영화라는 설정으로 극적인 스토리가 있진 않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대사력으로 굉장히 극을 흥미롭게 이끌어갑니다. 주연인 폴 지아마티를 포함하여, 명품 조연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와 신인 도미닉 세사의 연기력이 무척이나 좋다는 평이라 더욱 궁금케 하네요.

 

줄거리는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자 가족과 친구 없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중년 남성 폴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기숙사에 남아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는데요. 자유로운 영혼이라 폴과 수시로 부딪히는 앵거스와 일찍 아들을 잃은 기숙사 주방장 메리까지. 3명은 어쩌다가 외로운 학교 지킴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5. 플라워 킬링 문

플라워-킬링-문

플라워 킬링 문

2023 | 미국 | 206분
장르 :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서부극
감독 :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릴리 글래드스톤, 제시 플레먼스, 로버트 드니로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아카데미에서 항상 고배를 마셨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만남인데요.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와 몰리 카일리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오세이지족 사람들이 석유 시추와 관련하여 끔찍한 비극을 맞는 내용입니다.

 

 

실제 미국에서 일어났던 오세이지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기존의 액션 위주의 서부범죄극과 달리 굉장히 밀도있고 무게감 있는 연출이 기대가 되는데요. 몰리 역을 맡았던 리리 글래드스턴은 실제로 원주민 출신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6.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마에스트로-번스타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2023 | 미국 | 129분
장르 : 드라마, 전기
감독 : 브래들리 쿠퍼
출연 : 브래들리 쿠퍼, 캐리 멀리건, 제레미 스트롱

 

분장까지 하면서 엄청난 열연으로 보여준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까지 맡으면서 제대로 수상작에 욕심을 부려봤던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인데요. 실제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생애와 아내와의 결혼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내악, 오페라 뿐만 아니라 뮤지컬 음악도 만들었던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바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용은 부부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그의 예술적인 성취와 업적은 많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하네요. 때문에 전기물 장르치고는 참신했으나 과도한 열연과 애매한 스토리로 평가에 있어 호불호가 크게 나뉜다고 합니다.

 

 

 

7.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

2023 | 미국, 영국 | 180분
장르 : 전기, 전쟁, 정치, 시대극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전 세계적으로 큰 호평과 흥행을 보여준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데요. 국내에도 팬들이 많아서 개봉 전부터 큰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었죠. 내용은 실존 인물인 천재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오펜하이머 역으로는 매력적인 마스크에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엄 머피가 맡았죠. 무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워 아직 보진 못햇지만, 본 이들의 열렬한 후기에 따르면 전기 영화임에도 탄탄한 플롯과 흡입력 높은 연출이 매우 뛰어나서, 3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되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8. 가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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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2023 | 영국, 아일랜드, 미국 | 141분
장르 : SF, 드라마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엠마 스톤, 윌럼 더포, 라미 유세프, 마크 러펄로, 제러드 키마이클

 

<가여운 것들>은 <더 랍스터>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그리스 출신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인데요.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국을 배경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기묘한 미장센 연출로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크죠.

 

 

최근에는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작을 맡았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습니다. <가여운 것들>은 천재적이고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가 그녀에게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의 제안으로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벨라 역에는 엠마 스톤이 맡았는데요. <라라랜드>에서 <크루엘라>까지 매번 준수한 연기력과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는 매력으로 놀라움을 안겨주는 배우였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포스터부터 압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영화를 본 후기에 따르면 엠마 스톤이 다 한 영화라고 할 정도라는데요. 그 덕분인지 이번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죠.

 

 

 

9.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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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 미국, 영국, 폴란드 | 105분
장르 : 드라마, 역사, 전쟁
감독 :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랄프 헤르포스

 

영화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촬영이 되었다고 합니다. 내용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으로 일하는 루돌프 회스가 아내와 5명의 자녀와 함께 수용소 담장 바로 옆에서 아주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반대편에서는 끔찍한 학살이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오히려 더 참혹하게 느껴집니다.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달리 직접적으로 그 실상을 고발하기보다 냉정하고 담담한 연출로 그려냅니다. 이번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바로 영국 출신의 조나단 글레이저인데요. 

 

 

1990년대에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했는데, 자미로콰이 뮤비로 엄청난 혁명을 일으키며 큰 화제를 얻기도 했었죠. 이후에는 영화 <탄생>, <언더 더 스킨> 등 독특한 감각으로 깊이감 짙은 작품을 연출해냅니다. 조나단은 실제 유대인이라고 하는데요. 다작하는 편이 아니여서 이번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정말 오랜만에 나온 그의 신작이라고 하네요.

 

 

 

10. 패스트 라이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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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2023 | 미국, 한국 | 105분
장르 : 드라마, 로맨스
감독 : 셀린 송 
출연 :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데뷔작인데요. 셀린 송은 영화 <넘버3>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로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고 합니다. 남주인공 해성은 어린 시절 한국에서 나영과 친하게 지냈는데요. 그러나 첫사랑이었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게 됩니다.

 

12년 후 나영은 노라라는 이름으로 뉴욕에서 작가를 꿈꾸며 살아가게 되죠. 그러다 우연히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SNS로 알게 되지만 또 인연은 엇갈리고, 또 다시 12년 후 인연을 붙잡기 위해 해성이 뉴욕으로 오게 되면서 둘은 드디어 재회하게 됩니다.

 

노라 역에는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가 그리고 해성 역에는 한국 배우 유태오가 맡았는데요.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한국적 요소인 '인연'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로맨스로 해외에서 개봉 직후 꾸준히 화제성과 호평을 얻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최근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보기 힘든데, 모처럼 괜찮은 로맨스 영화가 나온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은 끝이 났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가 많은 상들을 휩쓸었는데요. 아직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이미 예고편만 보더라도 아주 놀라운 작품이 나왔구나 싶더라구요. 사실 10편 후보작들 모두 쟁쟁해서 어떤 작품이든 충분히 납득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미국 이민과 인연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일 궁금하구요.

 

그 다음으로는 <추락의 해부>와 <가여운 것들> 그리고 <바튼 아카데미>가 제일 보고싶네요. 솔직히 그냥 10편 다 재밌을 것 같고 내용이 궁금해서 얼른 보고싶네요. 추후 보게 되면 한 편씩 영화 후기를 찬찬히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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