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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의 최근 신작 <라스트 레터>를 보았습니다. 신작이라고 해도 2021년에 개봉된 영화라 꽤 해묵은 작품이지만 그 외에 신작이 개봉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신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라스트 레터 영화 소개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한 감성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종종 보는 편인데요.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은 꼭 챙겨보게 되더라구요. 두 감독은 국내에서도 꽤 마니아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여러 유명 작품들이 있지만 <러브레터>가 가장 좋더라구요.

 

라스트-레터-포스터

라스트 레터

2021 | 일본 | 120분
장르 : 멜로/로맨스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마츠 다카코, 히로세 스즈, 모리 나나, 카미키 류노스케, 후쿠야마 마사하루

 

얼마 전 일본 인터뷰어가 나온 방송을 통해 우연히 봤는데, 신기하게도 <러브레터>는 국내에서만 인기가 많을 뿐 정작 일본에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런고로 이번 작품 또한 국내에는 더욱 의미가 깊지 않을까 싶은데요. 왜냐하면 라스트 레터는 마치 <러브레터>의 답장이 아닐까라는 의미의 서사를 가진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한중일 다른 버전

2021년에 개봉된 일본 영화 <라스트 레터>는 놀랍게도 원작이 따로 있는데요. 바로 2017년 이와이 슌지가 감독이 연출했던 <장옥의 편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일본 네슬레 광고격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로 배두나, 김주혁 주연으로 한국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는데요.

 

라스트-레터-한중일-포스터

 

물론 현재 <라스트 레터>와 내용이 동일하진 않지만, 그 당시 찍은 단편 영화를 모티브로 발전시켜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두 주연배우 너무 좋아하는터라 단편 영화도 꼭 보고싶었는데요. 아쉽게도 네슬레 공홈에서 한정적으로 공개한 이유 비공개로 전환해버려서 지금은 볼 수 없더라구요.

 

 

단편 영화에서 만들어진 장편영화는 놀랍게도 중국에서 먼저 동일한 제목의 내용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왜 중국판이 먼저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판과는 또 다른 분위기일 듯 싶어 궁금해지네요.

 

비록 모티브가 한국 단편 영화이긴 하지만, 왜 장편 영화로는 한국판이 없을까 조금 의아했는데요. 알고 보니 한국판을 계획하긴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이미 어그러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연히 간 언니의 동창회에서 첫사랑을 만나다

라스트레터-스틸컷1

 

전업작가인 남편과 귀여운 딸과 아들을 둔 유리(마츠 다카코)는 전업주부로 성실하게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요. 어느 날 친언니 마사키가 죽게 되어 고향에 내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언니에게 온 동창회 편지를 대신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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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언니의 부고 소식을 알리기 위해 동창회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데요. 졸업 후 몇 십년만이라 그런지 동창들은 유리를 마사키로 착각하고 무척 반갑게 대합니다. 유리 또한 분위기에 휩쓸려 마사키인척 행동하고 겨우 모임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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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유리는 과거 짝사랑했던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를 만나게 되고 연락처만 교환한 채 서둘러 헤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유리가 집에 돌아오자 마사키로 생각하고 보낸 쿄시로의 문자에 남편은 화가나고 그만 핸드폰을 부서뜨리고 맙니다. 결국 유리는 주소를 적지 않은 채 간단한 안부를 적어 쿄시로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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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없는 편지를 받은 쿄시로는 미사키가 보낸 편지라 생각하고 답장을 씁니다. 그리고 혹여 받을지 모를 마사키의 옛 주소를 적어 보내죠. 이 편지는 옛 집에 살고 있던 미사키의 딸 아유미(히로세 스즈)가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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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과거가 궁금했던 그녀는 엄마인 척 쿄시로에게 다시 답장을 보내게 되죠. 이후 다른 필체로 된 두 통의 미사키의 편지를 받은 쿄시로는 의문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련했던 첫사랑의 소중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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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통해 주인공들은 옛 기억을 회상하게 되는데요. 세 사람이 처음 만났던 고등학생 시절로 말이죠. 당시 쿄시로는 전학생으로 새롭게 학교로 오게 되는데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쿄시로를 알게 된 유리는 첫 눈에 반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쿄시로는 학생회장으로 강당에 올라서 연설하던 미사키에게 관심을 갖게 되죠.

 

 

이를 눈치 챈 유리는 자신의 언니에게 연애편지를 써 주면 대신 전달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편지를 서로 주고 받던 어느 날, 미사키와 우연히 만난 쿄시로는 그녀가 편지에 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유리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화를 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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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시로를 짝사랑하던 유리는 그동안 편지를 전달하지 않고 자신이 답장을 써 왔던 것입니다. 결국 진실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버린 유리. 그러나 쿄시로는 단칼에 거절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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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당한 이후 유리는 쿄시로의 편지를 미사키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편지를 읽은 미사키는 학교 졸업 때 읽은 연사를 수정해달라고 쿄시로에게 부탁하게 됩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한 둘은 사귀게 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미사키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버립니다. 

 

미사키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했던 쿄시로는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큰 상을 타게 되는데요. 하지만 계속 미사키에 대한 추억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계속 새로운 소설을 쓰지 못 하고 있었죠.

 

 

 

라스트 레터 결말(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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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통의 편지를 맏은 쿄시로는 새로운 주소가 담긴 편지를 통해 유리를 직접 찾아갑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재회한 쿄시로에게 유리는 뜻밖의 소식을 전하는데요. 바로 쿄시로가 사랑했던 미사키가 한달 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이죠. 

 

슬픔도 잠시 쿄시로는 미사키와의 추억이 있는 모교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미사키를 똑닮은 소녀를 발견하고 쫓아갑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미사키의 딸 아유미였는데요. 아유미 또한 쿄시로를 본 순간 직감적으로 편지의 주인공임을 알게 되죠.

 

 

세상을 떠난 미사키에게 인사하기 위해 집에 들른 쿄시로는 아유미를 통해 미사키가 소중히 간직해 온 편지 뭉치들을 받게 됩니다. 그 편지에는 미사키를 주인공으로 쓴 쿄시로의 유일한 소설의 초고가 담겨 있었죠.

 

그리고 아유미는 말합니다. 아버지의 학대로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다정한 편지의 주인공이 자신들을 구하러 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 말은 들은 쿄시로는 지난 후회와 미안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대표작 주인공들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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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는 <러브레터>의 정식적인 속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러브레터>와 같은 편지로 흘러가는 서사와 더불어 실제 영화 속 주인공들이 다시 참여했기 때문인데요.

 

<러브레터>는 아니지만 이와이 슌지의 대표되는 첫사랑 영화 중 하나인 <4월 이야기>의 주인공 마츠 다카코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유리 역을 맡았는데요. 무려 1998년도작으로 21년만에 이와이 슌지의 히로인으로 나온 것이죠. 20년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어머니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만 여전히 당시의 똘망한 눈망울이 예쁜 모습이였어요.

 

 

이 외에도 흥미로운 점은 바로 <러브레터>의 두 남녀 주인공이 아주 짤막하지만 강렬한 조연으로 등장했다는 점인데요. 1995년에 이와이 슌지가 연출한 <러브레터>는 일본 북해도 오타루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그야말로 첫사랑 일본 영화의 시초같은 작품입니다.

 

 

풋풋하고 설레이는 그리고 아련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제대로 풀어내서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가끔 보게 되는 영화인데요. 극중에서 여주인공인 히로코와 이츠키라는 두 인물을 연기한 나카야마 미호와 주인공의 남자친구인 아키바 시게루 역의 토요카와 에츠시가 이번 작품에서도 깜짝 카메오로 등장했습니다.

 

 

무려 24년만에 <러브레터>배우들이 뭉친거라고 하더라구요. 캐스팅만 봐도 감독이 충분히 러브레터를 염두해 둔 작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러브레터> 출연 배우들은 <라스트 레터>에서는 미사키의 나쁜 전 남편과 그의 동거녀로 나오는데요.

 

사실 나카야마 미호는 워낙 유명하고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라 한 눈에 알아봤지만, 토요카와 에츠시는 인상이 많이 달라져서 뒤늦게서야 알아봤습니다. 옛 영화의 스틸컷과 함께 보니 더욱 추억 돋는 것 같습니다.

 

 

 

<러브레터>와 비슷한 지점이 많은 라스트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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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레터>는 제목만큼이나 <러브레터>와 비슷한 지점이 많았는데요. 실제 원작 소설 집필 당시에 전작을 충분히 의식하고 쓰여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만큼 연상되는 코드들이 몇 개 있는데 간단히 살펴보자면 일단 1인 2역의 인물이 나온다는 점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러브레터>의 경우 죽은 남자의 첫사랑과 현여친이 동일한 인물이 연기하는데요. <라스트 레터>의 경우 미사키와 유리의 과거 모습과 그녀들의 딸을 동일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자칫 배우들의 연기력이 미숙하다면 극몰입에 방해가 심할텐데, 다행히 두 배우가 적절히 차별을 둬서 너무 연기를 잘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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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장면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으로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되는 것과 여주인공 직업이 모두 도서관 사서라는 점이죠. 더불어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듯한 교차 편집이 주를 이루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더불어 특정 인물이 모교를 탐방하며 사진을 찍으면서 과거를 회상해나가는 듯한 서사도 비슷하고 말이죠. 

 

 

 

<러브레터> 팬들을 위한 선물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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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촬영지는 '미야기현'라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고향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주로 시로이시시와 센다이시 지역에 촬영했다고 합니다. <러브레터>가 아름다운 설경의 풍경에 심취하게 했다면, <라스트레터>는 푸릇하고 청량한 미야기현의 아름다운 여름 풍광을 만끽하게 만들어주었는데요.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주인공들의 밝고 담담한 모습들이 그랬는지 모르지만 장례식이 처음 나오고, 비극적인 사건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굉장히 부드럽고 밝더라구요.

 

 

물론 특정 상황에서는 너무 담담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절제가 느껴졌는데요. 일본 특유의 정서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또 너무 신파적으로 가지 않아서 오히려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였던 것은 1인 2역을 굉장히 잘 연기해준 일본 국민 여동생 히로세 스즈와 최근 떠오르는 아역 배우인 모리 나나였는데요. 히로세 스즈야 워낙 다작에 특유의 감성과 연기력이 나름 탄탄하게 갖춘 배우라 믿고 보게 되더라구요.

 

극 중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픔과 세상에 대한 약간의 해탈한 듯한 그러나 또 어떨때는 아이스러운 묘한 느낌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연기해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모리 나나의 경우에는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신작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 굉장히 인상깊게 봤던 배우라 무척 반가웠는데요.

 

알고보니 배우뿐만 아니라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이 영화의 OST도 직접 불렀다고 하더라구요. 어린 나이임에도 다양한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의 필모가 충분히 기대되는 배우였습니다. 

 

 

 

중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라스트 레터는 어떨까?

영화를 보고 나니 동일한 감독이 연출했지만 배우도 배경도 전혀 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라스트 레터>의 중국판도 너무 궁금해졌는데요. 조만간 보고 비교하는 포스팅을 따로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라스트 레터>는 너무 이와이 슌지다운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러브레터>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다소 발전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충분히 기억에 남는 뭉클한 작품이였어요. 물론 재미면으로 보자면 엄청 재밌는 편은 아니였지만, 뭔가 아련한 감성이 가득해서 계속 곱씹어 보게 만든달까요.

 

다소 자극적인 소재에 지쳤다면 가끔 이렇게 잔잔한 영화로 심신을 안정화 시켜주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풋풋하고 감성적인 첫사랑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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