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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뮤지컬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다녀왔는데요. 그러고 보면 코로나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이 날 본 공연은 바로 뮤지컬 <빨래>인데요. 오래 전에 한 번 보고 너무 좋아서 넘버들을 열심히 찾아들었던 작품입니다. 최근에 대극장 공연을 주로 보다보니 소극장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라 무척이나 설레더라구요. 역시 소극장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빨래 소개
뮤지컬 <빨래>는 명랑씨어터 수박에서 제작한 국내 창작 뮤지컬인데요. 2005년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꾸준히 극이 올라오고 있는 아주 롱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또 다른 작품인 <김종욱 찾기>와 맞먹는 작품이랄까요. 사실 이 외에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소극장 작품이 꽤 많은데요. 뮤지컬 입문작으로 딱 좋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빨래
제작 : 명랑씨어터 수박
연출 : 추민주
작사 & 작곡 : 추민주
러닝타임 : 160분 (인터미션 : 15분)
2005년 초연
뮤지컬 <빨래>는 2000년대 소시민들의 애달픈 일상을 빨래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굉장히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인데요. 옛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점에서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떠올리게 만들긴 하지만, 약간 결이나 분위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지하철 1호선>은 조금 묵직한 슬픔을 머금고 있다고 하면, <빨래>는 애틋한 슬픔과 희망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작품은 원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이였다고 하는데요. 추후 가능성을 인정 받아 정식 공연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공연 이후 작품성을 인정받아 여러 뮤지컬 시상식에서 극본상과 작곡상 등을 수상하며 더욱 입소문을 타게 되었죠.
2020년에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방구석 콘서트 형식으로 일부 넘버가 공연되면서 더욱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는데요. 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일본 배우들이 공연하는 라이센스 버전이 개막했고, 이후 중국에서는 2016년 한국 배우들의 초정 공연을 시작으로 라이센스 버전으로 발전하여 꾸준히 개막하고 있죠.
<지하철 1호선>처럼 보통 현지화된 연출이 되는 것과는 달리 뮤지컬 <빨래>는 다소 원작의 제목과 느낌을 가득 살려 진행이 되었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중국에서 꽤 인기가 있었는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넘버 중 하나인 <참 예뻐요>가 중국어로 불려지기도 했죠.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한데, 생각보다 영상이 없어서 볼 길이 없는 건 참 아쉽더라구요.
오랜만에 가도 여전히 좋은 대학로
대학로를 가게 되면 항상 상징인 아르코 예술극장과 함께 마로니에 공원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꽤 오래전에 왔던지 뭔가 그대로인 듯 하면서도 약간씩 달라진 것 같아서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느낌 가득이였습니다. 붉은 벽돌에 엄청나게 중첩된 사각형의 아르코 예술극장은 크기면에서 압도하는 게 있는데요.
실제로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예술극장이라 내부에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외부 모양이 굉장히 특이해서 호기심에 로비층까지만 살짝 들여다봤는데요, 내부 구성이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흥미롭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다른 층 곳곳도 구경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이 예전에는 이렇게 큰지 몰랐는데, 확장을 한 건지 아니면 그대로인지 모르지만 확 트인 공간이 무척이나 좋더라구요. 매우 커다란 나무가 그늘이 되어 잠시 쉬어가기 너무 좋았습니다. 곳곳에 사람들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동화되어 절로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예매한 티켓 교환하러 가기
도착하자마자 예매한 티켓을 실물로 교환하기 위해 뮤지컬 <빨래>를 공연 중인 유니플렉스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지하철 2번 출구에서 아르코 예술극장을 지나서 한 블럭에서 꺾으면 바로 만날 수 있어서 접근성 하나는 최고였습니다. 건물도 굉장히 커서 그런지 3개의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더라구요. 마치 작은 영화관 느낌이 나네요.
지하에서 예전에 온라인 중계로 재밌게 봤던 뮤지컬 <웨스턴 스토리>가 공연중이였는데요. 지하라서 그런지 대기실이 다른 층보다 상당히 넓은 듯 했습니다. 사람들도 꽤 많고 말이죠.
예매한 티켓 교환은 1층에서 할 수 있는데요. 2관이라고 쓰여진 곳에 가서 예매처를 말씀하시고 티켓 교환을 받으시면 됩니다. 40분 전에 도착한터라 대기줄이 없어서 굉장히 한산하더라구요. 덕분에 빠르게 교환할 수 있었는데요. 보통 공연 임박시에는 대기줄이 많을 수 있으니 미리 와서 먼저 티켓을 교환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보라색 봉투에 담아서 주는데 오랜만에 받아봐서 그런지 뭔가 새롭더라구요. 운 좋게도 문화가 있는 날 티켓을 구매해서 반값에 볼 수 있었습니다. 소극장이라 어디서든 잘 보일테지만 그래도 좌석에 대한 고민이 살짝 되었는데요. 많은 후기들을 열심히 찾은 덕에 1층 8열 중앙으로 골랐네요. 좌석에 대한 후기는 아래쪽에 따로 남겨보겠습니다.
공연까지는 40분이라는 여유시간이 남아있어서 티켓을 끊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근처에 큰 공원이 있어서 그런지 쉬어가기 좋더라구요.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연을 얼른 보고 싶어 설레는 마음만 가득했네요.
유니플렉스 2관 주변 시설 안내
유니플렉스에는 전용주차장이 따로 있는데요. 공연을 볼 예정으로 주차를 하실 분들은 주차확인증을 반드시 수령해야 한다고 합니다. 혹여 미소지할 경우에는 티켓을 제출하면 된다고 하는데요. 확인증은 매표소나 객석 로비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뮤지컬 <빨래>는 1, 2층으로 객석이 나뉘어져 있는데요. 1층 객석은 2층으로 2층 객석으로 3층으로 가면 됩니다.
공연 임박해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찍기 어려울까봐 공원으로 가기 전에 먼저 살짝 올라와봤는데요. 대기실이 매우 좁더라구요. 앉을 공간은 있는데, 바로 앞에 직원분도 있고 조금 머쓱하달까요. 그래도 옆에 화장실도 있고 아담하게 굿즈샵도 있어서 있을 건 다 있습니다.
화장실은 옆쪽에 여자화장실 2칸만 있는데요. 남자화장실은 다른 층을 이용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여성분들이 더 화장실을 많이 가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렇게 배치된 것 같아요. 다만 공연 임박 시간이거나 중간 인터미션 시간에는 화장실에 사람이 엄청 많으므로 미리 다녀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정 급하실 경우 윗층으로 가면 4칸이라 더 여유롭더라구요.
제가 본 날은 6033번째 공연이었는데요. 6천번이 넘었다 실로 엄청난 기록이 아닌가 싶어요. 2005년부터 매년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게 참으로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말이죠.
오늘의 캐스트와 함께 세트장이 찍힌 사진이 포토존인데요. 다들 이 곳을 많이 찍으시더라구요. 오늘의 캐스트는 서은지, 강기헌, 조영임, 백지예, 이강혁, 김지운, 이윤성, 정예지 배우였습니다.
입구에는 아주 작게 귀여운 MD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극에서 등장하는 국제수퍼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네요. 공간이 매우 작지만 은근 알찬 구성인데요. 모든 MD가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빨래> OST MD가 가장 탐나더라구요. 무려 홍광호 버전이 들어있는 넘버 구성인데다가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더라구요.
MD부스는 공연 시작 40분 전부터 20분 전까지만 판매하고, 그 이후에는 종료 후에 15분간만 구매가 가능하니 혹여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은 미리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공연은 2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했는데요. 40분 전에 갔을 때는 무척이나 한산했지만, 임박 시간에 가니 사람도 많고 화장실 대기줄도 무척 길어서 식겁했네요.
공연이든 전시든 미리미리 가야하는 건 국룰인 듯 합니다. 참고로 공연이 시작되면 입장이 불가하니 늦더라도 꼭 공연시간엔 맞춰서 오시길 바랍니다. 놓치면 문 앞에 큰 눈물을 흘려야 할지도 몰라요.
뮤지컬 빨래 시놉시스
뮤지컬 <빨래>는 강원도 출신의 나영이 서울의 작은 동네로 이사오면서 동네 사람들과 직장인 서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우연히 빨래를 하다가 몽골에서 온 이웃집 청년 '솔롱고'를 만나게 됩니다. 회사에선 권위적으로 부당한 처우로 힘겹고, 집에서 욕쟁이 집주인 할머니와 툭 하면 싸우는 이웃집 커플로 인해 눈칫밥에 서글픈 나영인데요.
한편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솔롱고는 공부를 하기 위한 돈을 벌러 한국에 왔다가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필리핀 출신의 직장 동료인 마이클과 친해져 함께 열심히 버텨가는데요. 하지만 마이클은 공장에서 손을 다치고, 솔롱고는 밀린 월급에 공장에서까지 쫓겨나면서 힘든 외국살이에 점점 지쳐갑니다.
하지만 첫 눈에 반해버린 나영만이 유일한 그의 안식처였죠. 그렇게 서로 힘겨웠던 청춘 둘은 어느 순간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나영이는 어렵기만 했던 주인할매와 희정엄마의 아픈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낼 용기를 얻게 되죠. 그렇게 나영은 솔롱고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합니다.
여전히 감동적이였던 무대
오랜만에 본 <빨래>는 여전히 감동적이였어요. 외로운 타향살이나 권위적인 회사, 부당해고, 외국인 노동자 차별 등 현재에도 다 벌어지고 있는 내용이라 어찌보면 지금도 통용된다는 참으로 씁쓸한데요. 사실 내용적으로 보면 조금 옛날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일부 설정들은 현재에 맞춰 살짝씩 각색이 되긴 했더라구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같은 거 말이죠.
이번 회차에 본 캐스트에서는 다른 공연을 본 분이 김지훈 배우밖에 없더라구요. 그래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였는데, 처음 극을 여는 것부터 매우 자연스럽게 무대를 소화해내셔서 역시나 내공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명불허전이네요. 아주. 그 외에 배우는 그나마 얼굴이 낯익은 강기헌 배우 외에는 초면이였는데요.
뮤지컬 <빨래>는 특히나 배우들의 캐릭터가 확실히 고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봤던 극과 또 배우마다 하는 스타일이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벌썬 몇 달째 공연을 해서 그런지 다들 어느 정도 역할에 상당히 능숙해진 느낌이 들더라구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빵빵 터지고, 눈물 지으며 몰입해서 본 듯 합니다.
8열 11번 자리는 딱 중앙 자리였는데요. 살짝 무대를 올려다 보는 느낌이였지만, 딱 정면이라 배우들의 얼굴도 잘 보이고 아주 최적의 자리였어요. 다시 봐도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뒷쪽을 확인해보니 위에 조명이 가려지는 구간이 있었는데요. 9열까지는 시야 가림없이 볼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예전에는 다른 극장이긴 하지만 뒷쪽에 사이드에서 봐서 나름 잘 보긴 했지만 아쉬움이 컸는데요. 이번에는 배우들을 바로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관람이었습니다. 아주 생생한 몰입감을 원하신다면 8열 중앙 자리 완전 추천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맛도 있어서 2층 1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8열은 아주 혜자스러울 정도로 완벽했지만, 배우들이 바닥에 누울 때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옥상이나 우산같은 설정은 위에서 봤을 때 더 아름다운 것 같긴해요. 물론 이건 케바케라 취향껏 고르시면 되는데요. 다만 너무 앞쪽으로 올려다 봐야 되서 목이 아플 수 있어서 그냥 배우를 최대한 좋은 각도에서 가까이 보고 싶다 하시면 8~9열 자리가 베스트인 듯 합니다.
뮤지컬 <빨래>는 20년 가까이 사랑을 받을 정도로 스테디셀러 극인데요. 그만큼 대중적이고 호불호가 적어서 뮤지컬 입문자들에게 꼭 추천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넘버들도 현재까지 많은 가수나 배우들이 부를 정도로 좋은 곡들이 많은데요. 대극장도 좋지만 소극장만의 매력도 상당하기 때문에 혹시 안보신 분이라면 기회가 될 때 꼭 한 번 보시길 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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