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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의 최근 신작 일본영화 <라스트 레터>를 보고 난 뒤, 원래 먼저 만들어진 동일한 감독의 중국판 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된 버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터라 중국판은 또 어떨지 무척 궁금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티빙에서 단품으로, 웨이브와 왓챠에서는 이용권만으로도 쉽게 볼 수 있더라구요.
라스트 레터 중국판 소개
일본판 <라스트 레터>의 경우 2021년에 개봉되었는데요. 중국판은 앞서 2018년에 먼저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신기하게도 모티브가 되었던 작품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네슬레 광고로 만든 배두나, 김주혁 주연의 <장옥의 편지>라는 단편 영화인데요.
한국으로 배경으로 완전 한국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편지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현재는 네슬레 비공개로 돌려서 볼 곳이 없더라구요.
라스트 레터
2018 | 중국 | 113분
장르 : 로맨스/멜로/드라마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저우쉰, 장자풍, 등은희, 두강, 진호, 후거
중국판의 경우 국내에서는 일본판과 동일하게 <라스트 레터>라고 되어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원제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你好,之华(안녕, 지후아)라고 하네요. 여기서 지후아는 죽은 언니를 대신해 편지를 보낸 동생이자 여주인공인 인물의 이름입니다.
이와이 슌지, 진가신, 저우쉰의 만남
일본판에서도 굉장히 유명하고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놀라웠는데요. 중국판의 경우에도 꽤 유명한 배우가 캐스팅되었더라구요. 바로 지후아 역을 맡은 저우쉰이라는 배우가 그 주인공인데요. 저우쉰은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동했던 중국 유명 배우인데요. 영화 <클라우스 아틀라스>에서 배두나와 함께 인간 로봇으로 나왔던터라 굉장히 반갑더라구요.
사실 중드를 가끔 보긴 하지만 엄청난 중국 작품들을 보지 않아서 이 배우가 그렇게 익숙하게 다가오진 않았는데요. 알고 보니 중국내에서 높은 인지도 못지 않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굉장히 인정받고 있는 배우라고 합니다. 굉장히 허스키한 목소리톤이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더라구요.
중국판 또한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요. 더불어 <첨밀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연출한 홍콩 영화감독인 진가신이 제작을 맡아서 꽤 화제였다고 합니다. 마치 일본과 중국의 아날로그 첫사랑 감성 장인들의 만남 같달까요. 거기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저우쉰 배우까지 말이죠.
줄거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여동생 지후아(저우쉰)는 오래된 시골집에 오게 됩니다. 장례를 마치고 떠나려는 중 언니의 딸인 무무(등은희)로부터 동창회에서 온 편지를 대신 받게 됩니다.
언니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지후아는 동창회에 참석하지만, 자신을 언니 지난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로 인해 진실을 밝히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첫사랑 인추안(진호)과 연락처를 교환하게 되죠.
인추안의 문자를 본 남편이 핸드폰을 부셔버리자, 지후아는 남편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발신주소 없이 언니인 척 인추안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왜 언니인척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인추안은 진실을 알기 위해 예전 지난의 고향집 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되는데요. 그곳에 있던 무무와 지후아의 딸 사란(장자풍)이 인추안의 편지를 받고 엄마인 척 답장을 씁니다.
동시에 지난이라는 이름의 두 통을 받게 된 인추안은 혼란스러움에 빠지고, 그 동안 발신 주소가 없다가 새로운 주소가 붙여 온 지후아의 편지를 받고 그녀를 만나러 직접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지난의 죽음과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과거 전학생으로 시골학교에 왔던 인추안은 그 곳에서 여동생 친구인 지후아와 알게 됩니다. 인추안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반해버린 지후아는 계속 여러 핑계를 대며 인추안의 집으로 찾아오는데요. 그러나 인추안은 우연히 스치듯 만난 지난에게 첫 눈에 반해버리고 맙니다.
인추안 자신의 언니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후아는 연애 편지를 써 주면 대신 전해주겠다고 말하죠. 그렇게 편지를 계속 전해주던 중 우연히 지난을 만난 인추안은 편지를 잘 받았는지 묻게 됩니다.
그러나 편지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르는 지난의 행동을 보며 인추안은 화가 나게 되죠. 알고 보니 지후아가 편지를 언니에게 전해주지 않고 대신 답장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후아는 이에 대해 사과를 하며 언니에게 모두 편지를 전해주는데요. 편지를 읽은 지난은 어느 날 인추안을 찾아와 자신의 졸업 연설글을 봐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것으로 서서히 친밀해지기 시작합니다.
결말(스포O)
대학시절 지난과 사귀었던 인추안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 나타난 남자와 함께 지난이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그녀에 대한 추억을 잊을 수 없어 '지난'이라는 이름의 소설을 쓰게 되는데요.
소설을 쓸 때마다 그녀가 보길 바라며 소설의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지난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죠. 그러나 소설을 끝마친 뒤 그는 옛 추억에 대한 미련으로 인해 새로운 소설을 쓰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습니다.
지난이라는 이름의 편지를 받은 그는 지후아와 이어 지난의 전남편을 하나둘 만나면서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오랜만에 찾아간 모교에서 지난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던 그의 눈 앞에 지난과 지후아를 꼭 닮은 소녀들이 지나갑니다. 그들을 쫓아가게 되고, 그렇게 그녀들의 딸인 무무와 사란을 만나게 되죠.
곧 그들과 함께 옛 집을 방문한 인추안은 그곳에서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지난의 사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무가 편지들을 가져오게 되는데요. 그 예전 인추안이 보냈던 소설의 초고였죠.
무무는 그동안 엄마가 이 편지들을 굉장히 아끼듯 간직해왔으며, 이 편지를 보낸 이가 우리를 힘든 상황에서 구해줄 것이라 늘 믿어왔다 고백합니다. 이를 본 인추안은 과거에 대한 회안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겨울에 촬영된 중국판과 여름에 촬영된 일본판
중국판의 경우에는 겨울에 촬영되어서 그런지 황량한 배경이 거의 흙빛 또는 잿빛에 가까웠는데요. 계절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중국의 시골의 보편적인 모습이 이런건가 의아할 정도로 너무 황량하더라구요. 보통 영화 촬영지 특히나 이런 감성적인 스토리의 배경지로 삼을 때 보통 화면에 아름답게 나오는 장소를 설정하기 마련인데, 생각보다 너무 스산한 배경이여서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일본판을 먼저 봤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에는 중국판이 촬영된 다음 해에 여름에 찍었기 때문에 일본 특유의 초록초록하고 장마철에 느껴질 법한 촉촉함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각적인 모습에서는 일본판이 더 취향저격이긴 하더라구요.
비슷하면서 달랐던 세세한 설정
아무래도 기본적인 서사가 같다보니 비슷한 지점이 꽤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는데 오히려 디테일 적으로 보면 은근 다른 점이 많더라구요. 비슷한 점으로는 의외로 큰 개가 나오는 부분이 너무 설정이 똑같아서 놀랐어요. 작품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닌데도 두 버전 모두 아주 동일해서 신기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주인공 지후아가 도서관 사서라는 점과 시어머니가 갑자기 내려와 황혼연애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 그런데 알고보니 옛 영어 선생님에게 편지로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는 점 등 비슷한 설정은 말로 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어요. 아마도 중국판이 먼저 제작이 되었기 때문에 일본판 제작시 일부 설정들만 살짝 바꾼 것 같습니다.
크게 설정이 바뀐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들인 것 같아요. 일본판에서는 언니의 딸과 동생의 딸, 아들이였다면, 중국판에서는 아들이 언니의 아들로 바뀌게 됩니다. 지후아 딸 사란이 방학 동안 시골집에 남게 되면서, 지난의 아들 첸첸은 지후아네와 함께 잠시 살게 되는데요.
장례식 이후 누나 무무처럼 괜찮아 보였던 첸첸이 조금씩 뭔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엄마의 대한 죽음의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슬픔이 어떠한 계기로 터져나오게 되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이 아주 짤막하게 나오는데요. 사실상 첸첸 덕분에 정서적 설득력이 느껴져서 좋더라구요. 아쉽게도 일본판에서는 설정이 바뀌면서 첸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사라지게 됩니다.
중국판이 더 좋았더 부분
그 외에도 좋았던 부분은 과거 스토리였는데요. 일본판 아역의 경우 굉장히 유명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어서 익숙했지만 뭔가 정서적인 부분에서는 살짝 아쉽게 느껴졌어요. 뭔가 첫사랑 특유의 설렘과 풋풋함이 덜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중국판의 경우에는 그러한 설렘 포인트가 아주 잘 느껴져서 좀 더 서사가 와 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엔딩이 좋았는데요. 영화의 시작에서 지난의 유언장이 담긴 밀봉된 편지가 비추는데, 이 편지의 내용이 엔딩에서 드디어 밝혀지게 됩니다. 그런데 일본판의 경우에는 그냥 편지가 나오고 딱 끝나버려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지 해석이 잘 안 되더라구요.
그런데 오히려 중국판을 보고서야 엔딩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해력이 딸려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중국판 엔딩에서 여러 인물들이 편지 내용을 돌아가면서 읽는 장면이 굉장히 와 닿고 인상적이더라구요. 오히려 그 편지의 내용을 깊숙히 전달한달까요. 자칫 신파로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설정인데, 전혀 과하지 않고 감동적이여서 좋았습니다.
이러한 설정이 왜 일본판에서는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일본이 감정적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문화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최대한 절제하고 담담하게 흘러간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두 가지 버전 모두 다른 매력으로 괜찮음
두 버전 모두 아역배우가 1인 2역을 맡았는데요. 둘 다 전혀 다른 분위기에 연기력도 나쁘지 않아서 괜찮았던 듯 합니다. 일본판의 경우 굉장히 유명한 꽤 경력있는 아역배우가 캐스팅되었다면, 중국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신예 배우들인 듯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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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작품 모두 동일한 서사이기 때문에 꼭 둘 다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저처럼 궁금하신 분이 아니라면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세부 디테일 설정이나 정서적인 면으로는 중국판이 좋았고, 시각적인 연출면에서는 일본판이 좋았는데요. 사람마다 취향에 다르기 때문에 둘 중에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한 편 보시거나, 아니면 저처럼 두 편 모두 비교하면서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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