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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을 보고 하나 둘 빠져들게 된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바로 <설득>인데요. BBC버전을 너무 좋아하지만 꽤 오래된 작품이라 새로운 리메이크 버전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마침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된 <설득> 리메이크작을 공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면서 기다리다가 공개 당일 단숨에 봐 버렸습니다.
설득 영화소개
영화 <설득>은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인 <설득>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저에게 익숙한 2007년작 BBC 버전 드라마 외에 영화 버전을 찾아보니 1995년작이 있더라구요. 연식이 있는지라 딱 옛날 영화느낌인데, 고전미가 낭낭해서 궁금해지네요. 연출은 캐리 크랙넬이라는 감독이 맡았는데요.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설득
2022 | 미국 | 109분
장르 : 시대극, 로맨스 드라마
감독 : 캐리 크랙넬
출연 : 다코타 존슨, 코스모 자비스, 헨리 골딩, 니키 아무카버드
주인공 앤 역으로는 <50가지 그림자>로 유명한 다코타 존슨이 맡았고, 남주 웬트워스 역에는 코스모 자비스가 맡았는데요. 사실 다코타 존슨은 너무 유명해서 익숙했지만, 코스모 자비스라는 배우는 이 영화에서 처음 봤네요. 외모가 상당히 개성적이였는데, 사실 극 중에 웬트워스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였어요.
사실 다코타 존슨의 경우도 너무 이쁘고 매력적이지만, 사실 앤 역할과는 이미지적으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였어요. 오히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의 캐릭터를 맡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하지만 사실 다코다 존슨은 약간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사극보다는 현대극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극 중반에 전환점을 주는 중요인물인 윌리엄 엘리엇 역은 헨리 골딩이 맡았는데요. 헨리 골딩 말레이시아계 영국 배우로 미국에서 흥행했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부유한 남자친구로 나오면서 인지도를 얻었는데요. 그 작품이 그의 데뷔작이였다고 합니다.
사실 처음에 헨리 골딩이 윌리엄 역할로 등장해서 조금 놀랍긴 했지만, 나름대로 이미지적으로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들어 <브리저튼>같은 여러 퓨전 시대극에서 인종 다양성 캐스팅이 이루어져서 익숙한 덕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오리지널 시대극에 가까워서 조금 어색하긴 하더라구요.
또 중요한 조연들로는 앤의 가족들과 대모 러셀 부인이 있는데요. 소설상에서 언니와 막내가 이쁘다고 나와있는데, 영화에서는 둘째 앤이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살짝 아쉽긴 했지만, 얄미운 언니와 동생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하지만 언니 역 배우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많이 미미하더라구요.
더불어 러셀 부인은 니키 아무카버드라는 나이지리아 태생의 영국 배우가 맡았는데요. 역시나 뭔가 살짝 어색함이 느껴지더라구요. 앤의 여동생 메리의 시누이인 헨리에타와 루이자도 다인종 배우가 맡았는데요. 뭔가 존재감이 많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줄거리
시골의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은 부인을 잃고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요. 첫째 엘리자베스와 막내인 메리 그리고 아버지 엘리엇 경은 모두 귀족 근성이 몸에 벤 허세만 가득한 인물이였죠.
둘째인 앤은 두 자매와 달리 뛰어난 미모를 지니진 않았지만, 현명하고 조숙하여 집안에서 유일하게 지각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픈 과거가 있었는데요. 바로 8년 전 가난한 해군이였던 웬트워스 대령을 사랑했었으나, 아버지와 대모인 러셀 부인의 설득으로 그의 청혼을 거절해버린 뒤로 늘 후회를 해왔던 것이죠.
이제 27살이 된 앤은 가족들의 탕진으로 형편이 어려우지면서 세를 놓고 바스로 떠나게 되는데, 하필 자기 집에 웬트워스 대령의 누나 부부가 들어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앤은 동생 메리의 극성한 요청으로 그녀의 집에 머무르던 중 부자가 되어 돌아온 웬트워스 대령과 재회하게 되죠.
당황하는 앤과 달리 차갑게 외면하는 그는 결단력 있는 여자가 좋다며, 메리의 어린 시누이 루이자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앤은 점차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됩니다.
아쉬웠던 현대식 재해석
감독의 데뷔작이여서 그런건지 뭔가 하려는 시도는 많았으나 그로 인해 원작의 분위기는 완전 사라지고 말았어요. 여성에게 제약이 많았던 당시 시대상에 쓰여졌던 원작 <설득>의 경우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소 수동적인 여성주인공이 많았던 것에 비해 굉장히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인 앤이 등장하거든요.
현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평등한 시선으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던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인데요. 그런 주체적인 여성을 더욱 현대적으로 각색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과한 연출은 다소 독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특히 제일 견디기 어려웠던 점은 바로 주인공 앤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장면들인데요.
처음부터 설명식으로 자신의 상황과 감정 모두 쏟아내는 수다쟁이 앤을 보면서 무척 당황스러웠더라구요. 이건 분명 앤의 성격이 아닌데 말이죠. 순간적으로 감독이나 배우가 캐릭터를 잘못 파악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보면서 앤이 제발 말 안 걸었음 좋겠다 생각이 들 정도 말이죠.
사실 이러한 연출은 종종 해외작품에서 볼 수 있는데요. <미란다>나 <젠틀맨 젝>과 같은 다소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극에는 통통튀고 유쾌한 매력을 살릴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니였어요. 제인 오스틴 작품에서 <엠마>나 몇 가지 작품들을 제외하면 굉장히 감성적이고 섬세한 작품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면에서 이런 연출은 다소 아쉽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다인종 캐스팅을 그다지 나쁘게 생각하진 않지만, 다소 익숙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연출면에서 좀 더 섬세함이나 영상미의 아름다움이 돋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앤은 어디로...
이번 작품에서 다코타 존슨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처음 봤는데요. 정말 이쁘고 매력적인 배우더라구요. 사실 역할만 잘 맡았으면 더욱 그 매력이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앤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수줍고,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굉장히 내성적인 인물이에요.
하지만 어른스럽고 현숙하며, 이타적이여서 위급하거나 남을 돕는 상황에 확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체적인 여성이기도 하죠. 그런 양가적 행동력을 지녀서 굉장히 조용하면서도 은근하게 매력이 있는 인물이라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이 앤이라는 인물의 복잡하고 속마음을 섬세하게 잘 묘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다코타 존슨이 그려낸 앤이라는 인물은 완전 다른 인물 같더라구요. 발랄하고 톡톡튀며, 심지어 하고 싶은 말을 바로 내뱉을 수 있는 당당함.
오히려 제인오스틴의 다른 작품인 <엠마>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사실 다코타 존슨이라는 배우 자체는 매력이 있는데, 그녀가 그려낸 앤은 도저히 정이 안 가서 영화를 보다가 몇 번씩 중도하차할 뻔했네요.
아쉬움만 남긴 리메이크
사실 이 작품은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라기 보다는 다소 애틋한 로맨스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너무 사랑했지만 남의 설득으로 아픈 이별을 하게 되고, 8년 뒤 다시 재회하지만 지난 상처로 인해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계속 엇갈리는 두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이 정말 중요한 작품인데요.
이런 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너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제인 오스틴 작품 중에 영화 버전은 정말 <오만과 편견>만한 작품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제인오스틴 작품의 영화들 중에 유독 미국 혼자서 만들 경우 영 별루더라구요.
매번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전통파 사극에 약한 미국이네요. 그렇게 기다렸던 리메이크가 나왔지만 만족할 수 없는 모습에 제발 다시 누군가 제대로 만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랄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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