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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중계 덕분에 방구석에서 편안하게 뮤지컬 작품들을 보고 있는데요. 물론 실제 무대가 훨씬 좋겠지만, 중계를 통해서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을 보고 극 취향도 알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최근에는 이러한 중계 덕분에 <블랙 메리 포핀스>라는 아주 취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소개

이번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중계는 2020년 10월에 시작하여 올해 1월 막을 내린 오연 중계실황인데요. 온라인 상영은 4회차로 이전 뮤지컬 <베니싱>과 마찬가지로 여러 캐스트 버전으로 볼 수 있더라구요. 

 

뮤지컬-블랙-메리-포핀스-포스터

블랙 메리 포핀스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2012-2016), 컴인컴퍼니(2020)
작사 : 서윤미
작곡 : 서윤미
러닝타임 : 100분
2012년 초연

 

여러 캐스트 버전으로 보면 좋았겠지만, 작품을 본 적이 없기도 하고 다른 온라인 공연 일정과도 겹쳐서 어느 캐스트 버전으로 봐야하나 고민이 무척 되었는데요. 고민 끝에 7월 11일(김도빈, 임준혁, 임찬민, 오승훈, 홍륜희) 라이브 중계로 관람을 했습니다. 어쩌다보니 곧 어햎에서 보게될 임준혁 배우를 온라인 공연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네요.

 

 

 

화자가 달라지는 독특한 연출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는 <메리 포핀스>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해서 스릴러 버전으로 만든 창작극인데요. 원래 원작의 경우 런던을 배경으로 귀족 집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우산을 타고 날라온 보모 메리 포핀스의 유쾌하고 따뜻한 소동극이라면,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는 유모 메리와 4명의 아이들간의 우울하고 아픈 사건을 다룬 어두운극입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초연, 재연, 삼연까지는 한스 버전, 사연은 헤르만 버전, 오연은 요나스 버전으로 화자가 달라지며 극이 진행된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안나 버전도 나올꺼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작가는 처음에는 안나 버전은 없다고 선언해버려서 안나 버전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뮤덕들이 이에 불만을 표하자 안나 버전을 체험 형식으로 진행해 소수에게 공개하기로 변경했는데요.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하여 취소되었다고 해요.

 

안나 버전의 경우 특별하게 2명의 안나가 극을 이끌어간다는 내용소개가 있어서 무척 궁금한데 아쉽네요. 다른 형제들은 했는데 안나만 빼놓는다는 게 조금 아쉽고, 뭔가 <블랙 메리 포핀스>만의 작품 세계관이 완결되지 않은듯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

이야기는 독일의 나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 그라첸 슈워츠 박사의 의문의 대저택 화재사건을 두고, 그곳에서 입양되어 메리에 의해 양육되어왔던 4명의 아이들이 12년 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납니다.

 

 

당시 박사의 조교였던 메리 슈미트는 아이들의 보모로 돌보며, 박사의 연구를 도왔던 인물임을 뒤늦게 알게 된 아이들은 배신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더불어 아이들은 당시 메리 슈미트가 전신화상을 입고 저택에서 그들을 살려내었는지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그들은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점점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합니다. 기억의 끈이 풀려갈수록 알게되는 놀라운 진실은 이들은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게되는데...

 

뮤지컬-블랙-메리-포핀스-캐스트

 

1. 한스 시몬 (김도빈)

한스는 네 남매 중 첫째인데요. 어린 시절에는 헤르만과 장난도 치고 쾌활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새롭게 입양된 가정에서 완벽주의적인 변호사로 성장하나 알콜중독에 빠져 있는 인물입니다. 과거 사건에 의문을 갖고 형제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인물이기도 하죠.

 

2. 헤르만 디히터 (임준혁)

헤르만은 둘째로 자유롭고 예술가적 성향을 가졌으나, 감성적이고 예민한 탓에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입니다. 사건 이후 모든 기억을 잃고 예술가로서 살아가게 되는데요. 과거 안나를 좋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왜인지 사건 이후에는 한 번도 그녀를 찾아가보지 않습니다.

 

3. 안나 레아(임찬민)

 

 

안나는 셋째로 유일한 여자 형제인데요. 여성스럽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고, 막내 요나스를 그 누구보다 잘 챙기는 누나의 모습을 보입니다. 사건 이후 홀로 조용히 기억을 잃은채 평범한 음악교사로 살아가지만 이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아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4. 요나스 엥겔스(오승훈)

요나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로 어린 시절 동화작가를 꿈꿨으나, 사건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공황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오탈자 교정 일을 하며 살아가던 그는 한스의 강제적 부름으로 형제들과 만나게 되면서 극심한 불안과 공포 속에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5. 메리 슈미트(홍륜희)

메리는 박사의 조교로 연구를 위해 아이들의 보모가 되었지만, 아이들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했던 인물인데요. 과거 대저택 화재사건에서 아이들을 구하고 전신화상을 입었으며,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비밀에 싸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화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고, 사건의 진상의 핵심 열쇠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중계는 막내 요나스 시점의 버전

 

 

이번 온라인 공연은 요나스 버전이기 때문에 요나스 시점에서 초반 독백이 많아졌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이전 버전와는 특별하게 바뀌는 부분은 없지만, 이 작품을 꾸준히 봐온 뮤덕들은 요나스 버전이 서사가 조금 부족해서 아쉽다는 평이 꽤 있는데요. 이전 버전을 보지 못한 저로서는 요나스 버전이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과 공포를 지니고 있는 요나스의 떨리는 독백으로 인해 좀 더 블랙동화같은 분위기가 더욱 살았다고 할까요. 요나스 버전을 보고나니 다르 버전은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하더라구요. 혹여 다음에 올라올 때는 한바퀴 돌아 한스나 헤르만 버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모든 버전을 다 보고싶더라구요.

 

 

 

강렬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배우들의 인상적인 열연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는 초반부터 무겁게 흘러가던 분위기와 압도적인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덕분에 오랫만에 엄청 몰입해서 봤어요. 그러다가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극의 분위기가 급밝아지는데, 배우들이 순식간에 성인에서 아역을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심지어 차갑고 독한말을 내뱉던 한스조차 진짜 청소년같은 모습을 연상케 되더라구요. 다른 캐스트를 보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가 본 캐스트의 합이 굉장히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한 명도 튀는 인물없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서, 진짜 남매같은 느낌이 팍팍났어요.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바로 요나스 역을 맡은 오승훈 배우인데요. 알고보니 원래는 배우로 영화나 드라마에 꽤 많이 출연하셨더라구요. 그런데 생각보다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놀랐어요.

 

요나스의 순수한 아이같은 모습에서 사건 이후 불안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까지 제대로 연기하셔서 덕분에 엄청 몰입되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 노래 모두 굉장히 잘하면서도 매력적인 배우라 앞으로도 많은 뮤지컬 작품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쉬웠던 안나 서사

 

 

여러가지로 극호였던 작품임에도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는데요. 작품을 보면서도 설마 하면서 의심했지만, 결국은 기분 나쁜 진실이였던 바로 안나의 진실 부분이였어요. 연뮤덕들 사이에서도 안나의 불행 포르노가 아니냐며 불편함을 드러냈던 부분인데요.

 

극의 극적이고 반전적인 요소를 위해 사용되어진 최대 피해자 안나의 이야기는 사실 내용적으로도 이해가 잘 안되었어요. 실험을 명목하에 자행되어진 일인데 도대체 안나에게 행해진 것은 무슨 실험인건지, 그저 범죄가 아닌건지라는 생각과 함께 불편함만 가중되더라구요. 

 

안나에 대한 부분은 추가적인 서사나 스토리가 보여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 부분은 무척 아쉬웠지만, 국내 창작극이기에는 놀랍게도 해외를 배경으로 그것도 쉽지 않은 나치 시대의 독일을 무대로 했다는 점이 참 놀라웠던 것 같아요. 

 

 

 

호불호는 크지만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멋진 극

 

 

마치 실제 원작 소설이 있을것만 같은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이 참 좋았던 작품인데요. 보고나면 무척 마음이 아프고, 이 아이들이 부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절로 갖게 만들더라구요. 너무 인상깊게 본 작품이라 다음번에는 꼭 실관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트리거적 요소때문에 관객에 따라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마니아틱한 작품인데요. 무거운 극을 싫어하지 않으시거나 강렬하고 독특한 무대를 선호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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