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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창 소설 읽기에 빠져있는데요. 몇 년 전만 해도 소설을 단 한권도 읽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장족의 발전인 듯 합니다. 이제는 서서히 취향의 소설을 찾아 읽어나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요. 최근에 추천받았던 <풀업> 또한 꽤 재밌게 읽은 소설 중 하나입니다.

 

 

 

 

풀업 책소개 및 줄거리

강화길 작가의 소설 <풀업>은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의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에 실린 핀 시리즈 중 하나인데요. 무려 128p 분량에 판형도 매우 작아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았습니다. 판형이 작은 걸 고려하면 거의 60~70페이지 분량으로 단편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풀업-책표지

출판년도 : 2023
출판사 : 현대문학
저자 : 강화길

 

소설 <풀업>은 엄마 영애 씨와 그녀의 두 딸 지수와 미수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주인공은 장녀인 지수의 시점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죠. 지수는 어린 시절 엄마와 동생 미수에게 항상 부족한 존재로서 눈치를 보며 자라게 됩니다. 자신보다 잘나고 당찬 동생 미수는 항상 엄마의 자랑이었으나 겁많고 포기가 쉬웠던 그녀는 그들에게 은연중 무시당하기 일쑤였죠.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와 동생이 그녀를 싫어했던 것은 아닙니다. 가족으로써 무척 사랑했고, 지수 또한 그들을 매우 사랑했죠. 그랬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엄마의 편애와 미수의 멸시에 소외당했음에도 항상 버림받지 않기 위해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조용히 침묵함으로써 머물렀죠.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전세사기로 큰 빚을 지게 되었을 때, 엄마와 미수는 그녀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이 생깁니다. 이후 엄마의 집인 <무궁화 궁전>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되죠. 이미 결혼해 출가한 동생 미수는 시시때때로 지수가 집안의 소소한 일들을 책임지고 해나가를 무언의 압박을 합니다. 그리고 엄마 또한 아무렇지 않게 많은 것들을 그녀에게 부탁하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 압박과 그들의 차별은 오래되었지만, 영애 씨의 집에 들어오고 그들의 돈으로 빚을 갚게된 순간부터 지수는 악몽을 꾸기 시작합니다. 얼굴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제대로 된 말도 못 하고 소리를 지르는 꿈의 반복. 마치 식물의 뒤에 숨어 있는 시들고 말라버린 제라늄처럼 그녀 또한 무기력하게 일상을 버텨가죠.

 

그러던 어느 날  항상 같은 시간에 집 앞을 뛰어가는 한 여성을 보게 되고, 그날 따라 그녀를 따라가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려 한 스포츠센터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친절한 트레이너 영민 씨의 다정하고 확신에 넘치는 말들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점차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회복해나가게 되죠. 그리고 이는 지수의 삶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만큼 고통도 큰 가족이라는 이름

 

 

소설의 지수의 시점에서 그녀의 무기력한 일상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진행이 됩니다. 엄청난 사건과 기가막힌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그저 평화로운 일상에서 가족에 의해 상처를 받았던 주인공이 우연히 접한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지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굉장히 잔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간의 미묘한 갈등과 서로의 입장들이 미묘하게 맞물려 굉장히 스토리에 몰입되게 만들었습니다. 부모, 형제 등 많은 이들이 경험했을 아주 가깝지만 그만큼 크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관계라는 점에 무척이나 공감되는 스토리였는데요.

 

무엇보다 자신의 속마음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해 괄호 안에 담아내야 했던 그녀의 실제 생각들을 읽으면서 더욱 주인공에게 몰입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관계라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라 어느 한쪽의 면만 볼 수는 없는데, 이 책에서는 아주 짧게 나마 영애 씨와 동생 미수의 입장과 생각도 닮겨 있어서 다각적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회복한 주인공

 

 

차분한 주인공만큼이나 담담하게 흘러가는 문체는 굉장히 술술 읽혀서 정말 힐링하듯 가볍게 읽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가족 중 여성이 많을 경우 서로가 더욱 끈끈할거라 편견을 갖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로망을 산산히 부셔버립니다. 가족 내에서 쉽게 누군가가 소외되고 그로 인해 자기혐오를 갖게 되기도 하는데, 지수 또한 그러한 위치였죠.

 

사실 읽으면서 결론적으로 자매가 소원하게 된 데에는 엄마인 영애 씨의 탓이 가장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녀 또한 엄마가 처음이었고 그녀가 성장한 환경 배경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어찌되었든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가 우선이기 때문이죠. 애당초 비교를 하지 않았다면 지수와 미수 모두 지금과는 달랐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타고난 가족은 바꿀 수 없는 법. 어린 시절의 부당함을 커서 이야기해봐야 어차피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수처럼 참고만 있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행히 지수는 운동과 바깥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바꿀 기회를 얻었고, 여전히 작은 의심이 들지만 앞으로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품으며 이야기를 끝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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