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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많아서 평소 유튜브의 바다를 떠돌며 다양한 영상들을 무작위로 흡수하는 편인데, 우연히 유튜버 하말넘많의 영상을 봤다가 꽤 흥미로워서 주기적으로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사실 유튜브 영상을 보기 시작한 게 오래되진 않아서 책이 출간된지 모르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무려 2021년에 나왔더라구요.
영상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궁금함에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232페이지 분량의 가벼운 에세이라 부담없이 읽기 참 좋더라구요. 덕분에 빠르게 완독 해버렸습니다. 하하.
따님이 기가 세요 책소개
출판년도 : 2021
출판사 : 포르체
저자 : 하말넘많 (강민지, 서솔)
<하말넘많>은 비혼주의와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올리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팀인데요. 영화 전공 같은 학교 출신으로 친해진 강민지, 서솔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라는 의미를 줄여 <하말넘많>을 만들 게 되었다고 합니다. 줄임말이 입에 촥 붙진 않아서 함말넘말, 하말너많 등 자주 잘못 불리기도 한다네요. 저도 아직까지 헷갈려요.
사회에서 요구되는 여성성에 맞서기
당차고 남자들에게 지지 않으려 맞선다는 이유로 기가 세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듣고 자라온 저자는 전형적으로 남성이 많은 영화학과를 다니고, 영화 촬영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많은 사회적 편견과 시선에 마주하게 됩니다.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는 규정된 여성성을 요구하고 업무에서는 여러 부당한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그녀들이 처음부터 패미니스트였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 또한 한 때는 긴 머리를 고집하고 화장을 하며, 쫙 붙는 불편한 스키니진인 그보다 편한 치마를 주로 입을 정도로 유행을 따랐는데요. 하지만 부당한 일들이 계속 쌓이고 어느 순간 그들은 스스로를 패미니스트라고 규정하지 않으면 진정한 나답게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의 단점을 찾고, 그것을 최적의 형태로 가리고 커버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비혼주의자로서 커리어 우먼이 되겠다는 다짐과는 별개로, 메이크업 리무버 티슈 한 장이면 지워지는 권력을 얻고자 너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이 짧아지면, 파운데이션이 없으면 벗겨지는 권력을 더 이상 갈망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내 얼굴은 있는 그대로의 얼굴일 뿐이고, 내 몸은 그냥 몸 그 자체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서야 거울 속에 서 있는 내 자신이 보였다. 누군가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욕망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 페미니즘이 선물한 '꾸미지 않을 자유' 덕분이었다. - p.183
그리고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유튜브를 개설하게 되죠. 초기에는 인스타 툰으로 시작했으나 쉽지 않아 유튜브로 정착하고 꾸준히 영상을 올리던 중 꽤 많은 구독자들에게 동감과 호응을 사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는 고통스러움도 겼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영상을 내리고 유튜브 또한 중단될 위기에 처했었죠.
하지만 짧은 휴식을 찾고 사회가 정한 여성성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디폴트립 여행, 욜로가 아닌 티끌 모으기로 결심한 비혼 여성 경제백서, 커뮤니티가 열악한 지방의 패미니스들을 만나 소통하는 전국비혼지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덕분에 현재 49만의 채널로 성장하게 되었죠.
뿐만 아니라 예민할 수 있는 탈코르셋이나 미투, 바바리맨의 재정의, 자극적인 유아 산업과 외적인 아름다움을 부추기는 아이돌 시장 그리고 큰 범죄로 번지는 여성 혐오 등 다양한 이슈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비록 악플에 시달리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주기도 했죠.
성별이 아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길
사실 최근 뉴스에서 숏컷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하는 편의점 사건도 보면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싶더라구요. 물론 가해자가 특정하게 정신적 이상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기사들을 찾아보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여성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경우가 빈번해서 놀랐습니다. 마치 다른 세상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주변에 숏컷이 많기도 했고, 딱히 그걸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거든요. 솔직히 주변 어머님들 모두 숏컷펌 천지니까 말이죠. 아니 기본적으로 내 머리를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건 남성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해요.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닌 일부 남성들에게도 왜 머리가 기냐라던가 혹은 너무 여성스럽고 섬세하다는 이유만으로 무리에서 제외되거나 폭력에 휘둘리는 일도 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더욱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분이 더 큰 것 같아요.
솔직히 남녀를 떠나서 모든 사람의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남에게 특별히 피해를 주는 게 아닌 이상 절대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K-POP이다 뭐다 해외로 빛나게 보이는 데에 중점을 두지만, 정작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는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쾌한 문체 뒤에 숨겨진 깊이와 무거움
글은 서솔과 강민지가 번갈아가며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사실 굉장히 예민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담고 있음에도 유튜브 영상처럼 특유의 유쾌함으로 아주 재밌게 써서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항상 영상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다가 글로 보려니 조금 다른 느낌이였지만 생각보다 글들을 너무 잘 쓰시더라구요.
유쾌한 문체라 내용이 잘 읽히지만 일화들은 생각보다 안타까운 지점이 많았습니다. 여성이라서 겪게 되는 문제들이 실로 많아 안타깝더라구요. 사실 운이 좋아서 그런 경험들은 덜했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말도 안 되는 말과 일들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옛 세대부터 거슬러가면 더욱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겠죠.
서솔과 강민지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하말넘많>이라는 채널을 통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여성성에 갇혀 고립되어 괴로워하던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에 쉽게 노출되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이 깃든 것이죠. 그래서 여성스럽게가 아닌 그저 나로서 존재하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해나가는 것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그것은 더 넓게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길일지도 모르죠.
공감되었던 삶의 경험들과 배움
저자가 패미니스트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부당함과 차별을 주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들을 똑같이 겪고 있음을 다양한 일화로 들려주는데요. 돈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굉장히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경험도 적고 금전적으로 열악할 수 밖에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쉽게 소비를 통해 욜로에 빠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극단적으로 돈을 아끼며 짠돌이 포스를 내보이기도 하죠. 저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돈을 모을 필요가 있지만 한편으로 돈에 연연하느라 정작 써야할 일에 쓰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금전적 상황이 지금껏 나의 가능성을 얼마나 축소해왔는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단순히 여행뿐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것을 내 통장 잔고가 결정해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앞서 말한, 적은 예산을 들이길 선호하는 나의 성향은 늘 어떤 상황 앞에 돈과 경험의 가치를 저울질하게 했다.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내렸던 결정들도 결국은 그때그때 내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았을지.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일시적 보상에 많은 것을 소비해버린 내 지나간 시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내 미래를 위해 조금씩 비상금을 만들어 두기 시작했다. 돈 몇 푼 때문에 큰 가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 p.70
청년에게 경험이란 돈만큼이나 가치있는 것일텐데, 돈을 아끼는 습관에 길들여져 버리면 어느 순간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엉뚱한 것을 고르게 되기도 하죠. 저자 또한 돈을 조금 아끼기 위해 단수 여권을 발급하면서 고생스러운 순간을 맞이하면서 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홀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
사실 읽으면서 책에서는 부러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끈끈한 친구가 있다는 것도 그리고 함께 콘텐츠를 꾸려나간다는 것도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이고, 함께 해서 시너지가 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죠. 더불어 비혼일수록 혼자 고립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살아갈 연습을 해야한다 저자는 말합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 저자는 또한 직접 무언가를 해보기를 권하는데요. 특히 요새 보편화된 부업을 꼭 할 것을 강조합니다. 사실 읽으면서 다른 것보다도 계속적으로 무언가를 해내고 만들어가는 두 명의 능력이 참으로 빛나고 멋져보이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세상에 얼굴과 목소리를 내보이는 용기까지.
인간의 삶에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는 것은 분명한 축복이다. 다만 그 다양성에 열의 없는 실패를 누적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했으나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실패와 입으로만 열심히 하겠다고 외치며 필연적으로 걷는 실패의 길은 전혀 다른 성장의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믿는다. 반복되는 실패에 익숙해지면 인간은 무력해지며 결국 새로운 일을 도모할 동력까지 잃어버린다. - p.90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무언가를 따라해보긴 어렵겠지만, 분명 무엇이든 내가 하고자하는 일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시도해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는 간혹 자극스러운 영상으로 사람들을 홀리기도 하지만, 또 어찌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이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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