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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드라마에 빠져서 전처럼 영화를 많이 보진 못하지만, 대신 영화 관련 콘텐츠는 꾸준히 보고 있는데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그냥 스치듯 보고마는데, 이동진 평론가님이 꼽은 2023년 한국영화 순위를 보고 흥미로워서 나중에 볼겸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최근 들어 OTT산업의 활성화와 고질적인 한국 대중영화의 여러 문제들로 인하여 한국 영화는 망했다썰이 많이 돌고 있는데요. 사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한국 영화를 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볼 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평론가님이 뽑으신 리스트를 보니 생각보다 호기심이 동하는 작품이 많더라구요. 그럼 10위부터 차례대로 소개해볼게요.

 

 

 

2023년 한국 영화 순위 10편


10위. 잠

첫 번재로 소개된 영화는 바로 <잠>이라는 작품인데요. 10위로 꼽혔습니다. 정유미, 이선균 주연의 작품으로 독특한 포스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였는데요. 알고 보니 유재선 감독의 첫 데뷔 장편영화라고 합니다. 

 

잠

러닝타임 : 94분
감독 : 유재선
출연 : 정유미, 이선균, 김금순, 김국희, 이경진, 윤경호

 

현수와 수진은 행복한 신혼부부로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누가 들어왔다며 이상한 말을 중얼거립니다.

 

그날 이후 잠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는 현수로 인해 수진은 공포심에 잠들지 못하고, 현수 또한 가족을 해칠까 두려워 합니다. 이후 둘은 치료를 받고 온갖 노력을 하는데 현수의 이상 행동은 더욱 심해져 가기 시작하죠.

 

짧은 줄거리만 들어도 독특한 미스터리 요소가 호기심을 자아내는 영화인데요. 영화 <잠>은 제 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어 최초로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현재 불미스러운 논란이 있어서 참 씁쓸하지만, 개인적으로 정유미 배우를 너무 좋아해서 시간이 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9위. 비밀의 언덕

영화 <비밀의 언덕>은 2022년 제 7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초청작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국내 영화제에서 소개되어 오다가 2023년 여름 정식 개봉되었죠. 이 영화는 이지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비밀의-언덕

러닝타임 : 122분
감독 : 이지은
출연 : 문승아, 임선우, 장선, 강길우, 장재희

 

 

저에게 가족은 물음표에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5학년 소녀 명은이는 글쓰기 대회에 나가 숨기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부끄럽지만 소중한 그 시절 나만 아는 비밀스러움을 꺼내보이는 아이의 마음이 잘 담긴 작품인데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독립영화 <벌새>나 <우리집>이 떠오르는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의 작품입니다.

 

 

 

8위. 화란

8위는 송중기가 노개런티로 출연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었던 작품 <화란>인데요. 제목 화란은 한자로는 재앙과 난리를 뜻을 가지고 있고, 영어로는 Hopeless로 희망이 없다는 뜻의 단어가 제목으로 있는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의 느와르입니다.

 

화란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김창훈
출연 :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정재광, 유성주, 박보경

 

영화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서 함께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은데다가 느와르계 영화치고도 굉장히 암울하여 호불호가 굉장히 갈린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느와르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원래는 취향 밖의 작품이지만, 주연 배우를 포함해 신입급 조연 배우들의 열연도 굉장히 뛰어나다고 해서 살짝 고민이 들게 되네요. 느와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비록 스토리는 호불호가 있지만 한 번쯤 관람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7위. 서울의 봄

천만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서울의 봄>이 7위로 선정되었는데요. <감기>, <아수라>를 맡은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의 아주 쟁쟁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던 영화였죠.

 

서울의-봄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김성수
출연 :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12.12 군사반란을 배경으로 당시 대한민국의 운명이 뒤빠귄 일촉즉발의 9시간에 초점이 맞춰진 근대 역사물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약간 변경이 되었지만, 충분히 예상이 가능할 역사적 인물이 나온 영화라 더욱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사실 이런 역사물은 예민한 요소도 있고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법도 한데, 본 사람들의 후기에 의하면 영화적 재미도 충분히 잘 살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왠지 영화 <1987>의 명성을 이어갈 아주 좋은 근대 역사 영화로 남을 듯 한데요.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많은 사랑과 더불어 당시 시대 상황을 알리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6위. 우리의 하루

6번째로 선정된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인데요. 포스터만 봐도 홍상수 감독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출이 물씬 느껴집니다.

 

우리의-하루

러닝타임 : 84분
감독 : 홍상수
출연 : 기주봉, 김민희, 송선미, 박미소, 하성국, 김승윤

 

사십대 초반 여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집에 잠시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혼자 사는 칠십대 남자로 전에 키웠던 고양이가 늙어 주었죠. 오늘 두 사람을 찾아 온 방문객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자 다른 방문객으로 다른 모습처럼 다른게 행동하고 각 자의 집에 머뭅니다.

 

그렇게 일련의 사건들이 다르게 펼쳐지고 영화를 한참 볼 즈음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죠. 줄거리만 봐도 과연 무슨 내용인건가 싶을 정도로 난해하게 느껴지는데요.

 

아마도 홍상수 감독의 다른 작품처럼 굉장히 내러티브하게 그냥 흘러가듯 진행될 듯 합니다. 영화는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흐르듯 보여주면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소중한 하루의 평화로움을 전해줍니다.

 

 

 

5위. 거미집

영화 <거미집>은 <악마를 보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인데요. 김지운 감독의 초기작 <조용한 가족>과 <장화 홍련>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라는 말에 이 작품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미집

러닝타임 : 132분
감독 : 김지운
출연 :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박정수, 장영남

 

1970년대 '거미집'의 연출을 맡은 김감독은 이미 다 찍은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강박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내용을 바꿔 다시 찍으려 하지만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으로 인해 촬영은 번번히 지연됩니다.

 

그런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상황에도 김감독은 촬영을 감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철절하고 웃픈 일들이 벌어지게 되죠. 영화는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잘 담아내고 있는데요.

 

 

더불어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의 쟁쟁한 배우들의 앙상블같은 연기 합의 절정을 맞볼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영화들과 달리 독특한 구성을 취하다 보니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긴 하지만 B급 코미디 정서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취향만 맞으면 완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위. 스프린터

한 때 빨랐지만 은퇴만 남은 신기록 보유자 현수, 최고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1등 정호, 그리고 떠오르는 유망주였지만 팀 해체 위기에 놓인 준서, 이렇게 각자 간절한 상황에 놓인 세 사람의 인생이 달린 10초의 순간을 그린 영화 <스프린터>인데요.

 

스프린터

러닝타임 : 87분
감독 : 최승연
출연 : 박성일, 공민정, 임지호, 전신환, 송덕호, 최준혁, 김영택

 

보통 인생에 비유되는 마라톤처럼 스포츠 영화는 굉장히 극적이면서도 삶의 해학이 담긴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또한 각자 상황에 놓인 세 청년의 간절함 속에서 영화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새로운 점은 보통 긴 시간의 경기 장면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종목과 달리 영화 <스프린터>는 아주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단거리 육상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굉장히 인상적인 연출과 더불어 삶에 관해 깊숙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수작으로 인정받는 작품입니다.

 

 

 

3위. 절해고도

영화 <절해고도>는 <소년심판>에서 성별을 달리해 아주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던 이연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인데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미영 감독의 신작입니다.

 

절해고도

러닝타임 : 110분
감독 : 김미영
출연 : 박종환, 이연, 강경헌, 박현숙, 정수빈, 장준휘, 강길우

 

촉망받는 조각가였던 윤철은 아내와 이혼 후 지방 소도시에서 납품 인테리어 업자로 살아가고 있는데요. 자신을 닮아 미술에 재능이 있는 딸 지나에게 어느 날 호출이 옵니다.

 

고등학생이던 그녀는 기괴하고 어두운 그림을 아무데나 그리다 문제아로 찍혀버렸고, 결국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갑작스레 출가를 하게 되고, 윤철 또한 바람처럼 갑자기 나타난 영지를 만나 예측못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의 제목인 절해고도는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섬을 의미하는데요. 인간은 섬같은 존재로 원래 고독한 것이 맞다라는 뜻을 전제로 영화는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라는 메세지를 굉장히 신선한 부녀 관계로 아주 품격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2위. 괴인

영화 <괴인>은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이정홍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데요. 비슷한 작품을 떠올리기 어려울만큼 독특한 화법과 개성을 가진 영화입니다.

 

괴인

러닝타임 : 136분
감독 : 이정홍
출연 : 박기홍, 안주민, 이기쁨, 전길, 최경준, 이소정

 

운전을 하던 목수 기홍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데요. 공사 중인 학원 앞에 세워 둔 차 위로 누군가 뛰어내린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범인을 찾자는 집주인의 부추김에 늦은 밤 학원을 향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창밖으로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게 되죠.

 

강렬한 포스를 내뿜는 포스터가 인상적인 영화 <괴인>은 엄청나게 대단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한 사람들을 한되 모아놓고 아주 사소한 사건을 끈질기게 밀어붙인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죠. 그 매력 덕분에 관객뿐만 아니라 평론가들의 호평도 자자해서 차후 이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잘 만든 데뷔작인 것 같습니다.

 

 

 

1위. 너와 나

드디어 대망의 1위 작품은 바로 <너와 나>라는 영화인데요. <디피>, <이웃사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다수의 작품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열연을 보여준 배우 조현철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너와-나

러닝타임 : 118분
감독 : 조현철
출연 : 박혜수, 김시은, 이도은, 박서경, 오우리, 소아린, 김보영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합니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게 되죠.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과연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요.

 

 

영화 <너와 나>는 박혜수, 김시은 주연의 풋풋한 여고생들의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방송을 통해 원래 뛰어난 연출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 조현철 배우지만, 30대 남성이 과연 십대 여고생의 감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굉장히 궁금하더라구요.

 

알고 보니 학원가의 협조로 직접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정말 그 시대 아이들의 감성과 말투 그대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국내의 굉장히 가슴 아픈 사건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터라 보기 전부터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데요. 예고편을 본 순간부터 굉장히 애틋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이 잘 담긴 작품이라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한국 영화의 미래 어둡지만은 않은 듯

이렇게 10편의 영화를 차례로 소개해보았는데요. 물론 이동진 평론가의 픽으로 선정되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도 포함되어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앞으로 한국 영화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구나 싶더라구요.

 

 

그 동안 너무 대중 영화에만 치중되어 본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로 오히려 독립 영화에서 더 좋은 작품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보석같은 감동을 주는 독립영화를 좋아해서 이런 새로운 작품의 발굴은 더 없이 반갑네요.

 

어디까지나 나중에 보려고 기록용으로 남겨놓은 것이지만, 혹시 보고 관심있는 작품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새로운 장르의 영화도 도전해보시고 인생 영화 한편 얻어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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