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책을 어떤 경로로 추천받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이 좋다는 후기에 살포시 제목을 기록해두었던 기억이 난다. 마침 다음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의 차례가 온 듯 하여 가볍게 책을 집어들었다. 쉽게 읽히는 문체에 300페이지 내외의 가벼운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기 좋았던 소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책리뷰

이런 판타지계열 소설이 그렇듯 표지가 굉장히 환상적으로 예뻐서 내용이 어떨지 읽기 전부터 사뭇 기대가 되었다. 읽으면서 어쩐지 소설 <달러구트 꿈백화점>이 연상된다 싶었는데, 이 책 또한 텀블벅에서 후원에 성공하여 출간까지 된 케이스였다. 
 

비가-오면-열리는-상점-책-표지
출판년도 : 2023
출판사 : 클레이하우스
저자 : 유영광

 
그러고 보면 요새 텀블벅으로 출간되는 소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미리 대중성을 검증받는 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출간하는 출판계 입장에서 조금 부담이 덜할테고.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영미권에 억대 수출을 계약하여 꽤 많은 나라에 판권을 수출했다고 하니 더욱 기대치가 높아질 수 밖에.
 
 
 

불행을 팔고 행복을 살 수 있다면?

여고생 세린은 레인보우 타운의 오래된 폐가에 자신의 사연을 적은 대한 오래된 소문을 듣게 된다. 폐가에 자신의 사연을 적은 편지를 보내 당첨되면, 일 년에 단한 번 비가 오면 열리는 수상한 비밀 상점에 들어갈 수 있는 초대장을 받게 된다는 것. 그 곳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불행을 팔고 행복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빠와 홀로 힘겹게 하루종일 일하는 엄마, 그리고 집나간 동생. 친구하나 없는 우울한 학교생활 그리고 대학조차 꿈꿀 수 없이 가난한 삶 속에 찌든 세린은 자신의 사연을 고히 적어 믿거나 말거나 폐가로 편지를 보낸다. 몇일 뒤 놀랍게도 세린의 앞에 편지가 도착하고 장마가 시작될 즈음 폐가로 향하게 된다.
 
반신반의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세린은 자신처럼 편지를 보내 초대장을 얻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도깨비의 안내에 따라 상점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불행을 팔고 금화를 받게 되는데, 이 금화는 장마 기간 상점을 이용하는 동안 이용할 수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상점에서 금화로 무언가를 살 경우 색색의 도깨비 구슬을 얻게 되는데, 이 구슬들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이 깃들어 있었다. 듀로프라는 도깨비로부터 잇샤라는 고양이를 받게 된 세린은 구슬을 통해 미리 원하던 삶을 엿볼 수 있었는데, 생각과는 다른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다.
 
그러나 점점 장마가 끝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세린에게는 예상치 못한 위기가 수시로 덮치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자신의 불행을 가지고 꿈꾸던 원하는 삶을 교환할 수 있을 것인가.
 
 
 

흥미로운 세계관 그러나 다소 아쉬운 뻔한 전개

읽기는 무척 쉬운데 생각보다 처음부터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왜 그런가 하니 마치 아동 소설을 보는 듯한 유치하고 어색한 대사와 뻔한 전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삽화가 너무 예뻐서 큰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 그 만큼 실망도 조금 큰 편이었다. 아마도 예전에 소설을 잘 못 읽었을때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었을텐데.
 

 
어느 정도 어려운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문체에 적응되고 있는 현재의 입장에서는 너무 문체가 쉽고 단조롭다고 느껴졌다. 이 부분은 개인차일 수도 있는데, 비슷한 느낌의 <달러구트 꿈백화점>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더욱 독자 연령을 낮춰야 할 것 같은 느낌. 요즘 청소년 소설도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조금 더 어린 친구들이 흥미롭게 읽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세부 설정이나 묘사가 깊었다면 이 세계관에 더욱 몰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책 홍보 문구에 해리포터와 지브리를 합친 느낌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요새 비슷한 마법 판타지물이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나 죄다 이런 문구를 붙여버리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다. 두 작품을 워낙 애정하기 때문에 더 더욱.
 
 
 

책 한권을 완결짓는다는 것

쓰다보니 너무 혹평만 남긴 듯 한데,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꽤 몰입도가 괜찮았고, 정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찌보면 전개가 굉장히 예상가능한 범위라 익숙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스토리라 할지라도 온전히 책 한권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잘 엔딩까지 간 듯 하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나기가 어려운데, 이 책 또한 내 취향을 저격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후기글을 읽고나니 다른 면에서 어찌나 뭉클하던지. 세린이라는 인물이 정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오히려 저자의 자전적인 아픔이 탄생시킨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힘든 시절에 만화와 책이 위안을 주었다는 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는데, 문창과를 나오지 않고 글쓰기는 배우지도 못한 채 이렇게 책 한권을 잘 끝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 과정이 녹록치 않음을 짧은 글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 아이디어와 응원을 보내준 친구 덕분에 이렇게 다음 책을 멋지게 펀딩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분명한 건 아직 어른 소설로서는 부족한 점이 여실히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오히려 책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형태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도 해외에서 고액의 판권이 팔릴 정도로 대중성과 여러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적 역량은 충분한 듯 하다. 부디 다음 소설은 한층 더 깊고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기를.
 
 
▼ 관련 포스팅
달러구트 꿈백화점 - 흥미롭고 신선한 꿈의 세계로
정은궐 작가 신작 <영원의 사자들> 출간 소식
거울 속 외딴 성 - 뭉클한 반전의 미스터리 판타지 일본 소설 추천
<불편한 편의점> 줄거리 서평 - 읽고 나면 따뜻해지는 유쾌한 소설 추천
소설<아몬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