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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다정히 하늘을 마주보는 장면이 너무 이뻐서 홀리듯 보게된 영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유럽 영화중에서도 참 보기 힘든 스웨덴 영화인데, 국내에서도 너무나 유명한 작가의 실화이야기가 담겨서 그런지 나름 재미있게 술술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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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아스트리드 줄거리 및 리뷰

1920년대 스웨덴 시골에 살던 아스트리드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10대 소녀인데요. 보수적인 시대적 상황과 엄격한 기독교 집안의 가풍으로 인해 그녀에게는 이성교제는 커녕 머리 모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한 사회속에서 자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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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아스트리드

2018 | 스웨덴 | 123분
장르 : 드라마
감독 :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알바 어거스트, 마리아 보네비, 트린 디어홈, 헨릭 라파엘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안일을 돕고나, 동생들을 돌보거나 하는 허드렛일뿐이고, 그나마 허락된 사교무도회에서는 항상 오빠를 따라 늦게 집에 온다고 혼나기 일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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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솜씨만큼은 뛰어났던 아스트리드. 천방지축 철없는 딸이지만 그 누구보다 응원하고 아꼈던 아버지는 그녀가 글을 쓸 수 있도록 지역 신문사의 인턴 자리를 알아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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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의 가장 친한 친구의 아빠이자 편집장인 레인홀드 블룸버그 밑에서 조수로 일하게 되고, 그녀는 눈부신 재능으로 척척 맡은 일을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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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간지에 나온 신식 여성 스타일에 맞춰 머리도 싹뚝 자를만큼 과감하고, 답답함을 견디지 못했던 그녀는 사회적 규범을 깨버리고 그만 레인홀드와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그러다 결국 임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레인홀드는 현재 유부남에 이혼소송 중인 상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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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후원 덕에 먹고 살고 있던 아스트리드의 집안은 혹여나 아스트리의 임신 사실이 동네에 퍼질까 두려워하고, 결국 그녀는 레인홀드의 도움을 받아 스톡홀름으로 떠납니다. 비서 수업을 들으면서 힘겹게 아이를 낳은 아스트리드는 당분간 덴마크 위탁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곧 찾으러 올 것이라 약속하는데, 상황은 점점 더 그녀에게 위태로워지기만 합니다.

 

 

 

스웨덴의 위대한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스웬덴의 유명한 동화작가인데요. 국내에는 '말괄량이 삐삐'로 많이 알려진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전세계로 번역되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며 많이 알려졌고, 스웨덴에서는 정말 사랑받고 존경받는 국민작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아스트리드_작가_실제사진

영화의 첫 시작에는 할머니가 된 그녀가 타자기 앞에서 여러 곳에서 그녀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아이들의 편지를 읽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녀는 편지를 받고 외롭고 슬픈 어린이를 한 번이라도 밝게 만들었다면 그걸로 족한다며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이후 90세까지도 매일같이 꾸준히 글을 쓰며 왕성한 활동을 해나간 그녀의 기록물들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또한 동화작가 외에도 아동 폭력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면서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할 정도로 사회활동가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왜 제목이 아스트리드일까

사실 우리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풀네임일텐데요. 제목에는 린드그렌이 빠진 체 아스트리드라는 이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린드그렌이 남편의 성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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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후반부에 린드그렌과의 만남이 살짝 나오긴 하지만, 전적으로 10대 시절의 아스트리드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보고 나면 왜 제목이 그렇게 붙여졌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게 됩니다. 

 

 

 

당시 굉장히 보수적이였던 스웨덴

재능많고 외향적이고 진보적이였던 아스트리드는 주변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답답하고 보수적인 시골생활에서 그 나름대로의 자유와 당당함을 드러내는데요.

 

사교무도회에서 자신과 춤춰줄 파트너를 기다리기 보다는 남들 시선 따위 없이 신나게 춤추는 모습이라던가, 잡지 사진을 보고 단번에 양갈래머리를 싹뚝 짧은 단발로 잘라버리는 그녀의 행동들에서 그녀의 거침없는 성격과 더불어 시대적인 변화가 느껴집니다.

전화받는-아스트리드

사실 영화속 스웨덴은 지금과는 너무 달라서 흡사 과거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은 보수성에 놀랐는데요. 실제 당시 2910년대 스웨덴에서는 여성에 대한 규제가 엄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여성 참정권이 허용된 이후 많은 개혁으로 양성평등의 길로 발빠르게 들어섰다고 하는데요.

 

당시 스웨덴 여성들은 강요되는 예의범절과 성 역할을 탈피하기 위해 옷과 헤어를 편하고 남성처럼 짧게 잘랐고, 여성에게 금기되었던 공공장소에서 남성처럼 똑같이 흡연과 음주 그리고 춤추러 다녔다고 합니다. 더불어 아스트리드처럼 혼외 자녀를 낳는 경우도 많았으며, 가족중심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주체적으로 살는 문화가 형성이 되었다고 하네요.

 

 

 

힘든 현실 속 미혼모의 삶

사실 영화를 보면서 친구의 아빠와 다소 무책임하게 사랑을 하고 임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또 시대적인 상황들을 이해하고 보니 좀 더 다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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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나중에 무능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레인홀드의 뒤늦은 청혼을 거절하고 스스로 아이를 책임지려했던 선택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네요. 하지만 집안에서 계속적으로 아이를 잊으라고 했던 것과 덴마크 위탁모에게 들은 이야기들은 조금 가슴이 아팠어요.

실제_아스트리드_아들라세_모습
실제 아스트리드와 아들 라세 모습

사실상 아이를 책임지는 것은 두 부모일텐데, 시대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모든 책임과 죄책감을 엄마에게만 지워지는 것 같은 상황이 조금 씁쓸하더라구요. 그것은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이고 말이죠. 

 

실제로 아이가 함께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엄마 또는 아빠일텐데, 이런 것이 보장되지 못하고 여러 편견과 시선 속에서 외롭게 부모와 떨어져 살게되는 아이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라세는 엄마에게 돌아갔지만, 함께 살던 그 형아는 어디로 갔을런지.

 

 

 

소녀에서 엄마 그리고 작가가 되기까지

이 영화는 작가가 되기 전 현재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토대가 되어주었던 파란만장한 10대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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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가가 되는 과정에 대한 서사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어서 처음에는 살짝 아쉬웠는데요. 오히려 보고 나니 작가에 대한 이해가 훨씬 폭 넓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보고 나니 '삐삐'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전 세계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 배우는 잘 모르지만 그런 아스트리드를 매력적으로 연기한 알바 어거스트라는 배우에게 한 번 반하고, 또 엔딩쯤에 흘러나오던 노래에 또 찡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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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만큼이나 자유분방했고 당당했으며 용감했던 스웨덴 국민 작가 아스트리드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담은 <비커밍 아스트리드> 조심스레 추천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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