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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나게 전시를 보고 밥도 먹고 마침 날씨가 너무 화창하니 좋아서 그냥 가기는 아쉽더라구요. 그렇다고 카페에 들어가긴 아쉽고 해서 찾아보니, 삼성역 근처에 무슨 릉이 있더라구요. 아니 왜 그동안 몰랐지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호기심 반으로 한 번 걸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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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선릉과 정릉 소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왼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나와요. 지하철역으로 한 정거장이긴 한데, 구간이 짧아서 충분히 걸어갈만 하더라구요. 도착해보니 도심 속에 릉이 있다니 무척 신기했어요. 꽤 서울 이곳저곳을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새로운 곳을 발견하게 되는 거 보면 참 서울이 넓고 볼 게 많구나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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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과 정릉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00길 1 선릉정릉
3월-10월 : 매일 6시 - 21시
11월 - 1월 : 매일 6:30 - 17:30
2월 : 매일 6:30 - 18시
월요일 휴무(공휴일 겹칠 경우 다음날 휴무)
02-568-1291

서울 선릉과 정릉은 입장료가 있습니다. 단돈 천원으로 저렴한 편인데요. 그런데 매표소가 닫혀있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이였습니다. 한 번도 문화가 있는 날 이벤트를 즐겨본 적이 없는데, 이날 운 좋게도 무료입장이라는 것을 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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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릉과-정릉-지도

물론 입장료가 저렴한 편이라 돈을 내고도 들어갔을 것 같지만, 무료로 입장 가능하니 더욱 땡잡은 기분이더라구요. 들어가기 전 입구에 지도가 있는데요. 생각보다 꽤 규모가 크더라구요. 산보나 할겸 왔는데, 거즌 운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부 풍경

묘하게도 선릉 밖에는 바로 건물이 손 닿을듯한 거리에 있습니다. 굉장히 생경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일단 홀로 떨어져 있는 정릉을 먼저 보고 돌아서 선릉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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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살짝 더운게 아쉽긴 했지만, 길이 평평하게 잘 되어 있어서 걷기에는 무척 좋았습니다. 그렇게 높은 구간도 없어서 높은 곳을 오르기 어려우신 분들도 가볍게 산책하듯 걷기 좋을 것 같더라구요.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미식가 중종의 무덤 정릉

걷다 보니 금방 정릉에 도착하더라구요. 정릉은 조선 11대 왕 중종의 능인데요. 원래 고양 서삼릉에 두 번째 왕비 장경왕후의 능과 함께 있었으나, 명종 때 중종의 세 번째 왕비인 문정왕후가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하네요. 원래는 왕비의 능도 옮길 예정이였으나 지반에 물이 차는 문제로 결국 홀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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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선왕릉이 동일하게 2가지의 길로 나뉘어 있는데요. 향로는 제향을 지낼 때 혼령을 위한 향이 지나가는 길이고, 어로가 임금이 걷는 길입니다. 길 위 안내에도 쓰여있지만, 향로로는 걸으면 안되고 반드시 어로로 걸으라고 되어 있네요. 어로로 총총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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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중종
대장금 중종

중종은 성종과 정현왕후의 아들로 진성대군에 봉해졌다가 1506년 반정으로 이복형인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인물입니다. 이상하게 저는 정종을 떠올리면 대장금의 "맛있구나."를 외치던 미식가지만 존재감 미미한 임금으로만 떠올려지는데 사실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였던 것이죠. 왕위에 오른 이후 정종은 재위 기간 연산군 대의 잘못된 정치를 잡고, 향약(조선시대 향촌사회의 자치규약)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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릉의 입구에 있는 건물은 정자각으로 제를 올리는 공간인데요. 이곳에 오를 때에도 신계와 어계라고 해서 계단이 나눠져 있습니다. 당연히 저희는 임금이 오르던 어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의문점인 것은 신계 계단은 한쪽에만 있는데, 어계는 양쪽에 있다는 점. 왜 그럴까요? 올라서 바로 하늘로 날아가시나?! 역사를 얕게 아는 자로서 모르는 점 투성이네요. 이래서 해설을 들어야 하나 봅니다. 정자각 뒤로는 갈 수 없게 막아놨는데요. 아쉽게도 릉으로는 올라갈 수 없기에 먼 발치에서 아련히 바라봅니다.

 

 

 

정릉 가는 길

정릉을 보고 나와서 다시 둘레길로 걸어가는 중. 진짜 산책하기가 너무 좋더라구요. 이날 무료 개방이라 그런건지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간간히 꽤 계셨어요. 산책하고 쉬러 오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둘레길로 가니 바로 앞에 건물이 나옵니다. 아니 릉 안에서는 경관을 헤치는 기분인데, 반대로 이 집에 사시는 분들은 숲뷰 아닌가요. 도심 속 숲뷰라니. 그것도 서울 한복판 강남에서. 요즘 핫하다는 숲세권을 부러워하며 지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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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오르막이 나왔어요. 아니 여기 릉 아닌가요. 왜 오르막이. 지도상 중간에 무성하던게 아마 작은 언덕같은 거였나 봅니다. 등린이로서는 무슨 산 같더라구요. 힘겹게 오르고 넘어가니 그제서야 나오는 또 다른 능이 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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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의 세 번째 왕비 정현왕후 윤씨의 능인데요. 이 길은 제를 지낼 때 정현왕후의 혼령이 봉분과 정자각 사이를 오르내리는 길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네요. 사실 너무 가려져 있어서 하마터면 능인 줄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어요. 그리고 다시 넓다란 길로 걸어가서 마지막인 중종 아버지의 능을 보러 갑니다. 

 

 

 

중종 아버지 성종의 무덤 선릉

성종의 능인 선릉을 보러 가던 줄 2길이 나왔는데, 호기심에 올라본 오른쪽 오르막길. 보는 순간 오르막이라 오르기 싫었는데, 왠지 힘겹게 오른 가치가 있을 것 같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실제 왕의 무덤을 유일하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요. 한쪽에서 살짝만요. 막상 가까이서 보니 더욱 크고 정교하게 구성된 모습이 왠지 위엄이 느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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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마와 함께 작지만 늠름하게 서 있는 무석인의 뒤태와 멀리서 보이는 도시숲의 조화가 참 묘합니다. 이곳은 능이 2개인데도 불구 정자각이 하나인데요. 이걸 동원이강릉이라고 부른데요.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각각 능을 조성한 형태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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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사진으로 보면 날씨가 너무 화창하니 좋은데, 사실 이 날 조금 더워서 땀을 한바가지 흘렸네요. 진짜 예상대로 산보가 아니라 운동이 되버렸어요.

 

 

 

성종, 정현왕후 윤씨의 정자각

마지막으로 정자각도 걸어봅니다. 성종과 정현왕후 윤씨의 정자각인데요. 중종의 정자각과 똑같았어요. 매번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정자각의 모양새가 참 이쁜 것 같아요. 앞에 부채꼴로 펼쳐진 모양새도 이쁘고, 위에 장식된 모양들도 엄청 매력적이고 말이죠. 제사를 올리기 위한 용도의 건물이긴 하지만, 뭔가 미니 궁같은게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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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지방이나 외곽에서 능을 보다가 도심 한가운데에서 능을 보니 뭔가 기분이 새롭네요. 옛날에는 당연히 저렇게 놓은 건물이 없었지만, 강남의 급격한 개발로 이런 독특한 관경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도심 속에 있는데도 꽤 잘 보전되어 있어 놀랍고, 무엇보다 답답한 높은 건물들 사이로 이런 푸른 녹지와 쉼터가 있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네요.

 

 

 

선릉과 정릉 역사문화관

능들을 다 보고 나오면 출구쯤에 역사문화관이 나오는데요. 내부는 소박하지만 굉장히 정보를 알차게 구성해놓아서 지식이 +1 상승하는 기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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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계도는 매번 볼 때마다 흥미로운데요. 역사서에서 항상 많이 등장하는 임금 중 하나인 세조! 알고보니 성종은 세조의 손자였더라구요. 병으로 인해 일찍히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세상을 뜬 의경세자의 아들이 바로 성종인 것이죠. 성종의 후궁들 보이시나요. 도대체 몇 명인건지 참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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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역사서에서 유명한 스토리를 가진 연산군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성종과 폐비 윤씨의 아들이죠. 연산군은 추후 폐위되면서 왕자와 같이 초라하고 형식적인 능을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중종은 바로 이 연산군의 이복 동생이죠. 중종 이후에는 그의 아들들이 대를 이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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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은 총 42개가 있다고 하는데요.  2개는 북한 개성에 있고, 나머지 40개는 모두 대한민국에 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한양이 수도였으니, 그 주변에가 많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니까 구리와 고양이 압도적으로 많네요. 생각보다 서울 도심에는 몇 개 없더라구요. 이걸 보다가 문득 든 생각. 북한사람들은 얼마나 경복궁이 보고싶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음껏 경복궁과 조선왕릉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해지네요. 한편으로는 북한의 고구려나 발해 유적지를 보지 못하기에 그 부분이 참 아쉬운 것 같습니다.

 

 

 

쉬기 좋은 재실

마지막으로 무슨 또 한옥이 나오길래 유적지인가 봤더니, 알고보니 재실이더라구요. 재실은 제례를 지내기 전 제관들이 미리 도착하여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이라고 하네요. 일종의 업무 준비실같은거죠. 그래서 단청도 따로 칠하지 않고 굉장히 평범하고 수수한 건물이에요. 모르고 보면 기냥 한옥마을 집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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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흔히 보던 정형적인 한옥집인데요. 약간 그늘지고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마루에 앉아서 쉬고 계시더라구요. 방 너머로 보이는 자연이 참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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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이 이렇게 나무들로 둘러쌓여 그늘이 되어주어 그런지 시원하더라구요. 잠시 쉬어가기 좋았어요. 이렇게 마지막으로 재실까지 알뜰하게 보고 밖으로 나왔는데요. 한바퀴를 크게 둘러 걷고 찬찬히 모든 능과 역사관도 보고 나왔는데도, 1시간도 안 걸린 것 같아요. 대략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가끔 빽빽한 도시에 지치셨다면 한번쯤 들러 잠시 가볍게 산책도 하고 쉬어가기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아마 근처에 오게 되면 종종 들르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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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홀로 이곳을 둘러봤는데요. 알고보니 연중(화-일) 10시, 2시에 정기해설을 진행하구요. 토요일(3월-12월)에는 동일한 시간과 회차로 상설해설이 진행된다고 하네요. 해설과 관련된 자세한 부분은, 정기해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중부지구관리소(02-568-1291), 상설해설/한국의재발견(02-723-4206) 담당주관에 문의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9호선 선정릉역 가는 방법

이제 저는 9호선 선정릉역으로 걸어갑니다. 입구 근처에 가까운 2호선 선릉역도 있어요. 둘 다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한데, 9호선이 아무래도 조금 더 먼 것 같아요. 조금 거리가 되긴 하지만, 선릉과 정릉 주변 돌담길을 따라 쭉 가기만 하면 금방 9호선을 만나실 수 있는데요. 다만 생각보다 조금 더 많이 걸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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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릉역

분명 벽이 하나 끝났는데 왜 안 나오나 했더니, 다시 꺽어서 한번 더 가야되더라구요. 많이 걷는 건 괜찮은데 더워서 혼났습니다. 더운 날에는 이쪽으로 가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걸어서 드디어 선정릉 역 도착했습니다. 매번 9호선 타다 지날 때 선정릉역 역사를 스치기만 했는데, 이렇게 주변도 둘러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앞으로 이 역을 지날 땐 다녀온 조선왕릉이 생각이 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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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먼 곳으로 여행갈 시간이 안 나지만 조금 도심 속을 벗어나 자연과 역사를 느끼고 싶은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나들이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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