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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는 이연 작가의 책 신간이 나와서 가볍게 읽어보았는데요. 여럿이 함께 쓴 책을 제외하면 벌써 3번째 저자의 책을 읽게 되었네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나름 괜찮게 읽었던 책의 경우 저자의 관련 책을 대체적으로 찾아서 읽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책소개

물론 아무래도 같은 저자라 책의 분위기나 경향성이 비슷하지만 또 익숙해서 부담되지 않고 가볍게 읽기 좋더라구요. 그래서 주로 복잡하거나 어려운 자기계발서나 문학을 한참 읽다가 머릿 속에서 글자들이 튕겨나갈 시점이 되면 에세이로 가볍게 머리 속을 환기시켜주곤 합니다.

 

모든-멋진-일에는-두려움이-따른다-책표지

출판년도 : 2023
출판사 : 한빛라이프
저자 : 이연

 

다양한 장르의 에세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 사람의 경험담이 녹아있는 자서전같은 책들을 좋아하는데요. 전시를 꼬박꼬박 다닐 정도로 그림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림 유튜버의 이야기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가는 것 같습니다.

 

2023년도에 나온 신간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는 이연 작가가 그동안 꾸준히 창작을 해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잘 정리해놓은 책인데요. 이전 책들에게서도 느꼈지만 항상 새로운 판형에 가벼운 분량이 한 손에 들기 무척 좋아서 읽기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심플한 그녀의 그림처럼 책 표지도 근사하고 말이죠.

 

 

 

창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의 내용은 창작에 관해서 왜 하는지, 어디서, 언제, 어떻게 등 세부적으로 나눠서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일화에 추가된 내용이 덧붙여진 형태지만, 창작을 꿈꾸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드시는 분들에게는 막막한 길에서 방향성을 잡아주는 작은 길잡이가 되어주기에 참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경력적으로 입시 미술을 통해 정석처럼 미대를 가고 디자인 회사에서 오랫동안 업무 경험을 이어온데다가 프리랜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앞서나간 창작 선배의 경험담을 미리 볼 수 있으니 혹여 예비 창작자들에게는 더 유용하고 말이죠.

 

물론 작가의 생각은 개인 경험담에 비춰서 나오기 때문에 창작과 관련없는 분들에게는 크게 흥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찬찬히 읽어보니 단순히 내용이 창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저자의 깊게 사색된 시각들이 잘 담겨있어서 좋더라구요.

 

  내가 그림일기를 그린 이유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독특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등이 아니었다. 적어도 무언가를 그릴 때 나 스스로가 잠시나마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내가 원래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 기분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스스로가 창작하는 인간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림일기를 그렸다.
  그때 그리고 쓴 것들은 전부 조악하고 작아서 어디에 출품하기도, 혹은 작품이라 불리기에도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재미없게 나이 들 운명이라면, 돈이 안 되더라도 재미있는 일을 하자. 돈은 다른 일로 벌로 있으니까. 그때 이별한 창작과 다시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삽을 들고 그냥 아무 곳이나 찔러봐도 된다. 계속하다 보면 부드러운 땅을 만나고, 그곳을 파는 것이 즐거워진다. 내가 땅을 잘 팔 수 있도록 부드러운 흙에서 연습해봐야 한다. 땅을 파다 보면 잘 파지지 않는 땅을 만나다. 그걸 뚫어보거나 돌아서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면 다시 위로 올라가 부드러운 땅을 찾아 새롭게 파도 된다.
  계속 파다 보면 어느 정도 깊이에서 내가 파둔 땅과 만난다. 그곳에 광장이 생긴다. 그 광장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나만의 개성이 된다. 종종 개성을 키우기 위해, 그런 겉모습을 흉내 내는 사람들을 본다. 나는 그게 더 멀리 돌아가는 길처럼 보인다. 진짜 개성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온다. 즉, 밖이 아니라 땅 안에 있다.

 

 

 

 

술술 가볍게 읽기 좋지만 나름 알찬 내용

전체적으로 책에 글자가 가득하지 않아서 버겁지 않은 에세이 형식이였는데요. 중간에 만화도 들어가고 책의 판형 자체도 한 페이지에 버겁지 않게 글귀가 들어가 있어서 책을 읽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읽히기 좋은 책이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도 중간에 한 번씩 탁탁 와 닿는 문구들이 많아서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들더라구요.

 

 

사실 술술 읽힌다는 것은 쉽고 가볍게 쓴 것으로 오인한 적도 있지만, 직접 글을 써보니 이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느꼈는데요. 책의 장르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겠지만 읽기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글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어려운 말도 쉽게 풀어낸 책이 좋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가볍거나 내용이 없으면 그것도 싫지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균형이 잘 잡히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에세이 장르로서 말이죠. 그런데 읽으면서 저자가 이미 강연이나 유튜브로 말을 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굉장히 말을 잘하겠구나라는 것이 문체에서 마구 느껴졌습니다.

 

뭔가 문장을 읽는데 저자의 당당함이 가득 느껴진달까요. 어느 정도 삶의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깊으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루틴과 삶의 소신을 가득 담은 그녀의 글귀들은 그녀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 지를 잘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을 마주하고 힘든 시련을 극복하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된 점이 솔직히 부럽긴 하더라구요.

 

  뭐든 해봐야 안다. 그중 깊게 한번 무언가에 가닿은 경험이 없으면, 내 연애가 그렇듯 시작도 전에 의심만 하다가 끝난다. 뭐든 한 번은 빠져보는 게 순서고, 그 다음에야 넓어질 수 있다. 처음부터 넓게만 파면 답답할 만큼 진행이 더디다. 어느 정도 손이 들어갈 크기로 깊게 파다 보면, 점점 옆쪽의 흙을 덜어내기가 쉽다.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말은 무언가를 어느 정도 해본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지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맞는 말은 아니다. 뭐든 처음 시작할 때는 한 번 깊게 삽을 찌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론 깊게 찔러보기 전에 땅을 고르며 살펴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만 답습하면 삽을 영영 찌르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 수도 있다. 그러니 한 번은 깊게 찔러봐야 한다. 그래야 적당한 땅을 찾을 수 있다.

 

많이들 원하는 일을 꿈꾸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도 그렇다고 실천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죠. 저자는 겸손하게 성공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제가 볼 때는 충분히 원하는 바를 성취한 듯한 안정감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사실 새로운 길로 가는 것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야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죠.

 

 

 

 

점점 더 정돈되어 가는 저자의 생각

솔직히 이전 책과 엄청 다른 내용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뭔가 같은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할까요. 그래도 이후의 삶을 통해 발견한 사실과 생각들을 굉장히 잘 정리해서 나온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잘 읽은 것 같습니다.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는 창작을 긱반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일이든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니까요. 저도 1차적으로 가볍게 읽긴 했지만 새로운 읽을 앞두고 두려움 마음이 일 때 또 한 번 읽게 될 것 같네요.

 

  그림을 그리며 깨달은 게 있다. 대상을 알려면 그 순간만큼은 그 대상을 사랑해야 한다. 애정을 갖고, 편견을 내려놓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저 그리기 위해서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 그것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 애쓴다는 것. 그것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렇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타인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는다. 사랑을 담아 만든 창작물이 인간의 심장에 가장 가깝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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