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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웨이브에서 아주 재밌게 본 미드가 있는데요. 무려 시대극 맛집으로 소문난 HBO의 따끈따끈한 신작인 <길디드 에이지>입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작품이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요. 안타깝게도 현재 웨이브에는 이미 사라져서 볼 수가 없더라구요. 더 이상 보긴 어렵지만 워낙 괜찮은 작품이라 아쉬워 뒤늦은 후기라고 남겨봅니다.
길디드 에이지 소개
<길디드 에이지>는 2022년에 공개된 미드인데요. 미국의 경제적 부흥기였던 19세기 후반의 도금 시대를 배경으로 옛 귀족 세력과 신흥 부자 세력의 미묘한 갈등 관계를 그리고 있는 시대극이죠.
길디드 에이지
미국 HBO | 2022 | 2시즌(진행중)
감독 : 마이클 엥글러, 샐리 리처드슨
출연 : 캐리 쿤, 루이자 제이컵슨, 크리스틴 배런스키, 모건 스펙터, 신시아 닉슨, 데네 벤튼, 해리 리처드슨
시즌1(9부작) 시즌2(8부작)
미국의 도금시대는 남북전쟁 이후 불황이 오기 전 미국의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발전한 28년간의 시대를 말하는 것인데요. 이 당시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틈타 비상식적인 방법을 부를 키운 거대 자본가들이 탄생하게 되고, 이때 강도 귀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하죠.
이런 혼란의 시대를 그린 <길디드 에이지>는 영국 최고 시대극으로 손꼽히는 <다운튼 애비>를 쓴 작가 줄리안 펠로우즈가 참여해서 더욱 기대감을 안겼습니다.
<다운튼 애비>는 영국 상류층의 귀족과 하인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로 역사적 고증과 더불어 뛰어난 각본으로 인정받는 작품인데요. <길디드 에이지>는 비슷하게 귀족과 하인들의 이야기를 닮고 있지만 배경이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이 다를 듯 합니다.
1. 줄거리
메리언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산이 없어 빈털털이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하고, 생전 아버지와의 불화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고모들이 있는 뉴욕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동안 교류가 없었던 탓에 굉장히 어색한 재회도 잠시 메리언은 고모 애그니스, 에이다와 함께 살면서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게 됩니다.
한편 애그니스의 집 맞은편에는 신흥 부호 러셀 부부가 새로운 이웃으로 이사오게 되는데요. 유대인 출신의 조지 러셀은 철도 회사를 차려 막대한 돈을 번 인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씁니다. 그리고 아내 버사 러셀은 농장주 출신으로 남편 덕분에 신흥 귀족이 되었는데요.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에 귀족답게 교양있는 듯 이웃들에게 다가가지만, 기존에 있던 영국계 출신의 귀족층들은 그들을 철저히 무시하며 수근댑니다. 이에 버사는 더욱 예민해져서 어떻게든 자신의 자녀들을 통해 사교계에 입문하고 주도권을 잡으려 애그니스와 기 싸움을 펼치죠.
하지만 애그니스와 기존 상류층은 이런 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세계에 그녀를 철저히 외면해버리며 망신을 줍니다. 그러나 아내라면 끔직히 생각하는 조지 러셀은 이러한 아내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돈으로 해결하죠. 결국 여러 이해관계가 생긴 상류층 가문들은 하나 둘 버사에 대한 마음과 태도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2. 색다른 재미의 미국 시대극
이민자의 나라로 유명한 미국은 시대극이라고 하면 보통 서부극이 주로 많이 떠오르는데요. 그래서 처음에 의복을 갖춘 미국의 상류층 이야기라는 설정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영국에서 많이 넘어온 이민자들이 상류층을 구성하고 있지만, 영국과는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미국만의 자본주의적이고 급변화하는 시대성이 단겨서 그런지 색다르더라구요.
때문에 기존에 이미 상류층을 이루고 있는 귀족들과 신흥 부족들의 아주 치열한 기싸움과 신경전이 극의 전반을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유쾌하고 역동적으로 펼쳐져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HBO 시대극답게 퀄리티도 굉장히 높아서 영상미나 의복을 보는 재미도 무척 쏠쏠했는데요. 무엇보다 이야기의 큰 중심을 잡고 있는 애그니스와 버사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굉장히 안정감이 있어서 초반보다 확실히 후반부에 들어서 더욱 몰입되고 재밌어지더라구요.
특히 반가운 얼굴로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미란다 역을 맡은 신시아 닉슨이 고모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데요. 엄격하고 예민한 애그니스와 달리 여리고 다정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요. 미란다에 너무 익숙했던터라 전혀 다른 모습이 처음에는 살짝 어색하긴 하더라구요. 물론 보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지만 말에요.
3. 아쉬운 점
다만 아쉬운 점은 극 중 로맨틱 코미디를 담당할 것 같은 사실상 여주인공인 메리언 브룩이 생각보다 별 매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지 존재감이 별로 없는데요. 오히려 러셀 부인이 포스나 존재력면에서는 훨씬 압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메리언 브룩 역을 맡은 배우 루이자 제이컵슨은 메릴 스트립의 딸이라고 하더라구요. 어쩐지 기시감이 일더라니, 이 사실을 알고나니 바로 납득이 되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장르에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어머니와 달리 아직까지는 조금 아쉬움을 남기는 루이자 제이컵슨입니다.
더불어 아쉬운 점이랄 건 없지만 조금 의아한 부분으로는 페기 스콧인데요. 뉴욕에 처음 오면서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것으로 메리언과 친한 사이가 된 페기는 알고 보니 상당히 부유한 집안의 딸이였다는 것이 추후 밝혀지게 됩니다.
최근에 해외에서 시대극을 포함해 다양한 인종을 포함하려는 시도가 빈번한데요. 당시 시대적으로 부흥 귀족마저 배척당하는 상황에서 메리언과 그의 가족들이 페기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따뜻하게 다정하게 대하는 장면은 보기에는 흐뭇하게 만들어주었지만 과연 저게 실제 역사적 사실과 고증이 맞는 건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약간의 차별적인 상황을 비추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살짝 미화를 입힌 듯한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생각보다 후반부에는 분량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주인공을 압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야기가 다소 산만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4. 시즌2 이미 확정으로 방영 완료
분명 남주는 따로 있는 게 명확해 보이는 데 사기꾼같은 톰과 사랑의 도피를 하려는 메리언. 그리고 결국 무도회를 열어 반협박으로 사람들을 오게 만든 러셀 부인과 애그니스의 신경전이 펼쳐지며 갑작스러운 사건과 함께 마무리되는데요. 시즌1을 봤을 때는 확실히 다음 시즌을 염두해둔 듯 하더라구요.
떡밥도 많았고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펼치는 초반의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한차례 마무리가 되는 듯 했거든요. 물론 미국의 당시 시대상을 볼 수 있는 것은 무척 흥미로웠지만, 뭔가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데 하는 순간 아쉽게 끝이 나버렸습니다. 심지어 달달한 로맨스조차 없어서 아직 확 빠져드는 킬링포인트는 없더라구요.
그래도 초반부보다 확실히 후반부가 몰입감을 선사했다는 것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끝나고 나니까 바로 다음 시즌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보고 나서도 한참동안 아무 소식이 없다가 드디어 시즌2 확정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요.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 유일하게 스트리밍을 제공하던 웨이브에서 작품을 철회하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볼 곳이 없다는 점이죠. 아니 이럴 거면 뭐하러 올린 건가요. 끝까지 책임져주지. 이래서 완결되지 않은 작품은 함부로 보는 게 아닌가봐요.
비록 우리나라에서 볼 수는 없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꾸준히 시즌2 소식을 찾아보고 있었는데요. 찾아보니 최근 작년 10월 말에 미국 HBO에서 8부작으로 시즌2가 방영되었더라구요. 왠지 스토리상으로는 다음 시즌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지의 흥행 상황을 알 길이 없어서 어찌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주조연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당시 뉴욕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퀄리티 높은 세트와 의복들로 인해 단연코 HBO라는 소리를 들으며 엄지척을 치켜세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제발 국내에도 다시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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