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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라마 <정년이> 큰 화제와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여성 국극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시대극인데, 어찌나 인기가 많았던지 캐스팅부터 제작되어 방영될 때까지 꽤 많은 관심을 받은 듯 했다. 알고보니 웹툰이 원작. 그런데 주요 캐릭터가 이번 드라마에서 빠져서 살짝 논란이 되었는데,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라는 호기심이 생겨 웹툰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웹툰 정년이 본 후기

네이버 웹툰 <정년이>는 스토리 서이레 작가와 작화 나몬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총 3부로 나뉘어져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3년간 연재가 되었다. 단행본은 비교적 최근에 나왔는데, 총 10권으로 기존 연재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회차와 더불어 네컷만화가 추가로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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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년도 : 2020 - 2024
출판사 : 문학동네
저자 : 서이레(글), 나몬(그림)

 

예전에는 진짜 만화책을 엄청 모을 정도로 만화를 많이 읽었었는데, 요새는 워낙 볼 게 많기도 하고 살짝 흥미를 잃어서 많이 보진 않는 편이다. 간혹 당기는 작품만 빠르게 읽곤 하는데, 이번 <정년이> 또한 그런 경우다. 드라마에 관심이 생겨서 보게 되었는데, 정작 아직 드라마는 보지 않은 상태. 원래라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는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요새 워낙 많은 웹툰들이 영화나 드라마화가 진행되어서 이 작품 또한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까지 수상한 작품이였다. 상에 엄청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대중성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았구나 싶었던 느낌이랄까.

 

 

 

줄거리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 한국 전쟁 후이다. 주연에서부터 엑스트라까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할까지 모두 여성 국악인들이 주가 되었던 창극 극단인 여성국극이 흥행하던 시기.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 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주연 배우들은 큰 돈을 벌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로 등극한다.

 

여러 극단 중 단연코 매란국극단의 활약이 대단했는데, 극단의 남녀 주연배우인 문옥경과 서혜랑은 많은 여성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 공연을 위해 전라남도 목포로 잠시 내려오게 되고, 문옥경은 우연히 시장에서 생선을 팔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윤정년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공연에 보러 오라 권한다.

 

처음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정년이는 친구의 성화에 따라 공연을 보고 된다. 그리고 국극을 해서 스타가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덜컥 매란국극단 단장에게 국극을 시켜달라 말한다. 하지만 대차게 거절당하고, 겨우 문옥경의 설득으로 문화생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국극 연기에 정년은 좌절하고 마는데...!

 

 

 

여성 국극의 화려한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

당차고 중성적인 느낌의 강한 여성 주인공과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에서 바로 떠올려진 작품은 만화 <춘앵전>이였다. <춘앵전>은 여성 국극의 창시자인 '임춘앵'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데, <정년이> 또한 실제 국극 배우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에서 나왔던 실존 인물들이 실제로도 겹치는 시대를 살았다는 것.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천재가 우여곡절 끝에 성장하여 성공하는 듯한 이러한 스토리는 꽤나 익숙한 전기 플롯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조금 특별했던 것은 당시 시대적으로 여성 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 여성들이 주가 되는 서사를 다뤘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시 초기 여성 소리꾼은 남성들과 달리 기생 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기생 취급을 당해야 했는데 작품에서 이 같은 차별은 곳곳에 꽤 잘 드러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은 예인이였기 때문에 국극을 하게 되면서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많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점차 국극이라는 장르의 인기를 끌면서 국극단의 규모는 커지고, 연습생을 기르는 등 엄청난 체계가 생긴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국극은 결국 영화라는 매체의 등장으로 빠르게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도 메인 구극단으로 나오는 매란국극단 부실한 관리는 이미 곪을 때도 곪아 터지기 직전이긴 해서 언제든 무너질 예정이였다.

 

 

 

색다른 로맨스 서사와 매력적인 그림체

아무래도 여성 국극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는데, 또 한가지 특별한 점은 동성애 코드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정년이와 그녀의 1호팬 부용이와의 로맨스, 그리고 매란국극단의 스타 문옥경과 서해랑 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정년이와 부용이의 관계성이 웹툰에서 굉장히 중요한 서사로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어 가는데, 아쉽게도 드라마에서는 이 주요한 인물이 부용이가 빠져서 한차례 논란을 겪기도 했다. 어떤 이유든 메인 캐릭터를 뺐을 때는 그만한 이유와 각오가 있어야할 듯 한데, 사유를 들어보면 딱히 납득이 되진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단순히 로맨스를 넘어서 예술가로서 캐릭터들이 서로 시기질투를 하면서도, 위기의 상황에서 서로 힘이 되어주고 지지해주는 우정에 대한 서사 또한 꽤나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같은 몰입에는 시원스럽게 묘사한 그림체도 한 몫하는 듯. 보는 내내 탄탄하고 유려한 그림체에 단순히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재미도 가득했던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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