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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조해진 작가의 <단순한 진심>을 고르려다가 제목을 헷갈려서 집어든 책이 바로 <경애의 마음>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목이 3글자, 2글자의 조합이라는 것 외에는 전혀 비슷한 점이 없는 왜 헷갈렸는지 모를 일이다. 그냥 읽은 운명이었던 건지 그냥 책이 내 손에 주어졌다.
경애의 마음 책소개
잘못 고른 책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첫 챕터를 읽어나갈 무렵. 초반에 열심히 읽다가 뭔가 내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닌데 라는 생각에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 읽지도 않은 책의 분위기를 예상한다는 것이 웃기지만, <눈부신 안부>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추천에 읽으려 했던거라 대략 상상해볼 수 있었던 것.
출판년도 : 2018
출판사 : 창비
저자 : 김금희
과거의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두 주인공
경애는 과거 소중한 친구를 비극적인 화재 사건으로 잃고 큰 트라우마에 갖힌 인물이다. 8년 째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농성 시위를 한 대가로 회사에 찍히고, 노조 간부의 성희롱 사건이 벌어지자 이번에는 농성을 막는 바람에 노조와도 관계가 어긋나버린다. 그렇게 회사 사람들과 모두 멀어져 조용하고 묵묵하게 회사를 다니는 그녀.
거기다 최근 연인과도 이별을 하면서 그녀는 더욱 더 무기력해지고 씻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처는 바로 연애 상담을 해주는 '언니는 죄가 없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편지를 쓰는 것. 모든 편지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고 따뜻한 공감을 내주던 '언니'의 존재는 알고보니 같은 회사에서 오래 근속하던 '상수'였다.
상수는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금수저로 현 회사의 사장과 재수학원 동기라는 연결성으로 들어온 낙하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나름 성실했지만 융통성 없고, 다소 부족한 사회성으로 인해 사건 사고를 일으켜 회사 눈 밖에 난 인물이었다. 때문에 승진을 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팀장에 팀원 하나 없이 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낙은 바로 '언죄다' 페이지를 운영하는 일. 또래 집단과 달리 유달리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력이 발달되었던 상수는 컴퓨터만 키면 언니가 되어 진심어린 위로들을 전한다. 그렇게 이중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상수에게 팀원이 생기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경애. 어색한 흐름을 이어가다 함께 해외로 파견나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수는 경애가 오래된 독자임을 알게 되고, 그녀가 보낸 사연의 애틋함이 더해져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된다. 경애 또한 처음에는 무심하게 상수를 바라봤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이끌림을 갖게 되고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두 사람에게 생각지 못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남녀를 이어준 것은 뜻밖의 인연
이야기의 시작은 무뚝뚝하고 자기 주장이 확실한 경애의 회사 모습처럼 굉장히 담담하고 시니컬하게 진행된다. 그와 상반되게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상수와의 관계성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분명 두 사람이 이어질거라는 것을 알고 읽는데도 너무 접점이 없고 달라서 예상하는대로 가는걸까 살짝 의아함이 들었다.
하지만 중반부에 들어나는 경애의 첫사랑 이야기와 상수의 친구 이야기에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연결점이 드러난다. 두 사람의 뜻밖에 얽힌 인연을 알게 되면서 책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는데, 그럼에도 불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로맨스와는 다르게 굉장히 담담하고 살짝 희망적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는 것 같아 참 주인공스럽다 싶었다.
남녀의 구분없이 성격과 성향을 제각각이라 딱 이렇다 규정할 순 없는데, 상수의 이중생활을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서 굉장히 여성의 시각이 들어가 탄생한 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패미니즘적이었다. 실제로 이런 인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새로운 남성 주인공 캐릭터였달까. 너무 생각이 많고 섬세해서 회사 생활이 참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철저히 가면을 쓰고 평범한 척 다니고 있지만. 사실 우리 대부분 모두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살 테지만 상수의 경우 그 가면이 굉장히 두터워야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감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게 살짝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경애의 경우 굉장히 무뚝뚝해보이지만 어찌보면 이것 또한 과거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내세운 두터운 방패가 아닌가 싶다.
너무 상처가 아프고 깊어서 차마 들여다보지 못하는 느낌.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갖게 된 분노와 슬픔, 그림움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애초에 감정을 차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오히려 두 사람이 이어지는 이야기보다는 과거의 사건과 소중한 이를 잃은 이후의 애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았나 싶다.
살아남은 뒤에 애도하고 견디는 삶
소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소중한 사람을 애도하고 삶을 견디어 나가는 경애와 상수라는 두 명의 인물은 통해 다르게 보여준다.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벌어진 일들에 무작정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무기력과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는 그리움 등. 굉장히 복잡할 수 있는 심리를 굉장히 섬세하고 예리하게 묘사한다.
뿐만 아니라 소중한 이들을 잃은 뒤에도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 수시로 닥치는 여러 부조리한 사건들을 담담히 전달하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들을 들게 만든다. 결국 뻔한 답같지만 이러한 것들을 나아지게 만들고 좀 더 살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연대라는 것.
'언죄다'가 익명성에 숨어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얻은 것 또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그런 작은 글에 지나지 않는 위로라도 누군가에게 살아가게 만드는 힘과 위로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껴보게 되면서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진다.
문체는 술술 잘 읽히기 했지만 생각보다 감정선이나 전개 면에서 내 취향은 딱히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뒤, 자연스럽게 경애와 상수의 마음을 응원하게 되었다. 힘든 상황들 속에서도 나름의 오아시스 샘을 만들어 꿋꿋히 살아갔던 그들의 인생도 함께 응원하면서. 앞으로는 좀 더 행복해지길.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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