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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표지 그림에 이끌리듯 우연히 집어들게 된 책 <매직 피시>. 보통 빽빽한 네모진 칸에 글과 이미지가 가득한 미국식 그래픽노블은 흡입력이 약하고 다소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편이 많았는데, 이 책은 굉장히 잘 읽혀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림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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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피시 소개

<매직 피시>는 미국 미네소타에서 일하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쭝 레 응우옌 작가의 데뷔작인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베트남계 미국인입니다. 그가 태어난 곳은 바로 필리핀 팔라완의 한 난민 캠프라고 합니다. 이후 미국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민오게 된 것이죠.

매직피시-표지

책의 서두에 명시되어 있 듯 이 책은 이름, 등장인물, 장소, 사건 등 모두 저자가 상상하거나 가공한 픽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베트남 이민자의 삶과 향수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한 편으로는 저자의 자전적 경험이 가득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 쭝 레 응우옌은 미국 햄린 대학교에서 스튜디어 아트와 유화를 전공하고 미술사를 부전공했다고 하는데요. 평소 동화와 어린이 만화, 그리고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작품에서 굉장히 동화적인 발상과 더불어 심미적으로 예쁜 선으로 이루어진 장면들이 가득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자전적 경험을 담은 첫 데뷔작인 <매직 피시>는 출간되자마자 여러 유려한 상들의 후보에 올랐으며,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하비상에서 2021 올해의 책과 최고의 청소년 책 2관왕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엄마와 아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들 티엔으로부터 시작되는데요. 티엔의 엄마 헬렌은 전쟁 후 베트남을 떠나 미국으로 온 난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낯선 땅에서 힘겹게 적응하며 아들 티엔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지만, 고향에 두고 온 엄마에 대한 향수로 항상 마음 한 구석에 그리움과 슬픔을 간직하고 있죠.

 

베트남어에 익숙한 그녀와 달리 아들 티엔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문화에 길들여진 온전한 미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엄마 헬렌의 영어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매일 함께 영어로 된 동화를 읽어주는 다정한 아이였죠. 하지만 헬렌은 자신과 달리 영어가 편한 아들이 어딘지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마음이 들어 왠지 모르게 허전합니다.

 

한편 아들 티엔은 남모른 비밀을 안고 혼란에 빠져있었는데요. 바로 소꿉친구로 오래 알고 지냈던 동성 친구 줄리안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이같은 고민을 과연 부모님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이것을 설명하는 베트남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점에서 티엔의 고민은 날로 깊어집니다. 과연 이들 사이에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티엔은 부모님에게 숨겨둔 비밀을 고백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의 동화로 엮은 이민 이야기

책에서는 총 3편의 동화와 현실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시작하다가 서서히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비슷한 독일의 <알레라이라우>와 베트남 <떰 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현대판으로 각색된 <인어공주>가 나오게 되는데요. 

 

첫 번째 <알레라이라우>는 주인공 알레라가 엄마가 떠난 자리에 아버지의 잘못된 계약으로 바다의 노인에 붙잡혀 강제 결혼할 뻔하지만 이모의 도움으로 도망치는데요. 이후 성의 부엌에 들어가 일을 돕다가 우연히 무도회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완전 서양식 동화와 맛물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시아인으로서의 티앤의 삶의 맛물려 들어가게 되죠.

 

두 번째는 우리나라 <콩쥐 팥쥐>가 연상되는 비슷한 이야기의 <떰 깜>인데요.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를 위해 베트남으로 떠난 엄마 헬렌이 이모에게 듣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낯선 땅에서 점차 변화해가고 고향을 잃은 것에 자책하는 엄마를 위로하며서 이모는 모든 이야기는 새롭게 만들어 가야하며 변하기 마련이라고 위로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인어공주>가 홍콩식의 무협영화같은 복장으로 등장하는데요. 왕자에게 반해 목소리를 바치고 다리를 얻게 된 인어 공주는 미국의 한 공연에서 물의 요정이라는 여주인공으로 발레를 추게 됩니다. 하지만 왕자는 다른 공연 동료인 버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어 공주는 절망에 빠져 선택에 기로에 빠집니다. 그 순간 왕자에게 청혼을 받은 버티가 그녀에게 다가와 사랑을 고백하는데. 

 

서양식의 전통적인 동화에 이어 베트남의 분위기가 완연한 전래동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현대적으로 각색된 인어공주라는 이야기를 통해 헬렌은 티엔과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마지막에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의 고민을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방식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됩니다. 

 

 

 

있는 그대로 너를 사랑해

<매직 피시>에서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을 연결해주고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 매개체는 바로 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3편의 동화를 통해 환상 속에 녹아드는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꿈같으면서도 현실같은 묘한 느낌을 들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오히려 진짜 무거운 현실을 드러내기 보다 이러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 방식을 훨씬 은유적으로 깊이가 느껴지고 색다른 느낌이였어요.

 

 
매직 피시
“엄마는 있는 그대로 너를 사랑해.”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엄마와 아들의 마법 같은 이야기 만일 부모님과 다른 언어를 쓴다면 어떨까? 마음속에 담아 둔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조차 알지 못하는데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데뷔하자마자 2021 하비상 2관왕을 거머쥔 신예 작가 쭝 레 응우옌의 그래픽노블 데뷔작 《매직 피시》는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두 모자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티엔은 베트남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인 소년으로, 베트남보다는 영어가 익숙한 반면, 엄마인 헬렌은 아직 영어가 서툴다. 엄마의 영어 공부를 돕기 위해 매일 밤 함께 동화를 읽는 티엔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문제는 이 비밀을 부모님에게 설명할 수 있는 베트남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헬렌은 헬렌 나름대로,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운 한편, 티엔이 자신을 엄마와 다르다고 느끼는 것 같아 걱정이다. 헬렌은 서툰 영어를 대신해, 티엔만을 위한 동화의 결말을 들려주며 아들에게 진심 어린 사랑과 응원을 보낸다. 티엔과 헬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스스로 삶의 해피 엔드를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줄거리] 티엔은 베트남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인 소년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엄마 헬렌을 위해 매일 밤 함께 동화를 읽는 다정한 아들이기도 하다. 동화는 주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티엔의 가족에게는 대화의 징검다리인 셈이다. 그런 티엔에게는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문제는 부모님에게 비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베트남어가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과연 티엔은 부모님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저자
쭝 레 응우옌
출판
창비교육
출판일
2022.09.02

 

이전에도 이민과 관련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굉장히 어두운 스타일로 그려진 경우가 많았다면 <매직 피시>의 경우에는 굉장히 기묘한 이야기로 어두운 현실을 비추고, 실제 현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습니다. 마치 이민의 과정을 환상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숀 탠의 그림책 <탈출>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만큼 다른 언어와 문화가 가득한 낯선 나라에서 적응해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기묘하고 힘든 과정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만큼 더욱 그들에게 동화라는 요소가 얼마나 큰 힘을 주고 위로가 되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의 힘이란 얼마나 중요한 지도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사실상 티엔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곳곳에는 헬렌의 삶도 가득 녹아있는데요. 어찌 보면 티엔과 헬렌의 이야기와 관계성이 가장 중점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어린 아들의 혼란을 넓은 포용력과 사랑을 감싸안은 헬렌을 보면서 진짜 사랑이란 어떤 것에도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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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화가 무하의 아르누보 양식을 연상케 하는 수려한 그림체가 굉장히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색체로 깔끔하게 구분지으면서 굉장히 흡입력있는 스토리가 재미있었던 작품이였습니다. 그래픽노블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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