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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극장판 <후르츠 바스켓: 프렐류드>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내용은 만화 <후르츠 바스켓>의 여주인공의 부모님 이야기로 외전인 셈이죠. 아직 애니메이션을 보진 않았지만, 덕분에 오랜 전에 즐겨봤던 만화책 내용이 떠오르면서 다시 보고 싶어져서, 바로 정주행 해버렸습니다. 보고싶은 건 바로 봐야되는 성미거든요.

 

 

 

 

후르츠 바스켓 책소개

일본 순정만화 중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았던 <후르츠 바스켓>은 국내에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번역되어 총 23권 분량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23권은 뭔가 순정만화 치고는 많은 분량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당시 일본 만화들은 인기작의 경우 분량이 어마어마한 작품이 꽤 많아서 생각보다 취향에만 맞으면 순삭하게 됩니다.

 

후르츠-바스켓-책표지1

출판년도 : 2000 - 2007 (애장판 2017 - 2018)
출판사 : (주)서울문화사
저자 : 타카야 나츠키

 

추억돋는 일본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표지는 아쉽게도 너무 오래되서 볼 수 없었는데요. 다행히 10년 뒤인 2017년에 애정판이 새롭게 출간되어 한층 더 깔끔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애정판은 기존의 책 2권을 묶어 한 권으로 제작했는데요. 그래서 총 12권으로 권수가 줄어서 읽는 데 부담이 조금 덜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조금 버겁긴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애장판은 소장용 개념이 커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얇은 책이 더 읽기는 편했던 것 같습니다. 애장판의 경우 1권 분량이 모자라는데요. 12권에서는 1권 분량의 내용과 더불어 팬북 형식으로 작가 인터뷰와 등장인물 소개 등 다양한 특집편으로 꾸려졌습니다.

 

 

 

저주에 씌인 소마가의 비밀을 푸는 소녀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 쿄코와 단 둘이 살다가 교통사고로 엄마마저 잃게 된 여고생 혼다 토오루는 친척집에 얹혀 살 수 없게 되면서 홀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근처에 살고 있던 같은 반 동급생 소마 유키와 그의 친척인 소마 시구레에게 발견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처지가 안타까웠던 그들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 것을 제안하죠.

 

 

그러던 어느 날 토오루는 우연히 유키와 부딪히게 되고, 이성에게 앉기면 동물로 변하는 소마가 사람들의 저주를 알게 됩니다. 비밀이 많은 엄격한 소마가에서는 외지인에게 이러한 저주가 들키게 되면 기억을 지우곤 하는데요. 매사 긍정적이고 착했던 토오루에게 소마가 사람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고, 이러한 비밀을 하나 둘 알려주게 됩니다.

 

그리고 점차 유키를 시작으로 쿄우, 모미지 등 다양한 소마가 사람들이 십이간지의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마주하고 점차 친해지게 되죠. 그러나 알고보면 한없이 밝고 유쾌해 보이던 이들 각자에게도 숨겨진 아픔과 비밀이 있었는데요. 토오루는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며 더없는 너그러움으로 사람들을 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차 소마 가문과 사람들에게 서서히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죠. 하지만 소마가 당주 소마 아키토는 이러한 토오루의 행동과 소마가 사람들의 변화에 극도록 분노를 표합니다. 자신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십이간지에게 이기적이고 독선적으로 자신의 틀에 가두었던 그는 못마땅한 토오루에게 점차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하는데...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 힐링물

후르츠-바스켓-책표지-애장판

 

예전에 봤을 때는 일본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가득하고, 다소 어둡다는 느낌이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한 느낌이 가득하더라구요. 솔직히 그림 실력이 뛰어난 작가는 아니다 보니 초반에느 다소 어색한 그림체였는데, 점차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안정적으로 바뀌더라구요.

 

아마도 오래 연재하다보니 실력이 자연스럽게 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애장판 기준 1권과 12권을 보면 그림 스타일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눈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소마 가문의 비밀을 여주인공 토오루가 하나씩 파헤쳐가는데요. 딱히 추리형식이라기 보다는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사연을 드러내고 이를 토오루가 감싸주는 치유 형식이였어요.

 

 

소마 가문의 특수성 때문일수도 있지만 유독 사촌끼리의 로맨스가 가득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사촌끼리의 결혼이 금기시되어 있기도 하고, 뭔가 굉장히 가까운 친척이라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느낌인데요. 일본에서는 사촌끼리의 혼인이 가능해서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데 참으로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어릴 때 봤을 때는 더 이상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하도 여러 장르를 많이 섭렵해서 그런지 그냥 사랑이 가득하구나 싶은 정도랄까요. 확실히 로맨스 장르라 그런지 결국은 대부분의 인물들이 러브러브 모드로 끝나는데요. 보통같으면 너무 뻔하고 정형적이다고 느낄 법한 엔딩이지만 <후르츠 바스켓>은 워낙 상처받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그들의 해피엔딩을 절로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심리묘사

후르츠-바스켓-일러스트

 

더불어 설정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십이간지는 한중일 모두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데, 고양이가 추가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불길한 존재로 그려지긴 했지만 사실상 남주가 된 설정도 어찌보면 클리셰적이긴 한데 굉장히 매력적으로 잘 꾸려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비록 그림체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작가의 역량은 뛰어난 연출력과 섬세한 심리묘사에서 나왔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굉장히 무거운 주제에 거대한 서사를 풀어나가야 하는데서 자칫 루즈해지거나 산으로 갈 수 있는데요. 작가는 뛰어난 감정 묘사로 찬찬히 서사를 쌓아 마지막에 감정적인 폭발을 일으킵니다.

 

 

아무래도 스토리상 마지막에 가면 울컥해지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진짜 하나같이 사연이 다 기구해서 굉장히 뭉클한 장면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장면들은 굉장히 감각적으로 아름답게 그려내서 진짜 명장면이 가득했습니다. 이제와서 보니 왜 영미권에서도 큰 인기를 끈 명작이였는지 명실히 알겠더군요.

 

솔직히 예전에는 사실상 빌런급인 아키토가 저지른 만행에 비해 너무 쉽게 용서받는 거 아닌가 허무했었는데요. 지금 다시 보니 그녀 또한 나쁜 부모의 희생양이었을 뿐이더라구요. 물론 그렇다고 나쁜 행동이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이제 와서 보니 로맨스보다도 부모의 학대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기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명장면들

후르츠-바스켓-명장면

 

초반에 여주인공인 토오루는 너무 긍정적이고 착해서 여러 사람의 모난점들을 감싸안는 성인으로 그려져서 사실 주인공으로는 매력이 덜 하다 느꼈는데요. 하지만 후반부에 토오루가 감춰두었던 상처가 드러나면서 그녀가 친절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되는데요. 엄마를 홀로 기다리는 작은 모습이 어찌나 가엽고 안타깝던지 여운이 짙게 남는 장면이었어요.

 

만화가가 발간 당시에는 주인공 커플인 토오루와 쿄우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인상적이였던 인물들은 유키였어요. 예전에는 서브남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보니 아니였더라구요. 환경과 성격으로 인해 자신을 내보일 수 없었던 내성적인 유키가 점차 자신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가려고 성장하는 모습이 참 기특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커플은 쿠레노와 아리사인데요. 짧고도 강렬했던 첫 만남부터 다른 성향의 두 남녀가 엇갈리는 모습이 어찌나 애달프던지. 결말을 알고도 열심히 응원했네요. 사실 이 외에도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 많아서 예전에 봤을 때보다 이 작품이 훨씬 더 좋아진 듯 합니다. 

 

물론 약간 옥의 티도 있긴 했는데요. 토오루의 엄마를 보면 십대인데도 성인과 교제를 한다거나, 중학생인데도 너무 성숙한 모습을 보이거나 십이지 중에 상당히 어린 인물이 너무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등의 현실과는 살짝 괴리가 있어 오그라들거나 불편한 요소도 꽤 있었는데요. 하지만 어디까니나 만화적 허용이라고 생각하고 넘기면서 봤네요.

 

 

 

듣기 좋은 OST와 외전 책 발간

희한하게도 <후르츠 바스켓>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BGM이 있는데요. 알고보니 애니메시연 OST 곡이더라구요. 애니메이션을 본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노래를 아는지 의문이지만 한 번 들으면 종일 맴돌 정도로 노래가 정말 좋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애니메이션으로도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후속편에 관하여 찾아보니 비교적 최근에 <후르츠 바스켓 another>라는 외전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소마가 아이들의 2세 이야기라고 합니다. 본편 엔딩에서는 아주 짤막하게 토오루와 쿄우의 미래만 나와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후속편이 나오다니 팬들에게 좋은 선물인 듯 합니다.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조만간 얼른 봐야겠네요. 추후 보고 후기를 남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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