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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가 6월 18일 개막했는데요. 일명 '딤프'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뮤지컬이라는 장르만으로 공연 예술 축제를 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년 딤프에서 5편의 창작지원작을 선보이는데요. 그 중에 먼저 뮤지컬 <란>이라는 작품을 관람하였습니다.
딤프 및 창작지원작 소개
딤프는 무려 2006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15년동안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전통있는 페스티벌인데요.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처럼 특정 지역에서 펼쳐지는 문화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뮤지컬을 소개하고, 매년 참가자도 늘고있는 국제적인 행사로 거듭나고 있는 딤프는 매년 새로운 한국 창작 뮤지컬을 발굴하여 지원하고, 해외로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얼마전 재미있게 본 도 매년 진행하며, 미래의 뮤지컬 배우들을 양성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하네요. 이번 15회에서는 공식 초청작 5작품, 창작지원작 5작품, 특별공연 1작품, 그리고 대학생 공연 7작품으로 총 18작품이 공개된다고 합니다. 공식 초청작에는 러시아와 프랑스 공연이 포함되어 있네요.
원래 대구에 직접가야 이 작품들을 볼 수 있지만, 올해는 감사하게도 페스티벌 작품 중 일부를 네이버 후원라이브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무료로 말이죠. 하지만 조건이 있는데요. 정해진 시간에만 1회 라이브로 진행되고 다시보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신작들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드네요.
볼 공연들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이 되지만, 사실 일정이 가지각색이라 다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창작지원작 5편(란,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조선변호사, 로맨스칠성, 스페셜5)은 최대한 챙겨보려고 하는데요. 새로운 신작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지원작으로 뽑혔다면 어느 정도 작품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뭇 기대가 됩니다.
뮤지컬 <란> 소개
가장 맨 처음 중계된 창작지원작은 바로 역사적 인물을 그린 뮤지컬 <란(蘭)>이라는 작품입니다. 러닝타임은 90분으로 아주 길지 않아서 시간적 부담없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말을 알아듣는 꽃, 해어화를 넘어 뿌리깊은 난초로 피어난 조선의 예인'
옛날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이 기생을 해어화(말을 알아드는 꽃)이라 낮춰 불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생들 중 일패 기생들은 조금 특별했다고 해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아울러 우리의 춤과 노래를 지키고 발전시켜 전승시켜온 예인들이 바로 이 일패 기생들인거죠.
특히 뮤지컬 <란>의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명창 최계란은 대구출신으로 비록 신분은 기생이였으나 예인의 삶을 꿋꿋히 살아간 인물이였따고 합니다. 그녀는 대구를 배경으로 한 아리랑인 '대구아리랑'을 불러 녹음한 업적을 가지고 있죠. 이 뮤지컬은 고귀하고 도도하게 향기를 내뿜는 푸른 남초처럼 시대의 아픔을 노래로 어루만져 주고자 했던 예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최계란의 신분과 시대를 넘어서 남초처럼 굳게 살아온 삶을 담고 있습니다.
뮤지컬 <란> 시놉시스 및 캐스트
일제강점기의 대구의 달성권번. 노래 부르길 좋아하는 소녀 기생 최필렬과 소년 고수 김종성이 함께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스승 강태홍은 필렬에게 난초같은 예인의 삶을 살라는 뜻으로 '계란'이라는 예명을 지어주고 경성의 자리를 마련해줍니다. 그렇게 최계란과 김종성은 함께 경성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5년 후, 경성을 대표하는 기생이 된 계란은 모던보이이자 음반사 사장에 작곡가인 백만성의 권유로 대중가수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종성과는 멀어지게 됩니다.
한편 예인을 기생취급하며 그녀를 가지려는 경무국 부장 타케시는 그녀의 주변을 박살내며 점점 옥죄고, 종성은 그녀를 지키려다 그만 사건이 벌어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를 잃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노래를 놓아버린 계란. 하지만 '난초는 절벽 끝에서 피고 지고 다시 태어난다'는 스승의 편지에 그녀가 진정 부를 노래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백만석을 찾아가 종성과 그녀의 뿌리가 있는 대구를 담은 아리랑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쉽지 않은 현실에 맞닥뜨립니다.
최계란 (주다온)
본명은 최필렬으로 노래로 온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길 꿈꾸는 기생이자 예인.
김종성 (이휘종)
계란의 오랜 소꿉친구자 소년 고수. 투박하지만 정많은 성격의 소유자.
백만석 (이동주)
밀리온 레코드 사장이자, 자유와 재미를 쫓아다니는 친일파 아버지를 둔 모던보이. 최계란의 노래에 반해 대중가요 음반을 낼 것을 제안하는 인물.
강태홍 & 시라토리 타케시 (이환의)
강태홍은 필렬과 김종성의 스승이며, 타케시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부장으로 잔인하고 악동하며 최계란을 마음에 두고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온갖 짓을 저지르는 인물.
뮤지컬 <란> 온라인 중계 관람후기
보기 전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그려진 극이라고 들었을 때는 다소 신파적이거나 진부할 것 같아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요. 그런데 보자마자 등장한 최계란과 김종성의 시원스러운 보컬에 이끌리듯 보기 시작해서 금방 몰입되어버렸네요. 물론 90분이라는 다소 짧은 편의 러닝타임 몫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질질 끌지 않고 자연스럽게 바로 극 전환이 이루어져서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출연하신 배우들이 어찌나 노래를 다 잘하시는지 그 덕분에 더욱 몰입이 되었는데요. 넘버는 뭔가 익숙한듯 귀에 촥 감겨서 정말 다 좋더라구요. 사실 뮤지컬이 스토리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게 메인넘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뮤지컬은 넘버를 듣는 순간, 아 작품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소 무대장치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정된 장치와 조명만으로 적절히 잘 조절된 것 같아요. 알고보니, 김종성 역을 맡은 이휘종 배우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로스쿨>에 출연했었다고 하네요.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전개지만, 생각보다 그 정형성이 잘 조화되어 전혀 지루함이 없고, 감동적이였던 작품이였어요. 더불어 대구에도 아리랑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는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좀 더 무대세트들만 살짝 보완이 된다면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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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몰랐는데 첫 창작지원작부터 너무 취향저격당한지라, 다음 작품들도 얼마나 재미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추후 관람하게 되면 순차적으로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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