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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과 탕웨이, 박해일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영화 <헤어질 결심>. 짧지만 강렬한 예고편을 보고 이 작품은 바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더불어 최근에 칸 영화제에서 감동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호평을 얻은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뒤늦게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헤어질 결심 영화소개

영화 <헤어질 결심>은 <아가씨>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자 11번째 장편 영화라고 하는데요. 특유의 강박적인 미장센과 치밀한 서사와 강렬한 연출적 매력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박찬욱 감독인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몇 편의 작품들을 봤을 때는 너무 잔인하거나 트리거적 요소가 많이 느껴져서 별로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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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2022 | 한국 | 138분
장르 : 서스펜스, 드라마, 멜로
감독 : 박찬욱
출연 :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박용우, 고경표, 김신영

 

그런데 이번 신작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탕웨이와 박해일 배우의 신선한 만남이라는 점도 굉장히 매력적이였고, 뭔가 예고편을 보는 순간 아름답고 강렬한 시각적 연출과 퀄리티에 확 끌리더라구요. 영화를 보고나니 이전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에 심리적인 묘사가 가득해서 생각보다 취향 저격의 작품이였고 가장 인상적이였습니다.

 

 

 

줄거리

산 정상에서 한 남자가 추락하는 변사 사건을 벌어지고,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는 살짝 서툰 한국어와 독특한 단어 선택으로 남편이 산에 가서 안 오면 죽을까봐 걱정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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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유가족과 달리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고 담담한 서래의 모습에 경찰들은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립니다. 그렇게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통해 취조를 통해 탐문과 신문을 하고, 잠복수사를 하면서 서래가 노인들을 간병하는 일하는 모습이나 여러 일상들을 지켜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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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에 대해 알아볼 수록 해준은 점점 그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순간 취조실은 묘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고 해준은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의 진심을 캐면서도 망설임없이 해준을 대하는 서래의 묘한 언행에 마음이 이끌리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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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를 계속 의심하는 후배 형사 수완의 조언에도 불구 해준은 여러 증언과 알리바이를 통해 서래를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건은 자살로 종결하게 됩니다. 사실 해준 또한 유부남이였으나 의무적으로 무뚝뚝하고 차갑게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서래와 점차 가까워지게 되면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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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서래의 부탁으로 해준은 월요일에 하는 간병일을 돕게 되고, 그곳에서 할머니의 핸드폰 기종을 통해 사건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뒤 사건의 내막을 알아차린 해준은 서래의 집을 찾아가 유일한 증거품을 전달하며 자신은 이미 붕괴되었다고 고백하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죠. 

 

그리고 13개월 후, 모든 것이 붕괴된 해준은 불면증과 우울증이 극심해진 상태에서 아내의 직장이 있는 안개로 가득한 도시 경상북도 이포로 전근을 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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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중 시장에서 우연히 서래와 그의 새 남편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와 관련된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해준은 형사로서의 자부심을 회복하기 위해 수사에 총력전을 기울이죠.

 

 

섬세한 감정선과 돋보인 감각적인 연출

영화는 살인과 불륜 등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징적으로만 드러낼 뿐 자극적이게도 그렇다고 지저분하게 연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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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을 일으키는 묘한 사운드로 서스펜스 효과를 더하고, 두 인물의 강렬한 눈빛과 함축적인 대사들만으로 충분히 몰입감을 선사하죠. 무엇보다 화려한 듯 절제된 독특한 연출이 너무 좋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없이 아주 몰입하면서 보게 만들어주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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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무거운 주제와 더불어 바다로 감싸인 이포라는 장소의 특성상 더욱 신비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듯한 분위기가 굉장히 어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데요. 그 때문인지 더욱 시각적으로 한껏 좁아진 화면 속으로 더 빨려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권태로움에 빠진 남자 용의자에게 빠지다

권태로운 일상과 가정에 매너리즘을 느끼는 형사 해준은 그동안 우리가 흔히 봐오던 형사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핏되는 슈트 정장에 총을 들고 다니지 않고 맨손으로 싸우는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자신만의 규칙과 형사로서의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인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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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자기 안의 틀에 갇혀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내면적으로는 이러한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폭력적인 욕망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에 앞에 서래라는 인물은 살인사건이는 극적인 상황과 더불어 묘하고 매력적인 이끌림을 가져다 준 인물이죠. 

 

영화는 전반적으로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보여주지만, 사실상 불륜의 관계이기 때문에 자칫 미화시킨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다른 불륜 영화와 달랐던 점은 두 사람의 처한 위치와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상황 속에서 미묘하게 바뀌고 드러나는 섬세한 심리적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랑하게 된 남자를 위한 여자의 진심

그 남자의 사랑이 끝나는 날 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서래의 말처럼 서래는 처음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해준에게 살갖게 대해주며 살인사건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를 가볍게 이용합니다. 그러나 해준이 유일한 증거품을 없애면서 자신을 구하고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진짜 사랑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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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실에서 해준과 묘한 감정을 교류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해준이 빠져들었던 것과 달리 사실 서래는 무엇이든 거짓말로 할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였습니다. 때문에 해준은 계속 흔들리고 의심을 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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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서래가 해준을 사랑하게 되고 진심을 내보이기 시작한 순간, 한 번 붕괴되어버린 해준은 더 이상 그녀를 믿지 않고 의심을 반복하다 결국 불신에 이르게 됩니다. 

 

 

안개에 휩싸인 도시처럼 가려진 진실 (스포O)

영화는 1부는 부산 그리고 2부는 이포라는 부산 근처의 가상 도시에서 진행되는데요. 1부는 해진의 시각으로 집중되어 서래의 모든 행동이 모두 의심스럽게 느껴졌는데요. 2부에 들어가서는 서래의 진심과 행동이 더욱 드러나게 되면서 자꾸만 그녀를 의심하는 해준의 모습에 아파하는 서래가 안타깝게 느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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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안개에 휩싸인 도시 이포의 모습처럼 해진은 처음에는 끌림으로 진실을 보지 못하고, 다음에는 의심으로 또 진심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워낙 헷갈리는 서래의 모습 때문에 끝까지 뭐가 진실인지 보는 이조차도 믿을 수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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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진실이든 오해라고 비춰졌던 것도 대부분 해준의 시각과 생각에서 걸러져 나온 이미지라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겠더라구요. 그 외에도 여러 상징성이나 모호한 요소가 많아서 굉장히 해석의 여지를 주는 장면이 많았는데요. 그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변적인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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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면서도 온전히 이해하면서 봤다고 느껴지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그 분위기만으로도 매료되기 충분했으며 마지막까지 그 모호함 투성인 두 남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서 봤네요. 거기다 의외의 인물인 김신영 배우가 2부에서 형사로 깜짝 등장해서 반가운과 동시에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때로는 온전히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

전작들이 워낙 잔인하거나 정산신이 많았던 관계로 이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외신에서 왜 이번에는 그런 장면이 없는냐며 인터뷰 질문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에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고 아주 가볍게 대답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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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았어도 상징적으로 성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 은연 중 나타나서 그저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이런식의 세련되게 드러내는 것이 더욱 몰입되고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확실히 명감독의 클라스는 다름을 다시금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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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취향저격이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몰입해서 봤는데요. 탕웨이와 박해일의 긴장감 넘치는 열연을 함께 보는 것 또한 더없이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해석의 여지가 다분해서 참 흥미로운 작품이였습니다.

 

보통 해외에서 극찬을 받거나 상을 수상해도 취향에 안 맞는 작품도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보고나서야 왜 호평을 받았는지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안개 낀 미스터리와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속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보고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꼭 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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