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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본 애플TV의 <파친코>의 연출을 맡은 코고나다 감독의 감성이 인상깊어서 그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었는데, 마침 최근에 개봉된 영화가 있길래 호기심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감각적인 아름다움에 다양성이 느껴지는 포스터를 보는 순간 확 매료되어버렸습니다. 무슨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마침 왓챠에서 볼 수 있어서 얼른 관람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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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양 소개

영화 <애프터 양>은 2022년 6월에 국내에 개봉되었는데요. 알렉스 와인스틴의 단편소설인 <양에게 작별 인사를>이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합니다.

애프터-양-포스터

애프터 양

2022 | 미국 | 96분
장르 : 드라마, SF
감독 : 코고나다
출연 :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민, 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 헤일리 루 리처드슨

 

영화 <애프터 양>은 백인 남편, 흑인 아내, 그리고 입양된 중국계 딸과 중국인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한 가족으로 나오는데요. 그 외에도 다양한 가족들이 짧게 등장하면서 다양한 문화 정체성을 영화 속에서 꾸준히 보여줍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은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인의 고정관념에 맞서 아시아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를 묻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영화 <애프터 양>을 연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개봉 이후 여러 굵직한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되고 많은 평단과 관객에서도 고르게 호평을 받았는데요. 인상깊었던 점은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화면의 비율이 가변적으로 바뀌면서 영화적 장치로 굉장히 다양하게 쓰였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영화에 내포된 감성과 의미가 한층 더 아름다우면서도 깊이 있게 담긴 느낌이 듭니다. 

 

 

 

줄거리

제이크와 키이라는 입양한 중국계 딸인 미카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잃지 않게 도와줄 방법으로 중국인으로 프로그래밍된 안드로이드 인간 '양'을 구입하게 됩니다.

제이크-가족

그렇게 제이크의 집에 오게 된 양은 미카의 다정한 오빠이자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양의 작동이 멈추게 되고 제이크 가족은 그가 부패하지 않도록 서둘러 수리할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누워있는-양과-기대는-에이다

그러던 중 보통 안드로이드 인간에게서는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양에게서 발견하게 되고, 제이크의 가족은 그의 기억을 특수한 안경을 통해 따라가며 과거 속으로 탐험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뜻밖에 발견을 하게 되는데. 이후 내용에는 스포가 있습니다.

 

 

 

양이 기억을 통해 남긴 것들

안드로이드 인간이라는 미래적인 소재가 사용되기 때문에 SF장르이긴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더욱 가족이라는 감정과 인간적인 부분에 메세지에 더욱 집중되어 있는데요. 때문에 전체적으로 SF 특유의 차가움보다는 빛과 조명, 표정, 눈빛 등 따뜻하고 섬세하고 유려한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미카와-양

그저 딸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들여온 로봇이였지만, 가족의 일부분을 오랜 시간 유지해온 양의 존재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들은 그제야 양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의 기억 속에 저장된 수많은 짧은 영상들을 돌려보면서 양이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왔는지 알 수 있게 되었죠.

제이크

기억이란 같은 상황과 장소라도 누가 기억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처럼 양의 기억은 제이크의 기억과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달랐습니다. 비록 그는 감정을 정확히 느낄 수 없는 오롯이 프로그래밍된 로봇이지만 그의 남긴 시선에서 제이크 가족을 얼마나 아끼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봤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어서 한편으로 마음이 아린 듯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벤치에-앉아있는-제이크와-미카

몇 번 사용되지 않은 리퍼용으로 판매되었던 로봇인 양은 사실 엄청난 세월동안 많은 이들과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게 발견된 그의 오랜된 기억 속에서는 그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아픔 등을 느낄 수 있었죠. 당연히 로봇이기에 감정을 느끼지 못할 꺼라는 것과 달리 양은 천천히 학습과 경험으로 감정을 배워나갔고 충분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방법으로 그것들을 기억이라는 메모리칩에 천천히 간직해두었죠.

 

 

 

다양한 아시아가 담긴 영화

한국계 미국인이 연출한 영화답게 영화속에서는 다양한 아시아의 모습이 은근하게 담겨 나옵니다. 일단 스토리적으로는 입양된 중국계 미카와 중국인으로 프로그래밍된 양과 차를 통해 중국의 문화가 가장 메인으로 표현되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양의 기억을 통해 일본영화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오마주되어 나타납니다.

양

한국의 문화는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감독과 양을 연기한 배우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인데요. 특히 양을 연기한 저스틴 H.민은 넷플릭스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벤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터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미카를 연기한 아역배우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으로 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아시아인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느껴질 때는 바로 아시아 국가가 아닌 나라를 갔을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다양한 민족이 사는 미국에서도 소수에 속해있는 아시아인들은 늘상 얼마나 이런 인종적인 부분을 자각하며 살게될까 상상을 해보게 만들더라구요.

미카

특히 미카의 경우처럼 부모가 자신과 다른 인종일 때 아무리 알려주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경우에는 더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제이크 부부는 혼란스러워할 딸을 위해 뿌리를 알려줄 양을 들인 것이겠죠.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제이크의 가족을 보는 순간 우리는 뭔가 다른 가족과는 구성원이 다름을 한 눈에 인지합니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가족들은 제이크네 만큼이나 굉장히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을 아주 짤막하게 보여주는데요. 사실 지금의 시대에서는 꽤 낯선 모습이지만, 앞으로 점차 여러모로 다양해지는 세상에서는 금방 익숙한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이라와-미카

영화를 보는 내내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자꾸 곱씹게 되었는데요. 물론 양은 인간과 똑같은 외형적인 모습을 가진 로봇이기에 더욱 그럴듯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족의 형태는 얼마든지 다양하고 확장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재에도 동물과 가족이 되어 생활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식물 그리고 사물에 이르기까지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존재만으로도 나에게만은 가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밖보는-제이크

그저 딸을 도와줄 명목으로 데려왔고 로봇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던 양이지만, 제이크는 양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양이 아주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였음을 느끼게 되고 그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양의 방대한 기억 속에 따뜻한 시선들은 너무 아름다웠고, 그 기억을 통해 서서히 깨달아가는 제이크과 가족들의 모습들도 슬프면서 너무 감동적이였습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상미

사실 포스터를 보자마자 취향저격을 당해버렸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잔잔해서 지루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있었는데요. 막상 영화를 보는 순간 그것들은 모두 기우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잔잔하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굉장히 느리지만 굉장히 세련되고도 섬세한 연출로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4인-가족-댄스추는-가족들

오히려 96분의 시간 동안 숨죽이면서 따라가 보게 만들었달까요. 개인적으로 미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확실히 <애프터 영>은 잘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잔잔한 영화가 지루한게 아니라 연출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소파에서-낮잠자는-양과-미카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다양하게 변주를 주면서 굉장히 유려하면서도 아름답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을 보여주었는데요. 드라마 <파친코>에서도 그러한 흡입력이 높은 연출이 잘 느껴졌었는데, 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감독의 역량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다음 작품을 또 어떻게 탄생할지 사뭇 기대가 되어지더라구요.

 

 

 

릴리슈슈 그리고 중독성 짙은 OST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계속 메아리되듯 남게 되는 OST가 있는데요. 듣자 마자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 영화<릴리슈슈의 모든 것>의 OST를 커버한 곡이더라구요. 일본계 미국인 Mitski라는 가수가 불렀다고 합니다. 다소 슬픈듯하면서도 몽환적인 음도 좋았지만, 가사가 영화적 메세지가 연상되는 듯 해서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I wanna be

나는 되고 싶어

I wanna be

나는 되고 싶어

I wanna be just like a melody

난 그냥 멜로디가 되고 싶어

Just like a simple sound

단순한 소리와 같이

Like in harmony

하모니처럼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sky

난 그냥 하늘이 되고 싶어

Just fly so far away

그냥 멀리 날아올라

To another place

또 다른 곳으로

To be away from all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져

To be one of everything

모든 것의 하나가 되어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wind

난 그냥 바람이 되고 싶어

Just flowing in the air

그냥 공기 속을 떠돌며

Through an open space

열린 공간을 통해서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sea

난 그냥 바다가 되고 싶어

Just swaying int the water

그냥 물 속을 흔들며

So to be at ease

그런 편안함이 되어

To be away from all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져

To be one of everything

모든 것의 하나가 되어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a melody

Just like a simple sound

Like in harmony

 

참고로 오마주가 된 영화<릴리슈슈의 모든 것>는 명작이긴 하지만 <애프터 영>같은 서정적인 영화라고 생각하시고 보시면 다소 충격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굉장히 아름다운 첫사랑 이야기인 줄 알고 봤다가 크게 놀라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이와이 슌지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봐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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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영>은 기대를 안고 봤지만 훨씬 좋았던 작품이였어요. 은유적으로 담긴 메시지도 굉장히 뭉클했고, 무엇보다 양의 기억이 확장되면서 파편처럼 펼쳐지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였는데요. 안정적인 배우들의 연기와 섬세한 연출이 어우러져 굉장히 깊이감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서정적인 SF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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