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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산책>에서 연장되는 듯한 스토리의 <우연한 산보>. 물론 내용이 이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연히 산책을 하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묘사된 연출이 비슷하다는 것. <산책>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소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부담없이 진행되는데, 가볍게 읽기 딱 좋다. 덕분에 힐링하듯 읽었다.
우연한 산보 서평
이번 책은 글작가가 따로 있는데, <고독한 미식가>를 함께 만든 쿠스미 마사유키가 직접 도쿄 거리를 취재하면서 만든 스토리를 가지고 만화가 그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함께 도쿄를 산책하는 기분. 읽고 나면 실제로 그 장소를 가보고 싶기도 했다. 도쿄 정말 가고 싶네.

출판년도 : 2012
출판사 : 미우
저자 : 다니구치 지로
주인공은 30대 기혼자에 문구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앞서 <산책>의 주인공처럼 큰 감정기복없이 유하고, 소박한 일상에 즐거움을 느끼는 무난한 성격이다. 그 주인공의 성격답게 이야기도 큰 사건없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아주 소소한 재미들을 안겨준다.
확시 다니구치 지로가 글과 그림을 그린 다른 작품들과 살짝 결이 다른 느낌이였는데, 글 자가의 후기를 보니 주부 독자가 많은 편이라 그 부분을 염두해두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도 기혼자로 아주 평범하게 등장하는가보다. 간혹 아내도 등장하는데,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없으며 아주 소박하게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연한 산보를 통해 발견한 일상의 아름다움
일본의 한 문구회사에서 꽤 오래 근무한 영업사원 우에노 하라는 근무 중이거나 휴일에 우연히 산보를 걷게 되면서 그 즐거움에 푹 빠진다. 계획없이 즉흥적으로 발길 따라 즉흥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똑같았던 일상 속에서 새로운 풍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영업사원이라 주로 밖에서 활동해서 그런가 주인공의 일탈이 꽤나 자유로워보인다. 나 또한 계획을 두기보다 자연스럽게 발길따라 여러 새로운 골목들을 탐방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같이 바쁠 때는 그렇게 목적없이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사실 이러한 책을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 삶의 행복이 별거 아니라는 거.
정말 잠깐의 여유와 일탈만으로도 사람은 숨이 틔이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도 바쁘고 빡빡하다.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이러한 책이 주는 감성은 여전한 것 같다. 아주 세밀하게 그려진 풍경들이 마구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데, 너무 감탄스러워서 책장을 넘기기 아까울 정도다.
실제로 작가 다니구치 지로는 까다로운 밤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스크린톤을 아주 세밀하게 단계에 나눠 붙여 깎고 농도를 표현했다고 하니. 가히 장인 정신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원화가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웠으면, 이걸 가지러 간 일본 편집자는 혹여나 손상될까 손을 덜덜 떨며 가지고 왔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 후기를 들어보니 실제 원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일상에서 새로운 풍경을 보고싶다면
이 작품의 원작자인 쿠스미 마사유키는 취재를 하면서 세 가지의 규칙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선 책이나 인터넷을 보고 미리 조사하지 않았고, 길 가다 흥미로운 곳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옆길로 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시간 제한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걸으면 끝.
언젠가부터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효율을 강조하던 우리에게는 다소 어색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인간은 가끔씩은 충분히 쉬어주고 놀아줘야 하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꽤나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닐 수 없다. 혹시 똑같은 일상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한 번쯤 색다른 길로 걸어보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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