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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영화 써니 리메이크판을 보면서 갑자기 원작이였던 한국판이 그리워져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2011년에 개봉한 오래된 영화지만 다시 보니 여전히 재밌고 좋더라구요.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메인으로 흐르는 써니 노래도 너무 신나고 말이죠.
영화 <써니>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
영화 <써니>는 우연히 고교동창생을 만난 주인공이 오랜 친구들을 찾으면서 옛 추억을 회상하며 펼쳐지는 감동스토리를 그리고 있는데요. 풋풋한 학창시절을 유쾌하고 맛깔나게 그려 개봉 당시 무려 700만이 넘는 관객수를 동행했을만큼 굉장히 흥행한 작품이였죠.
써니
2011 | 한국 | 124분 (감독판: 135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감독 : 강형철
출연 : 유호정, 심은경, 진희경, 강소라, 고수희, 김민영, 홍진희, 박진주, 남보라, 김선경, 이연경, 김보미, 민효린
사실상 주인공은 유호정과 심은경이 맡은 임나미인데요. 하지만 주변 친구들을 다시 재회하는 스토리임만큼 다른 캐릭터의 캐스팅도 무척이나 중요했는데, 무엇보다 아역과 성인의 싱크로율이 굉장히 관건이였던 것 같습니다. 포스터 또한 이것을 강조하듯 아역 버전과 성인 버전 두 가지로 만들었는데요.
신기할 정도로 아역과 성인 배우가 참 많이 닮았더라구요. 그 때문인지 더욱 극에 몰입이 잘 되었던 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추억의 학창시절과 우정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굉장히 잘 연출하여 큰 호평을 받았는데요. 덕분에 해외에서도 호평받으며 영화 <수상한 그녀>처럼 수많은 나라에서 리메이크가 되었죠.
써니 줄거리
2011년 40대 임나미는 잘나가는 사업가 남편에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고등학생 딸을 둔 주부인데요. 우연히 친정어머니 문병차 들렀던 병원에서 입원한 고교동창 하춘화를 만나게 됩니다.
고교시절 서클 ‘써니’ 리더였던 그녀는 현재 폐암 말기 시한부였는데요. 그녀는 나미에게 마지막 소원으로 헤어졌던 써니 멤버들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나미는 흥신소를 동원해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하나 둘 찾기 시작하면서, 잊었던 과거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되죠.
25년 전인 1986년, 나미는 전라도 별교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게됩니다. 진한 사투리에 긴장으로 인한 어리숙한 행동 때문에 전학 첫날 그녀는 단번에 날라리들의 표적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그때 춘화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면서 자신의 서클에 끼워줍니다.
나미는 그녀로부터 서클 멤버인 진희, 장미, 금옥, 복희, 수지를 소개받게 되는데요.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유독 수지만큼은 촌스러운 나미를 싫어하는 티를 팍팍 냅니다. 그에 나미는 무척 속상해하죠.
어느 날 나미는 친구들을 따라 라이벌 서클 소녀시대와 맞짱을 뜨러 공터에 나가게 됩니다. 나미는 욕쟁이 할머니한테 전수받은 몸짓을 시전하며 단숨에 그들을 제압해버리고 멤버들에게 당당히 서클멤버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자주 듣던 노래 제목 '써니'로 이름 짓고 축제에서 이 곡으로 공연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한편 나미는 수지를 직접 찾아가 술을 먹으며 오해를 풀게 되는데요. 알고 보니 수지는 나미가 싫어하는 새엄마랑 같은 전라도 사투리를 써서 냉대했던 것이였죠. 결국 두 사람은 만취하면서 서로 귀엽게 울며 화해합니다. 이후 써니 멤버들은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전보다 더 끈끈한 우정을 쌓게 됩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축제 당일이 오고 한껏 들뜬 친구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써니 멤버였으나 본드로 인해 춘화에게 제명당한 상미가 이전처럼 축제날에도 시비를 걸기 시작하는데요.
나미를 대신해 나선 수지가 상미가 휘두른 깨진 유리병에 의해 얼굴이 베이면서 축제는 아수라장으로 끝이 나고 써니는 해체되버리죠. 얼굴 상처에 충격받은 수지는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이 때문에 각자 다른 곳으로 전학가게 된 써니 멤버들은 눈물 속에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흘러 서로의 소식을 모른 채 바쁘게 각자의 삶에 매진하며 살아가게 되죠.
우리 다시 만날거야.
잘 나간다고 쌩까는 년 있으면 찾아가서 응징할 거고,
못산다고 주눅든 년 있으면 잘 살 때까지 못살게 굴거야.
우리 중에 누가 먼저 죽을진 모르겠는데,
죽는 그 날까지 아니 죽어도 우리 써니는 해체 안 한다.
다시 재회한 친구들(결말 스포O)
춘화로 인해 한 명씩 만난 친구들은 과거의 빛나던 추억을 상기해보지만, 각자 마주한 현실의 무게는 무겁기만 합니다. 심지어 새로운 멤버를 만날때마다 더욱 심각해지는 상태를 마주하며 그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그래도 25년만에 간신히 재회한 그들은 다시 한번 우정을 되새기며 서로를 도와 위기를 헤쳐나갑니다.
하지만 수지는 마지막까지 찾지 못했죠. 결국 수지가 모이지 못한 채 춘하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춘화의 장례식에서 그녀 덕분에 모인 그녀들은 춘화의 유언대로 이전 축제 때 추지 못한 써니를 함께 추며 슬프지만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데요. 그리고 그때 마지막까지 찾지 못한 수지가 갑작스레 등장하여 밝게 웃으며 끝이 납니다.
그 시절 풋풋했던 순수함을 상기시키는 영화
아역과 성인배우들이 얼마나 찰떡으로 캐스팅되었는지, 과거에서 현재로 전환될 때마다 너무 흥미로웠어요. 영화와 동시대를 살진 않았더라도 보고나면 자신의 학창시절이 그리워지는 듯한 향수가 느껴지는 영화인데요. 물론 영화처럼 모두가 즐거웠던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닐꺼에요.
개인에 따라 그 당시가 가장 힘들었을 수도 있고, 유쾌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보편적으로 느끼는 과거 열정적였던 그 시절의 나와 유한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을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 보편성 덕분에 많은 나라에서 리메이크가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나에게도 역사가 있다.
그 역사 속의 주인공은 나다.
물론 흥행작 특유의 정형적이고 뻔한 스토리 구조와 너무 낙천적으로 그려진 해피엔딩은 조금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장례식장에서 부유했던 춘화의 경제적 지원으로 모든 친구들의 문제가 해결되어버린 것은 뭔가 돈이 우선시 되버린 것 아닌가 생각이 처음엔 들었는데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통해 친구들을 위기에서 빼주고 우정을 지켜주기 위해 사용된 거라 나름 가치있게 쓰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영화를 보고 나니 상미라는 캐릭터가 극악한 빌런이라기 보다는 조금 안타까운 인물로 느껴졌는데요. 상미의 대사에서 써니 멤버들을 향한 빈부의 격차와 상대적인 박탈감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상미를 주인공 멤버들과 대립하는 절대 빌런처럼 만들어버려서 조금 불편하더라구요.
상미 또한 전 써니 멤버였고 분명 다들 친했을텐데 말이죠. 이왕이면 상미라는 인물이 현재에는 어떻게 살고있는지까지 함께 포용하는 전개로 가면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재밌고 느끼는 바가 많았던 영화에요.
원래 정형적이고 뻔한 거를 잘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는데요.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는 나름 성공적으로 연출과 완성도를 보여준 것 같아요. 장례식장에서 저렇게 친구들이 나를 생각하며 유쾌하게 지낸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 마지막 엔딩 크레딧까지 정성을 들인 진한 감동이 참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것도 좋지만, 사실 영화 속에서라도 저렇게 다소 과장스럽더라도 행복하고 유쾌한 마무리가 개인적으로는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잘 만들었을 때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말이죠. 볼때마다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 <써니>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쯤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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